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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비닐하우스에 사는 다섯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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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비닐하우스에 사는 다섯가족
  • 경상도 촌놈 조유식
  • 승인 2015.04.2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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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력 무학으로 기자가 되기까지<49>

1980년대 중반 초겨울 친분이 있는 김해시 모 공무원이 필자를 찾아와 하는 말이 자기 관내에 생활환경이 너무나 열악한 어려운 가족이 있는 데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 가족의 환경실태를 이야기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4명의 자녀를 돌보며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들의 어머니이고 그 어머니는 시내에서 노점상(번데기 등 판매)을 하며 근근이 생활을 하고 있지만 교육비와 생활비를 보태는 데는 턱도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 이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은 안동 들녘의 한 비닐하우스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필자가 일단 그곳으로 한번 가보자며 공무원을 앞세워 안동으로 갔다. 당시 안동 동사무소에서 활천초등학교 가는 길 주변의 허허벌판 농지 한곳에 비닐하우스 한 동이 보였다.

지금이야 그 논이 택지개발로 인해 공장과 사업지역으로 변했지만 그때는 안동 앞 전체가 비닐하우스 등 농경지였다. 필자가 공무원의 안내를 받아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아이들만 오글오글 두꺼운 솜이불과 캐시미론 담요를 둘러쓰고 책을 읽고 있었다. 완전 겨울도 아닌데도 들녘의 비닐하우스에는 엄청난 냉기가 돌았다.

필자가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어보았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와 잠깐이지만 당황했다. 필자가 대충 생각하기에는 따뜻한 집, 따뜻한 물, 화장실, 공부방, 책상, 옷, 먹고 싶은 것 등등이었다. 하지만 중 3인 장남과 그 아래 동생인 중학생, 초등생 모두 학교생활과 공부하는 데 꼭 필요한 책과 공책, 연필 등 필기구라고 했다.

필자는 비닐하우스를 나와 한참을 멍하게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 하늘 아래 사는 사람들이 얼마인데 저 아이들이 저처럼 지옥 같은 환경에서 나날이 고통을 받으며 비참한 생활을 하도록 외면한단 말인가!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리고 그 공무원이 가르쳐 준 곳으로 아이들의 어머니를 찾아갔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서상동 옛 금보극장(지금의 회현동 국민은행 맞은편 골목) 앞에서 작은 짐수레에 연탄불을 올려놓고 번데기, 고둥, 쥐포, 오징어 등을 팔고 있었다. 금보극장 앞에서만 수년을 장사를 했다고 하니 이곳을 지나다녀본 시민들은 그 아주머니를 기억할 것이다.

필자가 아주머니에게 오전에 안동 동사무소 직원이 찾아와 아주머니와 아이들을 좀 도와주었으며 한다는 요청을 받고 조금 전 비닐하우스 집에 다녀왔다며 조심스레 말을 했다.

필자는 아주머니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필자가 하고 있는 단체인 청소년 선도위원회 사무국장이라는 직함만 밝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좀 주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하시는 말씀이 "참 고맙습니다. 제가 이곳과 큰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장사를 해서 번 돈으로 아이들 밥 먹이는 데 까지는 가능하지만 아이들 학교 다니는데 필요한 것을 못 해주고 있어 늘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며 마치 큰 죄라도 지은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하소연하듯 말을 했다.

필자가 답하기를 "제가 아주머니의 아이들과 친구도 되고 형도 되어드리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아주머니와 한참을 대화하면서 필자의 어린 시절 힘들었던 부분 일부도 들려 드리며 부담스럽게 생각하시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훌륭하게 잘 키워 나라의 큰일도 하고 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만 해 주시면 된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우리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만 주신다면 꼭 그렇게 하겠다"고 명세라도 하듯이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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