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에 청소년 관련 단체로 등록된 적십자를 비롯한 480여 개 단체들이 모여 경상남도 청소년단체협의회를 창립하기로 했다.
정부의 시책에 따라 경상남도가 주관하여 청소년단체협의회 창립준비위를 구성하고 창립총회를 위한 수차의 회의를 거쳐 드디어 창립총회를 가졌다.
후보추천을 마감해 보니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회장님과 필자(경상남도청소년선도위원장) 두 사람이 최종 후보등록자가 됐다. 도청 공무원들이 필자가 추천되어 회장 후보로 등록을 마치자 의아해하기도 했다.
경륜과 역사만 보면 적십자 회장님에 비해 필자의 모든 조건은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필자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청 공무원들의 눈치를 살펴보니 필자가 후보사퇴를 해 주었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필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필자를 추천해 주신 다른 단체 회장님들의 결정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후보 수락연설을 마치고 임원선거 중 회장 선거부터 들어갔다. 무기명 비밀투표를 마치고 개표를 하는데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개표가 될 때마다 적십자 회장님보다 필자의 이름 아래 바른 정자가 더 빨리 완성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도 단위 회장님들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였고 적십자 회장님은 20여 년을 도에서 봉사를 해 오신 덕에 대부분 그분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의외가 아닐 수가 없었다. 그것도 8표 차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어 한마디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경남도청 관계자들이 어찌할 줄 모르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고 필자가 왜 당선되었는지 짐작이 갔다. 모두가 그분을 존경하고는 있지만 한마디로 경남도지사가 묵시적으로 내정하다시피 한 관치 회장 대신 신선한 젊은 회장을 선택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경상남도청소년단체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당선은 되었지만 480여 단체들을 이끌어 가기는 필자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고민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마산 YMCA 윤경태 사무국장(참여정부 시민사회수석실 선임행정관)과 경상대 김기원 교수님 등 많은 분들이 부회장을 맡아 함께 한 번 해보자며 용기를 주어 회장직을 수락했다.
총회 다음날 당선 인사차 김혁규 경남도지사를 찾아뵈었더니 축하는 해 주었는데 표정이 별로였다. 자기와 친분이 없는 생소한 젊은 놈이 경상남도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으로 당선되었다고 하니 기분 좋을 리가 없을 것이라는 위안을 하며 지사실을 나왔다.
그래도 예의를 갖추어 필자가 3~4차례 반복적으로 찾아뵈었지만 문전 박대만 받았다. 회장으로 당선은 되었는데 뭐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비협조적이었고 더 나아가 도청까지 압력을 넣어 사업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예산을 확보하고 다음해 5월 경남 도내 청소년 1만여 명이 참가한 `제1회 경상남도 청소년 한마당 축제`를 성대하게 마칠 수 있었다.
도지사 부부와 국회의원 도 단위 기관장들이 자리한 가운데 필자가 대회사를 통해 청소년한마당축제와 청소년 육성정책 현실화를 촉구하여 미운 오리새끼였던 필자가 그날부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아부도 좀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똥 막대기보다 못한 빌어먹을 그 성격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