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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 노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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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 노란꽃'
  • 이균성 기자
  • 승인 2007.10.30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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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찻집인데...참 이름이 이쁘다

장유의 대청계곡에는 이미 가을이 내려 와 앉아 있었다.

푸르고 붉고 노란색들이 땅 마을로 다가 와

지긋히 자리잡고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알려준대로 계곡길을 5분여 달리다 보니 왼쪽으로 간판 하나.

'쇠비름 노란꽃'

전통찻집인데...참 이름이 이쁘다.

산을 뒤로 하고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집이다.

통나무를 쪼개 집을 짓고 등불도 달아 놓았다.

아담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주변 야생초들이 꽃을 피우고 목련은 빨간 열매를 품었다.



전통찻집 분위기는 어떤 것일까?

들어가는 계단 아래에 쇠비름 한 묶음이 조용히 드러누워 있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쇠비름을 '오행초'라고 한다는데...

잎, 줄기, 꽃, 씨앗, 뿌리가 각각 다른 색깔이라 그렇게 부른다고...

한 해살이 풀이지만 차나무과에 속한단다.

찻집 입구로 들어 가니 잔잔한 불빛이다.

찻잔이며, 염색한 천이며, 옹기종기 차 재료를 진열해 놓았다.

이 집 주인의 취향을 대충 알 것 같다.



여기에 찻집을 연지 4년.

나무가 좋고, 꽃이 좋고, 물이 좋고, 하늘이 좋아 여기에 앉았단다.

지나가는 구름도 이제는 친구로 느껴져 매일 매일이 행복이란다.

자연이 있고 좋은 차(茶)가 있어서 간혹 느끼는 일상에서의 나약함이

자기도 모르게 흐르는 세월, 사계(四季)속으로 빠져 잊게 된단다.

사춘기 소녀같은 말씨.

2층으로 올라간다.

가지런한 방 3개.

나머지 공간은 테이블을 몇개 놓은 아기자기한 장식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여자 손님 몇 분이 담소 중이다.

창문으로 불모산 한 자락이 들어온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그림처럼 흐른다.

다른 손님 두 분은 집 밖에서 가을 바람을 맞고 있다.

창문을 열면 외부와 통하게 해 바깥에서도 차를 즐기게 해놓았다.

자주 들리냐고 물으니 조용하고 아늑해서 친구모임에는 제격이란다.

인스턴트 식품에 카페인이 가득한 차만 마시다 가끔 이 곳으로 와

마음 비우고 은은한 차 향기에 빠지면 온 몸이 상쾌해진다고 마치 이 집의

영업 담당자처럼 칭찬이 대단하다.

회색 치마에 무색 저고리를 받쳐 입은 주인의 매무새가 곱다.

자연에서 나오는 안료로 염색하여 직접 만들어 입었단다.

이 집 차 종류가 얼마나 되냐고 물으니 40여종이란다.

슬쩍 메뉴판을 들추니 듣도 못한 이름들이 주루룩 널렸다.

녹차 종류만도 5가지다.

찔레꽃, 매화꽃 등 꽃잎차도 있다.

"차는 혀가 좋아하는 것보다 몸이 좋아하는 것을 마셔야 한다"는 설명.

장사는 잘 되냐고 물으니 기다림이 좋단다.

연연해 하지 않으면서도 손님을 기다리고 세월을 기다리는...

지난 밤의 음주로 숙취가 조금 남았는데 무슨 차가 좋으냐는 기자 질문에

숙취해소라면 말차가 으뜸이란다. 당뇨에도 효과가 있단다.

말차? 일본에서 가지고 온 차라고...

(어허...그런 차도 있었나?)

우려서 한잔 내놓은 차를 앞에 두고 조금 움찔한다.

대개 차는 다도(茶道)라고 엄격한 예의가 따르는 것이라고 들어서일까?

아무렇게 마시기가 좀 거북하다.

"그냥 편한대로 드세요"

묘한 맛이 입안을 울리고 돌아 다닌다.

지금까지 마신 여늬 녹차와는 분명 뭔가 다르다.

같이 간 기자도 뭔지는 모르지만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밖을 한번 보실래요?"

주인의 갑작스런 권유에 영문도 모른 채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

"버려지는 물건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아하...거기에는 사람들이 쓰다 버린 것을 주워 온 듯 여러 물건들이 있었다.

"거기에 야생화를 심으면 저렇게 이쁘게 피어요"

자동차 붕붕거리는 도심에서 찌들음에 익숙한 기자에게는 그런 마음부터 어색하다.

(고저녁한 이런 곳에서 차 마시고 여유롭게 살면 저렇게 되려나?)

쑥스러운 듯 책 한권을 내밀어 보인다.

쇠비름이 좋아서 몇 자 썼는데 책 속에 있다고...

"......지독한 서러움과 마음 다 견뎌내고

이 땅에 낮게 번져가며 피어나는 꽃.

나,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너를 들어 올려 쓰리라"

소녀같은 주인과 가을산에 묻힌 찻집과 알 수 없는 차 향기의 묘한 조화다.

차 한잔 앞에 두고 잠시동안 같이 느끼는 행복도 생활의 위안이다.

그 사람이 친구이건, 애인이건, 세상에서 만난 또 다른 인연이건...

풀꽃 하나에라도 사랑을 느낀다면 세상 모두가 사랑일지 모른다.

자리 틀고 일어서는 귓가로 George Winston의 Plains가 나즈막히 들려왔다.

 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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