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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사생활훔쳐보기 조장하는 TV 이제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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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사생활훔쳐보기 조장하는 TV 이제그만
  • 편집부
  • 승인 2008.08.20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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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사생활훔쳐보기 조장하는 TV 이제그만

윤재열
수필가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TV 프로가 인기다. 이 프로는 미혼인 젊은 스타 네 쌍이 가상으로 결혼생활을 한다. 둘은 물론 가상의 부부다. 둘은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신혼부부처럼 생활하고 가벼운 애정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텔레비전 속에서 청춘 남녀가 만나는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혼 남녀의 중매를 돕는 프로그램에서, 산장에서 짝을 만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번 ‘우리 결혼했어요’는 남녀가 한 쌍의 부부로 완결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형식이 진화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인을 만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소망이다. 따라서 젊은 남녀는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고, 쉽게 자신을 감정이입한다. 젊은 남녀만이 아니다. 남녀가 만나는 프로그램은 기혼자에게도 추억을 주고,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결혼했어요’는 휴일 황금 방송 시간대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안착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방송의 리얼리티 추세에 부합하는 오락프로그램으로 연령층에 관계없이 인기를 얻고 있다. 덕분에 출연 스타들은 자신들의 공연 무대에까지 동반 출연해 극중 이미지를 이용해 덕을 보고 있다.

그러나 모든 TV 프로그램이 다 그렀듯이 ‘우리 결혼했어요’도 현실과 극중을 혼동하게 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극중 남녀 관계는 각본이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이 리얼리티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텔레비전 속의 커플은 잠시 카메라 앞에 앉은 연기자이다. 설사 제작진이 각본을 주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은 잠시 커플 연기를 하고, 연기가 끝나면 자기들만의 일상으로 돌아갈 연예인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동거’에는 삶의 진지함이 없다. 삶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활동이 따라야 한다. 경제적 활동이 기본적이라고 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 경제적 활동이 삶의 짐처럼 느껴진다. 이뿐만이 아니라 부부가 사는 데는 굴곡과 난관이 수도 없이 나타난다. 매순간 기분대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 하나 ‘우리 결혼했어요’는 은밀한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측면이 있다. 물론 전통적으로 우리는 혼인 첫날밤에 친척이나 이웃들이 신방의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엿보는 풍속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은밀한 신방을 엿보기 위한 호기심의 충족이 아니다.

옛날에는 조혼(早婚)이 성행하던 시대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겨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개인의 사생활은 엄격히 보호되어야 한다. 최근 전자 기기의 발달로 은밀한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행위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그 자체도 범죄 행위이지만, 성폭력이라는 2차 범죄로 연결된다. 따라서 이러한 훔쳐보기 식의 프로그램은 사생활 엿보기에 대한 무감각화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젊은 남녀에게 동거를 부추기기도 한다. 방송 설정이지만 젊은 스타의 낯간지러운 신혼 생활은 설렘으로 다가오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드는 각종 이벤트는 환상을 심어준다. 텔레비전 앞에 앉은 젊은이들은 가상이 아니라 현실처럼 느껴지고, 결국은 자신도 그러한 현실에 빠져들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결혼했어요’에는 부부라고 보기 어려운 커플도 있다. 간혹 장난처럼 말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납할 수 있다. 하지만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말이 듣기에 거북한 표현이 있다. 부부라도 언어 예절이 필요하고, 남편에게 수시로 ‘멍충아(이도 ‘멍청이’가 바른 표현인데, 계속해서 ‘멍충아’로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라고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가상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TV 프로그램을 두고, 모두가 흉내 내고 싶어 하니 그만두라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날 TV가 대중의 정신세계까지 쥐어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남녀에게 ‘동거’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면 경계하는 것도 TV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TV 프로그램이 리얼리티를 표방하며 남의 사생활이라 들여다보는 것을 조장한다면 공기(公器)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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