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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끄러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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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끄러움에 대하여
  • 김병기
  • 승인 2016.03.05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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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시인은 오늘도 말 한다. 오랜 친구의 부음을 듣고 슬픔에 앞서 친구와 나눈 부끄러움을 이제는 혼자 간직하게 되어 내 몫의 부끄러움만 늘어난 셈이라고. 남들은 정년퇴직까지 한 번도 근무치 못한 유치장을 2번이나 근무하게 된 덕분에 숱한 일을 겪었다.

입감된 유치인 중 덩치 크고 등에 호랑이 문신을 한 40대 남자가 하도 난동을 피워 독방 수용도 마다치 않았는데, 계속 해 휴지를 달라며 화장실을 들락거려 유치실 문을 열고 들어가 살피게 되었다. 젊은 시절 유별나게 굴면서 칫솔을 갈아 넣은 부위가 덧나 부끄러움에 말은 못하고 휴지로 감싸고 남들이 알까 싶어 혼자 있고 싶어 그 난리를 친 것이었다.

아픈 곳이 있으면 소문을 내야 나을 수 있다 하였는데 그 부끄러움이야 의사 처방으로 해결될 혼자만의 투정일 수 있겠지만 살다보면 별난 부끄러움도 많다. “박찬형이란 사람 신고자인데요. 7,8여년 동안 성추행한 성추행범이 맞습니다. 출퇴근 직장인 성범죄자입니다” 112에 문자신고가 접수됐다.

한 달에 서너번 잊혀질만하면 문자로만 신고한 후 연락이 되지 않아 필요 없는 경찰력만 낭비케 한다. 세간에는 딸을 때려 죽게 하고 사체를 방안에 둔 유학까지 같다 온 목사 부부의 파렴치함에 눈살을 보내면서 저런 뉴스가 언론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공중전화로 특정장소를 지목한 허위 도박 112 신고는 줄어들고 있다. 공중전화 주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덕분에 줄어든 것으로 짐작하고 있지만 건강한 시민의식의 전환이라 애써 좋게 생각한다. 그런데도 아직도 자신의 부끄러움을 모르고 집착하는 몰염치한 이들이 있어 개탄스럽다.

남자친구와 같이 술을 먹고는 집에서 나가지 않아 신고하고 다투었다 신고하고 출동경찰관에게 주사를 부린다, 정신지체 장애가 있기에 이해해 달라해 종결은 하지만 정도가 심해 어느 곳에 사는 누군지를 다들 안다.

누구나 처자에게도 숨기고 싶은 부끄러움을 갖고 살고 있다. 잠자리 침구를 제대로 정리를 못한 것과 갈아입은 속옷을 그대로 둔 것에다 출근길에 은근슬쩍 교통법규를 어긴 것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나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가 아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허나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라면 다시 생각을 해야 한다.

직접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간접 피해도 마찬가지다. 뺑소니 사망사고를 맡아 1주일 만에 뺑소니범을 힘들게 잡았지만 유족은 시무룩했다. 보행자 무단횡단 사고로 밝혀져 보상금 차이가 나자 잡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부끄러움이다.

뭐니 해도 돈이 좋은 진풍경에 살다보니 앞선 자 뒤따라오는 자 자기 이익만을 챙기며 아등바등 한다. 올해 경제사정은 작년보다 더 좋지 않다고 한다. 선박 부품업체가 밀집한 지역여건 탓도 있지만, 저유가에 북한 미사일에 있는 사람은 풀지 않고 없는 사람은 없어 힘든 세상이다.

그래도 갓 태어난 아이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성장기록 사진을 챙기는 이들이 있고, 칼바람 몰아치는 새벽 비닐하우스 온도를 맞추느라 밤잠 설치는 이들이 있어 희망은 있다. 112 신고는 문자신고든 무엇이든 경찰 도움이 필요한 것이면 다 된다. 다만 부끄러움 없도록 남에게 피해를 주는 신고는 거듭 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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