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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하신 그 곳에서 편안히 영면 하시기를..."밀양 화재 희생자 합동위령제…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조민규 기자 | 승인 2018.02.05 15:53

"귀천하신 그 곳에서 이 세상에서 겪었던 아픔과 슬픔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부디 편안히 영면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 희생자 40명의 이름을 한분씩 부르면서 시작된 합동위령제가 지난 3일 엄숙히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합동분양소가 차려진 밀양문화체육관 유가족과 시민들로 가득 메운 채 숙연한 자세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이날 합동위령제에는 유족 200여 명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 박일호 밀양시장,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편안한 영면을 기원했다.

김병태 밀양시 행정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위령제는 묵념과 이병희 밀양시 부시장의 경과보고, 강신례, 추도사, 유족대표 김승환 씨의 인사로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어 밀양불교사암연합회장 태우스님 외 30여 명의 스님들과 밀양성당 이재석 신부님의 종교의례로 망자의 넋을 달랬다.

특히 스님들의 바라춤과 범패는 이 세상의 모든 중생과 영혼들까지도 구제하려는 뜻에 더욱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민홍철ㆍ김경수ㆍ엄용수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 이용표 경남지방경찰청장, 예상원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장, 이병희 도의원 등이 참석해 헌화했다.

또 황인구 밀양시의회 의장과 김상득 부의장, 조인옥 운영위원장, 정정규 총무위원장, 손문규 산업건설위원장, 박필호ㆍ허홍ㆍ최남기ㆍ정윤호ㆍ조인종ㆍ황걸연ㆍ조영자ㆍ이주옥ㆍ시의원들도 헌화했다.

이러한 헌화는 30여 분간 진행되면서 유가족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오열하기도 하고 주저 앉기도 해 한동안 영정을 앞을 떠날줄을 몰랐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간간히 흐느꼈고 눈시울을 붉혀 장례식장은 더욱 침묵에 잠기기도 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추도사에서 "지난날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이 사고는 밀양시민에게 결코 아물지 못할 깊은 상처로 남았다"며 "그러나 이제 사랑하는 가족들의 통곡을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나가지만 한 분 한 분 당신들의 고귀한 삶은 여기 남은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일어나서는 안 될 재난이 발생했다"면서 "불귀의 객이 되신 영령들은 우리 밀양시민들의 아버님, 어머님이었다. 또한 형제고 자매였다. 그리고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동안 어려운 시절을 보내며 가족을 지키고 밀양을 발전시키고 대한민국을 건설했던 주인공이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죄송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영령들을 제대로 추모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현장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에 밀양도 오늘을 잊지 않고 사람이 우선하는 밀양이 되도록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김승환씨는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후회스럽습다"며 "좀 더 따뜻하게 말씀드릴 것을, 좀 더 말씀을 들어 드릴 것을, 좀 더 곁에 있어드릴 것을 후회스럽기 한량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아직 드릴 말씀이 남았는데, 아직 더 해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이렇게 황망히 우리 곁을 떠나시니 너무 아프고 너무 슬프다. 그리고 때늦은 후회가 가슴을 저민다. 하지만 이승에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모두 저희들에게 남겨두시고 부디 병 없고, 걱정 없고, 늙지 않는 세상에서 영면하소서"라고 말을 이어 가질 못했다.

김 씨는 "고인이 되신 분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하기 위해서 관계당국과 긴밀히 협의하여 유가족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한편으로 우리 밀양을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드는 화합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꼭 인사를 드려야 할 분들이 계신다"면서 "당직의사 고 민현식 님, 책임간호사 고 김점자 님, 간호조무사 고 김라희 님은 화재 당시 환자들을 구해야 한다는 의료인의 본분을 다하기 위하여 생사를 다투는 절체 절명의 상황에서 본인의 생명을 걸고 환자들을 대피시키다 희생되신 의인 이셨다"고 했다.

김승환 씨는 "우리 유족들은 그 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높이 사고 있다"며 "희생된 의료인의 살신성인 정신과 용기가 영원히 존중되고 사회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밀양시에 의사자 지정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1월 26일 발생한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지금까지 47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치는 대한민국 최악의 화재로 남았다.

조민규 기자  cman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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