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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에게 물려줄 유산, 문화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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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에게 물려줄 유산, 문화콘텐츠
  • 영남방송
  • 승인 2008.10.1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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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교수(강원대 영상문화학과)
해외를 다니다 보면 한국 사람으로서의 자긍심도 많이 느끼지만 문화유산의 관점에서 보면 ‘배 아픈 경험’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좀 못산다는 동유럽만 돌아다녀 보아도 눈에 띄는 많은 문화유산 건물들을 갖고 있다는 그것만으로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을 볼 때 그런 경험을 쉽게 한다.

그 유산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이야기들로 건물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전통적 유산들이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고 현대의 도시 모습들과도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시청사와 성당, 광장 등이 모두 도시형성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그런 오백년 육백년된 유산의 건물들에 테라스를 두고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함께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늘 벽으로 둘러쳐진 우리의 문화재들

반면 우리는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그리고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주요 유산들이 소실되고 남루한 유산들만이 도시에 흩어져 있다. 그나마 그런 문화재들은 늘 벽으로 둘러쳐 있고 기껏해야 시민들의 산책로의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문화재는 철저히 전시물이지 현대인과 함께 살아가는 그 무엇이 아니다. 사람들의 실생활과는 철저히 유리된 채 문화유산들은 ‘소외’되고 있다. 그런 우리나라를 보면 갈 길이 참 멀다는 생각도 쉽게 든다.

물론 동유럽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의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을 만나기도 한다. 헝가리에도 거대한 아파트촌이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아파트를 보며 유럽문화도 현대에는 어쩔 수 없구나 하지만 이내 그 아파트가 소련 공산주의 시대의 유물임을 알면 우리의 실상이 더욱 우울해 보인다. 지금도 성냥갑아파트는 하층민의 고단한 삶을 대변한다.

문화유산과 자연풍광의 조화도 우리에겐 너무 먼 이야기다. 세느강, 다뉴브강, 몰다강 등 유럽의 강들 주위에 펼쳐진 고풍스런 건물들은 중심 강과 잘 어울려 있으나 우리의 강, 특히 한강은 아파트 천편일률적이다. 물론 요즘 아파트들이나 주상복합 등의 건물이 조금 더 색다른 건축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심의를 강화하고 있긴 하나 그런 것이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인듯하다. 이런 아파트들을 두고 쉽게 연결 가능한 한국의 빠른 산업화에 대한 이야기나 잘 담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다. 현재는 과거의 얼굴이고 미래는 바로 이 현재에 의해서 쌓아진다. 우리가 전통을 찾을 수 없다고 낙담하는 이 순간 우리 후손들에게도 남겨줄 것이 없게 된다. 지금부터 우리의 후손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다르게 할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를 보더라도 물론 제 각각이 특색은 있으나 유럽의 문화에 갇혀있는 느낌을 받는다. 첫 번째 한 두 나라로부터는 인상을 받지만 대개는 비슷한 양식의 건물에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왕조의 문화도 프랑스왕조의 유산에 비교한다면 열등한 문화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프랑스가 벤치마킹의 대상임을 알려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의 오스트리아는 음악이라는 하나의 컨셉으로 도시를 다시 치장했다. 짤스부르크, 빈이 모두 음악의 도시로 거듭났다. 그리 오래지 않은 2백년전에 살았던 모짜르트를 거대한 문화콘텐츠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로부터 나오는 무궁한 콘텐츠로 지금 그 도시는 다시 예전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성냥갑 아파트라고 우리의 아파트성채를 자조하며 우울해하는 순간부터 우리의 미래 후손도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 우리는 후대의 선조로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금의 약점은 향후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처럼 유럽의 문명도 알고 보면 자신들의 약점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거대한 성도, 훌륭한 건물들도 모두 자신들의 왕조를 보호하고 과시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질시하는 것으로부터 생겨났다. 후손들을 위하는 ‘거대한 명분’이 아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옹졸한 이익’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다반사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 또한 새로운 미래를 위해 현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후손을 위해서 투신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가진 세계적 콘텐츠

사실 한국을 방문하는 이들은 겉으로 당장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가 세계적인 콘텐츠를 갖고 있음에 놀란다. 그것도 가장 현대적인 콘텐츠. 그것은 바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자력으로 동시에 이룬 나라, 그것도 완전한 전쟁의 황폐화로부터 이룬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고도성장의 상징인 한강변 아파트와 함께 제일먼저 봐야 하는 것이 벽에 써진 아파트이름과 그리고 아파트 방문객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 없는 아파트 동 숫자란 것은 이제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다. 심미적 현대인들에게는 비통함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지금 이 세계에는 많은 혁신적인 예술가들이 있다. 세계적인 사진예술가 그룹인 매그넘의 한국을 주제로 한 전시회는 한국이란 나라에 새로운 이미지를 덧붙였다. 매그넘 전시회를 보면서 한국의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뒷골목도, 아이들의 어줍잖은 포즈도 모두 뛰어난 예술로 탈바꿈되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얼마나 역동적이며 문화의 다양성이 넘쳐나는 곳인지를 세계인에게 보여주었다.

지금 세계에 존재하는 그 많은 예술가 중에 어떤 예술가는 우리의 삭막한 아파트성채를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첨단미디어아트로 바꾸고 싶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예술가는 우리의 한강변 아파트를 물과 어우러지는 색깔의 향연으로 장식하고 싶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밋밋한 한강변 아파트를 세계적인 야경의 무대로 만드는 ‘혁명적 전환’을 꿈꾸는 아티스트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만이 지닌 독특한 맛을 내야

만약 최근의 첨단 인터액티브 미디어아트를 받아 지나가는 자동차 안에서 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을 때 아파트 벽면의 조명이나 빛깔이 변한다면 사람들은 우리 한국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한강변 전체의 아파트벽면에 계단을 만들어 나무를 심고, 에어컨팬이 튀어나온 화분대에 색깔을 입힌 꽃을 심으면 어떨까? 생각만해도 그럴듯하다.

세계의 예술가들에게 한번 한국의 섬뜩한 아파트성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생각해보자고 제안하자. 작은 국토와 작은 가용토지를 가진 한국이 그 컴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해 라스베가스나 두바이처럼 획기적인 거대 건물로 승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한국인만이 지닌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최첨단 소프트웨어 콘텐츠로 승부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 전세계인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민족임을 심어주고 후손에게 새로운 국가의 브랜드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진정한 문화콘텐츠의 힘은 선조의 유산을 탓하지 않고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을 고민할 때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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