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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만년필 안경 팔아 70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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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만년필 안경 팔아 70억 기부
  • 경상도 촌놈 조유식
  • 승인 2019.04.28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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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도에 뚝방촌이 물에 잠겼습니다. 온 동내가 다 잠기고 아무것도 없었다. 숟가락 하나도 없는 물바다였다. 판자촌 주민 모두 하루아침에 오갈 때 없는 신세가 되어 피눈물 나는 생활을 했습니다."

없는 사람은 진짜 너무 힘듭니다. 누가 나 좀 도와줬으면 싶지만 돌봐주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배 고픔이 절실한데... 하지만 선뜻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남림(73) 할아버지의 말이다.

전남 함평이 고향인 이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혈혈단신 서울에 올라왔다. 너도나도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서울에 아는 사람 하나 없었던 소년 이남림은 8살 때 남대문시장 좌판에서 볼펜 장사를 시작했다.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일은 예사였고, 고된 몸을 이끌고 20대 때 마을 야학에서 공부를 하며 장사를 했다.

이 할아버지는 그동안 볼펜 만년필 팔아 모은 종잣돈을 밑천으로 안경점을 열고 여기서 나오는 수입금으로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든 가난으로 인한 배고픔, 아무리 아파도 약도 치료도 꿈도 꾸지 못하든 힘든 시절을 생각하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 할아버지는 판자촌인 뚝방촌에 2억원, 2002년 태풍 루사 때 40년 전 목동 판자촌 집이 떠올라 수재의연금 1억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수재의연금 1억원, 2005년 4월 강원도 산불 화재로 소실된 낙산사 복원에 2억원, 소외계층 난치병 환자수술비를 위해 써달라며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2006년 1월 30억원, 다음해인 2007년 2월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30억원을 기부하여 주목을 받았다.

2017년 연말엔 3년 동안 들었던 적금 3000만원을 중증 장애인 구강치료비 지원금으로 기부했다. 이 할아버지는 최근 강원도 산불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손 편지와 함께 2억원을 전달했다.

이처럼 그동안 크고 작은 기부액만 약 70억 원이 넘다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말이다.

착하게 살면 복이온다고 했는데 이 할아버지에게 진짜 큰 복이 왔다.

결혼 뒤 2남1녀를 얻은 이씨는 1984년 아픈 딸의 건강을 위해 서울보다 공기가 좋은 경기도 용인군 수지면 상현리로 귀촌했다. 당시 상현리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아궁이에서 밥을 짓던 `깡촌`이었다. 그 땅에 `신도시`가 세워지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 했다.

20년이 지난 2005년 용인지역 아파트 건설 붐이 일면서 이 땅이 건설업체에 거액에 팔렸다.

평생 한번 만져 볼깔 말까한 거액을 손에든 이 할아버지는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며 방송사에 30억원을 몽땅 기부한 것이다.

다음 해 또다시 광교신도시 개발로 나머지 땅의 일부가 편입되면서 보상금이 나오자 1년 만에 다시 같은 방송사에 "돈이 없어 병을 못 고치는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30억원을 추가로 내놓았다. 60억 원은 300여명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수술할 수 있는 대단한 금액이었으며 KBS `사랑의 리퀘스트` 모금액 전체 80%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 할아버지는 "첫 번에 기부했을 때는 참 힘들더라. 진짜 힘들었어. 왜 그렇게 힘드냐면 마음은 있어도, 선뜻 이어지지 않는 거예요. 처음 30억원을 기부할 때는 3일 정도 밤잠을 설치며 많은 고민을 했다. 서울 목동 뚝방촌(판자촌)에 살 때 배 곪았던 어려웠던 시절이 생각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며 기부를 결정했다고 했다.

이 할아버지는 토지보상금에 대해 "땀 흘린 돈이 아니기 때문에 내 돈이 아니다. 그래서 없애버렸다"며 "욕심이 있었다면 남들처럼 다른 데 투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구부려서 폐지 주워 1만원, 5000원을 일 년 동안 모아 기부하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나눔을 아는 사람들이고 진짜 훌륭한 분들"이라며 겸손의 미덕을 보였다.

"앞으로 어느 정도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난한 사람, 배고픈 사람, 돈이 없어 병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했다.

가족들의 반대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우리 애들이 `아버지가 번 돈이니 아버지가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다"고 한다.

이 할아버지는 자신의 기부금을 통해 도움받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열심히 살면 된다. 다른 게 있겠나"라며 "내가 뭘 바라고 한 건 아니니 다른 뜻은 없다"고 덧붙였다.

조용한 기부천사로 방송이 나간 후 많은 국민들은 "진정한 이시대의 어른이다. 남몰래 이렇게 큰돈으로 남을 돕는다는 것은 아무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존경스럽다"는 글들을 남겼으며 "부모재산 놓고 피터지게 싸우는 대기업 재벌들 쓰레기들만 보다가 진정한 존경할만한 할아버지와 가족을 보게 되어 감동이다. 할아버지 자녀분들 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더 잘 되세요. 희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도 올라왔다.

기부... 크고 작음을 떠나 처음 마음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가진 무엇이든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기다리고 있는 손길이 있으면,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 때문에 나눔운동은 나와 내 가족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길목이 되는 것이다.

이남림 할아버지는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기쁨이 더 컸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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