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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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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몸살
  • 편집부
  • 승인 2008.11.08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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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목일 수필가.  
 

ㅡ몸살

정목일
수필가


몸살엔 전조(前兆)가 있다. 목 안이 간질간질하면서 자꾸만 기침이 나오려 한다. 이때를 허술하게 가벼히 넘기면 곤란하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느 등 긴급 처방을 해 보지만, 감기 몸살이란 녀석은 성질이 급해 순식간에 찿아온다.

기습이라고 애야 할까. 온몸이 축 늘어지고 뼈들이 쑤셔 댄다. 고열이 나고 오한이 덮친다. 이럴 때는 천하장사라도 벼겨내지 못한다.
하필이면 설날에 성묘하고 온 뒤, 몸살이 왔다. 자리를 펴고 이불은 뒤집어쓴 채 끙끙되었다.
일년만에 아들 내외, 딸 내외가 친손녀. 외손녀을 데리고 와 집안이 온통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아기를 어르느라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손녀들에게 감기를 옮길세라 안아 보지도 못하고 몸살을 앓는다. 이런 날만은 피해서 몸살이 오면 오죽 좋으련만 인정사정이 없다. 이불을 얼굴까지 둘러쓰고 전기장판 위에 누우니 정말로 적막하다. 그러나 몸만은 찾을 자리를 찾은 듯 편안하고 살 만도 하다.

이까짓 감기 몸살쯤 못 견디랴 버티고 싶지만, 어느새 한계를 넘어선 것을 알아차린다. 꼼짝없이 당하고 얌젼히 이불을 뒤짚고 누우야만 한다. 아마 열흘 동안의 미국 여행이후 바로 명절을 맞은 것이 무리였던 모양이다. 몸살을 앓고 보면 얼핏 인생이란 걸 알게 된다.

몸을 잘뭇 관리하면 녹초가 된다느 것과 진땀을 흘리게 된다는 것, 신음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몸살은 오래가지 않는 병이지만 앓는 동안에는 온몸이 노곤하고 뼈가 쑤시고 정신이 몽룡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곤 잠에 빠진다, 천길 낭떠러지에 빠지는 듯 하다가도 금방 끙끙 앓는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떤 것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과연 중요한 것인가 하고 때로는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이 좋지 않은가 하는 갈등을 겪는다. 분명히 기억하려는 나와 잊어버리려는 내가 대립하고 갈등한다. 녹초가 되어 있는 상태인데도 의식의 한가운데에 왜 이런 전선이 형성되어 신경전을 펼치늘 것일까.

몸살일 땐 아무생각 없이 잠드는 것이 가장 좋다. 대립적인 생각들이 '날'을 세우는 속에서 끙끙대는 건 좋지 않다. 몸에 열이 솟아 땀으로 젖는 상태인데, 의식 속엔 시비를 가리려는 두가지 관점이 팽팽하다. 그 두 가지 관점을 안고 천길 의식의 낭떠러지 속으로 떨어져 신음소리를 토하며 열을 내고 있다.

의식 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정신의 버팀일까. 모든 걸 망각해 버리는 것은 무엇인가. 정신이 육체에 의지하려는 상태가 아닐까 한다. 몸살을 앓고 나면 세상이 달리 보이는 나이가 될때, 여유가 없고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다는 것을 느낀게 된다. 몸에 대한 뼈저린 상황을 알게 하는 것이 바로 몸살이다.

인생살이에서 더러는 몸살을 앓게 되지만, 그 몸살을 통해 건강, 여유, 속도조절 등 인생법도 알게 된다. 혹독한 진통으로 녹초가 되다시피 하여 패배자의 몰골이 되지만 인생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몸의 소중함을 자각하게 된다.

절대로 권할 일은 아니지만 만약 몸살을 앓게 된다면 불균형과 부조화로 인해 이상이 생겼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몸살은 한쪽에만 치중하고 다른 한쪽을 방관한 것에 대한 경고이다. 인생은 몸살로 더욱 성숙해진다. 몸살을 겪어 보아야 홀가분함도 알게 되는 것이 또한 인생의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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