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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차 향기속으로...전통찻집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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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차 향기속으로...전통찻집 '향연'
  • 이균성 기자
  • 승인 2007.11.24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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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추천을 받아 찾아가는 '향연'이라는 찻집.
가야골프장 근처에서 365일 태극기가 휘날리는 집이 어디냐고 물으니 바로
답이 나온다.

신어산 자락. 김해 생림면 나전리...
가을 단풍이 제 마음대로 산에 색칠을 해놓았다.
저녁 무렵이라 목덜미에 와 닿는 바람이 조금은 차갑다.
빠끔히 문을 열고 들어서니 찻집 전체가 골동품 전시장이다.
나무탁자, 우체통, 키, 다리미, 징, 재봉틀, 곰방대, 짚신, 톱, 옛날 시계...
산수화 그림과 근사하게 행초(行草)로 휘갈긴 멋진 서예작품들.
장작을 태우는, 3,40년 전에서나  봄 직한 난로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다.
꽁지머리에 베레모를 눌러 쓴 주인이 칸칸이 문을 달아 머무는 동안 손님들의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토록 배려한 방 한 켠으로 기자를 이끈다.
자연 나무로 만든 탁자에 은은한 불빛, 크게 넓지는 않지만 5-6명은 앉을 수 있는 방이다.
예의 방은 그림, 글씨로 차분하게 치장이 되어 있고...

오기 전에 추천한 분이 이 집 사장님의 독특한 이력과 생활에 대해서 귀뜀을 하긴 했지만
직접 만나보니..어허. '산신령'이란 별명답게 구릿빛 얼굴에다 눈에 광채가 보인다.
김해에서는 '첫 번째'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달고 다니는 분이라는 얘기는 듣고 왔다.
포장마차, 막걸리 시음장, 재첩국 배달...등등
해병대 231기. 김해 해병전우회 기동대장. 김해 시내 교통정리 30여 년...
남을 위해 산 세월이 그렇게 길다니 표정부터가 푸근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산을 올라서 그런지 건강한 몸에서는 풋풋한 풀냄새가 난다.
별로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며 내 놓은 구절초 꽃 차.
직접 따서 말린 것이라는데... 향이 짙다. 가을이 입속에서 한동안 머문다.
이 집은 모든 것이 자연에서 뽑고 달여진다.
산머루, 석류, 매실, 유자, 오미자, 작설, 보이, 댓잎, 국화, 생강, 대추, 메밀 눈이 차(茶)로,
생 솔잎, 마, 인삼, 칡은 즙으로 나온다.
입소문이 나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는 찰지게 반죽한 수제비도 있다.
커피나 인스턴트 식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즘.
자동차 빵빵거리고 매연이 눈꺼풀 덮는 도심에서 나누는 대화보다는 이렇게 산이 있고
숨들이면 가슴까지 열리는 시원한 공기가 있고 마시면 몸마저 개운해지는 차가 있고
편히 마음 열 조용한 공간이 있다면 그곳도 한번 찾아 즐겨볼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산신령'이 두 번째 우려 낸 구절초 꽃 차를 권한다.
맛이 다르고 향이 또 다르다. 우려낼수록 향은 더 짙어진다니...
약삭빠른 맛에 길든 기자의 혀는 몇 번 입속을 헤맨 후에야 그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산신령'과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진다.
때론 호탕한 웃음이 있고 때론 질곡 속에서 헤매던 얘기에서는 숙연해진다.
차의 향을 찾아 이 집에 들른 기자는 주인의 살아온 인생역정에 빠져 있었다.
한 마디로 노변정담(爐邊情談)이다.
화롯가에 앉아 두런두런 나누는 정다운 얘기들... 지금의 모습이 바로 그것 아닌가?
구절초 차가 세 번이 우려지고야 우리들의 얘기는 끝이 났다.
주인의 좌절 없는 삶과 남을 위한 배려와 옛날과 지금이 어우러진 찻집 실내 분위기.
자연에서 만들어 낸 차 향기와 시골 음식과 조용한 발라드가 있는 곳, 향연...
나서는 문 위로 액자 하나가 걸렸다. 화안애어(和顔愛語).
남을 위한 온화한 얼굴에 사랑스런 말씨로 일상을 살자는 것...
그것이 이 집주인 “산신령”이 자기에게, 손님에게 주는 메시지 같았다
향연 전화: 333-5959. 326-4433

이균성 기자  kslee473@y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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