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연 3.7~3.8%대로 올라
최근 은행권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예적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5대 은행의 예금으로만 한 달 새 약 12조원이 쏟아졌다. 반년 만에 최대치다. 한때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졌던 예금금리는 채권금리 상승 영향에 3% 후반대로 올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17조5915억원으로 전월 805조7827억원에서 11조8088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19조710억원) 이후 약 반년 만에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827조2986억원까지 늘어난 뒤 올해 3월 805조3384억원까지 줄었다.
정기적금 잔액도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39조420억원으로 전월(37조9878억원)보다 1조542억원 증가했다.
최근 은행권 수신금리가 오르자 예적금으로 자금이 흘러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주요 예금상품 금리는 한때 기준금리(3.5%)를 밑돌았지만 최근에는 연 3.7~3.8%로 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4월 중순부터 예금금리가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1년 만기 최고금리는 연 3.8%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다. 이어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연 3.73%,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연 3.72%,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연 3.71%,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연 3.70%다.
이들 은행의 전월 취급 평균금리는 연 3.37~3.68%였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은 평균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정기예금 금리산정의 지표로 쓰이는 은행채 금리는 최근 오름세다.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는 5일 기준 3.862%로 한 달 전(5월8일) 3.612%에서 상승했다.
이달 말 이후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완화가 단계적 정상화되면서 은행의 조달 필요성도 커졌다. 다음 달부터는 LCR이 현재 92.5%에서 95%로 상향된다. 은행들은 이에 대응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고금리 예금이 돌아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예금금리가 연 4%대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예금금리가 연 4%대를 넘어 연 5%대까지 올랐을 때는 채권으로 조달이 어려워 예적금에 의존해야 했다"며 "지금은 채권 등 조달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때만큼 예금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예적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요구불예금은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02조8237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원 이상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대로 입출금이 자유로우며 주로 단기성 자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진 저축성 예금으로의 이동에 요구불예금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