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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독서단상(讀書斷想)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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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독서단상(讀書斷想)Ⅱ
  • 이균성 기자
  • 승인 2009.04.1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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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을 골라 어떻게 읽는 가는 개인적인 개성만큼 차이가 뚜렷하다. 애초 나는 주로 사회적 이슈를 크게 제기한 책을 주로 읽어왔다. 그러나 아무리 그 이슈가 강하고 여론 주도적이라 하더라도 저자마다(번역자를 포함하여) 글쓴이의 개성이 흠씬 묻어나는 책을 선호한 편이다.

좋아하는 작가나 저자를 만나면 한동안은 그이의 책만을 찾곤 한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선호하는 글쓴이의 책에서 언급된 다른 책들도 때론 집요하게 구하여 읽어보곤 한다.

 글과 문장은 모름지기 리듬을 타듯이 읽기가 좋고 논리의 전개에도 큰 흠이 없으면 좋을 터이다. 조화로운 구성과 독특한 사고,  빼어난 성찰이 얹혀진다면 금상첨화다. 그렇지 않은 책들은 마치 간이 덜된 음식처럼 손이 쉬 가지 않으며 문맥이 곧잘 끊어지고 읽기에 난삽한 책들은 슬그머니 한구석으로 밀쳐진다.

개성이 강한 책들은 마치 TV '인간극장‘ 류의 다큐멘터리처럼 저자들의 절절한 체험을 통해 쓰여 진 책들이 많다. 그것이 사지(死地)에서의 체험이든 긴 영어(囹圄)의 생활이든 혹 종교적인 신비체험이든 시대와 개인적인 상황에서 탄생된 성찰의 기록들이다.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 한다면 김지하 시인과 윤노빈 교수,  故 김 현(문학평론가)과 신영복 선생, 그리고 박상륭 소설가의 책에 나는 무척 빠져있다. 김사인 시인과 고종석 기자의 책도 즐겨 찾기는 마찬가지다.

김지하 시인은 민족전통사상을 무한한 시인의 상상력으로 풀어내지만 그 내용 또한 깊고 풍부하다. 윤노빈 교수를 통해서는 정확한 우리말을 통한 사유의 체계잡기를 배울 수 있다. 바른 사유는 곧바로 올바른 실천으로 이어지니 그 고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문학평론가 김 현의 책을 통해서는 타인의 글을 정확하게 읽고 표현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 좋다. 박상륭 소설가는 어떠한가. 단지 서너권의 소설책으로 수많은 신도무리를 따르게 하는 신흥종교(?)를 창설하였으니 그 참맛은 그이의 책을 읽어보지 않고는 짐작하기 어려우리라.

수년의 세월을 두고 한 귀절 시 가락을 얻어가는 김사인의 감수성과 시적 겸허함은 수없이 나를 돌아보게 하고 언어의 마술사 고종석 기자의 글은, 그러기에 글쓰기는 오랜 공부의 끝에 도달하는 그 무엇임을 숙연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주변의 잡사를 두고 어떻게 성찰하며 자신을 돌아보는지를 신영복 선생의 글들은 또박또박 친근하게 가르치고 있음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랜 세월 인류가 남긴 고전들이다. 요즘의 책들과 비교하여 간혹 재미가 들하고 트랜드에 뒤쳐졌다 할지라도 이 책의 행간을 뚫고 지나간 여러 사람들의 고뇌와 상상, 성찰의 자욱을 떠올리면 일생의 필독서로 대우 받아야 마땅하다.
고전들도 뛰어난 저자들에 의해 새로운 해석을 입어 독특한 비교독서의 맛을 제공하기도 한다.(예컨대 시오노 나나미가 쓴 '군주론'의 마키아벨리 관련 저작과 김용석의 '철학정원'을 떠올려 보라.)
 
평소 존경하는 분이 권해주는 책은 더없이 소중하고 은혜롭다. 어느 날 서점으로 나를 부른 은사님이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구입하여 ‘감옥이란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이 분의 글과 사색은 참으로 맑고 청아하다’는 말씀을 붙여 선물하셨다. 이 책은 내 삶의 반려자가 되었고 은사님을 따라 주변에 자주 권하는 책이 되었다.
 
그러나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글 읽기는 스스로 글을 써 보는 데에서 비로소 촉발된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스스로의 부족함과 모범으로 삼는 문장에 대한 고마움을 절로 배가시킨다.

타인의 글과 책을 쉽게 구하고 편히 읽다가 처음 스스로 글을 만들 때의 그 난감함과 참혹함이란, 그러니 편하고 평소 대수롭지 않게 메모하는 버릇과 자기만의 일기를 써 보는 습관도 그 가치는 참으로 귀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억지로라도 글 쓰는 습관을 두고두고 길러  읽고 쓰는 창조적인 공정 전체를 오롯이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터이다.

 ‘참으로 옛것을 모범으로 삼되 변통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내되 법도가 있게 할 수 있다면 지금 글이 옛날 글과 같을 것이다’ (연암 박제가  '초장집' 서문)
 
강희철(김해문화재단 기획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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