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매일 PDF 지면보기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최근 김해종합뉴스
행복1%나눔재단 희망캠페인
함께해요 나눔운동
時도 아닌 것이
행복밥집
TV 방송 영상
커뮤니티
다시보는 부끄러운 김해 현장
칼럼) 한국은 스승의 날, 미국은 교사의 날
상태바
칼럼) 한국은 스승의 날, 미국은 교사의 날
  • 영남방송
  • 승인 2009.05.15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ㅡ한국은 스승의 날, 미국은 교사의 날 

노창현
뉴시스 특파원

한국에서 어린이 세상이 열린 지난 5일은 미국에서도 특별한 기념일이었습니다. 설마 하니 '미국도 어린이날?' 하고 생각하시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언젠가 미국은 일년 365일이 어린이날인데 구태여 어린이날을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해학적인 설명을 드린 기억이 납니다.

미국은 5월 5일이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본래 스승의 날은 1944년 위스콘신주의 교사였던 라이언 크럭이 공로가 많은 교사들을 기리는 날을 지정해 달라는 청원으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의회에서 정식으로 선포된 것은 1980년 3월 7일 이었습니다.

1985년부터 5월에 스승의 날 주간이 만들어지면서 매년 5월 첫 화요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화요일이 5월 5일 이어서 한국의 어린이날과 겹친 것이지요.

사실 미국에서 기리는 스승의 날은 정확히 말하자면 ‘교사의 날’입니다. 그런데 교사라는 단어가 스승과 비교해서 어감이 천양지차입니다. 옛 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시피 '스승'에서 느껴지는 존경과 권위의 이미지가 '교사'에서는 전혀 우러나오지 않습니다. 단지 직업적인 정의만 있다면 너무 매몰찬가요?

스승은 정말 특별한 존재입니다. 임금과 부모와 스승은 동격이라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을 보아도 그렇고 예로부터 임금의 선생을 스승이라 불렀다는데 어찌 교사와 비교되겠습니까.

알고 보니 스승은 본래 여자무당을 일컬었는데 무당은 고대 모계사회에서 대단한 지위를 누렸기 때문이라는군요. 그래서 함경도와 평안도 일대에서는 오늘날에도 무당을 스승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이구요.

우리네 스승의 날이 5월 15일 이라는 것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날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인데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스승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국에서 스승의 날의 유래는 1958년 5월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세계 적십자의 날을 맞아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교사들을 위문하기 시작하면서 제정 여론이 일었습니다. 1963년 적십자 차원에서 5월 24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기념했고 이듬해 스승의 날로 이름을 바꿨으며 그 이듬해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5월 17일이 스승의 날이고 스승의 날을 ‘교사절(敎師節)’이라 부르는 중국은 9월 10일인 반면 대만에서는 9월 28일로 제정하고 있습니다. 9월 28일은 공자탄신일로 본래 1939년 8월 27일로 했다가 1952년부터 양력으로 환산하게 됐습니다.

내친 김에 스승의 날을 기리는 나라들이 얼마나 되는지 위키피디아 닷컴을 통해 찾아봤습니다. 알바니아부터 베트남까지 대략 40개 국으로 파악되는데 가장 역사가 오랜 나라는 폴란드로 1773년 당시 스타니슬라브 아우구스트 왕이 10월 14일로 제정했다고 합니다.

스승의 날이 가장 빠른 나라는 2월 첫째 주말을 기리는 몽골이고 가장 늦은 나라는 12월 1일을 제정한 파나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어지간한 나라마다 스승의 날을 기리는 것을 보니 역시 교육자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런데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스승의 날 영문 자료에서 유독 한국에 관해 남부끄러운 대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촌지 문제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학교들이 이날 휴교를 하는데 값비싼 선물 등 무분별한 뇌물을 교사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힐만큼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스승이라는 고결한 단어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현실에 한국의 스승의 날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기념일이 되버린 느낌입니다.

어쩔 수 없이 미국과 비교하게 되는군요. 아이와 함께 학교를 처음 방문한 날 안내 가이드를 자청하는 교감 선생님, 아직 만나지도 않은 아이한테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편지를 보내준 담임 선생님, 학기가 끝나고 건넨 보잘것 없는 선물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감사의 카드를 보내주는 선생님…….

물론 미국에도 수준 미달의 한심한 교사들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정직하고 참교육의 길을 걷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양국이 비교되는 것은 스승을 지나치게 숭모의 대상으로 삼은 나머지 현실적인 제재를 도외시한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령 미국에선 교직원들이 개인이나 학부모 기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물의 한도를 50달러 미만으로 제한합니다. 또 학급생들이 기금을 공동 모금할 때도 학기 중에는 일인당 5달러 학기 말에는 7달러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이따금 일부 한인 학부모들이 한국식으로 과도한 선물을 건넸다가 망신을 당하는 일도 생기지만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은 교사들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행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많은 미국 선생님들이 한국 학생들의 예의와 공손한 태도를 너무도 좋아하는 것을 봅니다. 선생님에 대한 경배(敬拜)가 동서를 떠나 인정받는 것을 보면 한국식 스승의 날이 미국에 정착하는 것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촌지는 빼야겠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