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금단의 선 넘어…“힘 합쳐 평화 새 역사를” |
7년만에 다시 손 잡은 남북 정상…“반갑습니다” |
“반갑습니다.”(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초 예상을 깨고 직접 공식 환영식장인 ‘4·25 문화회관’으로 노 대통령을 마중 나온 김정일 위원장은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반갑게 악수를 청하고 “반갑습니다”라며 환영의 인사말을 건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노 대통령의 공식 환영식장 도착시각에 맞춰 ‘4·25 문화회관’에 전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광장은 삽시간에 함성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노 대통령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길 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평화 위해 하나하나 실천해나가자”
■ 노무현 대통령 평양도착 성명 북녘 동포와 평양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환영에 마음속 깊이 뜨거운 감동을 느낍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북녘 동포 여러분께 남녘 동포들이 보내는 따뜻한 인사를 전합니다. 남북은 지금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보면서 더 큰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간절할수록, 우리의 의지가 확고할수록 그 길은 더욱 넓고 탄탄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입니다. 지난날의 쓰라린 역사는 우리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이 땅에 평화의 새 역사를 정착시켜 나가야 합니다. 평화를 위한 일이라면 미루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갑시다. 진심과 성의로써 정상회담에 임하겠습니다. 7천만 겨레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북녘 동포 여러분께서도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함께 뜻을 모아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2007년 10월 2일 대한민국 국가원수 최초로 걸어서 군사분계선 넘어
군사분계선을 10m 쯤 앞두고 노 대통령은 남쪽을 향해 돌아서서 “오늘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날이라서 가슴이 무척 설레는 날이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선 심경이 착잡하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을 전했다. 차분한 얼굴에 여유가 있었지만 발걸음에 실린 역사의 무게를 느낀 듯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 노무현 대통령 군사분계선 통과 메시지 국민 여러분 오늘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날이라서 가슴이 무척 설레는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선 심경이 착잡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입니다.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우리 민족들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발전이 정지돼 왔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수고해서 이 선을 넘어가고 또 넘어왔습니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장벽은 무너질 것 입니다. 저의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그런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잘 다녀오겠습니다. 평화체제와 공동번영에 실질적이고 구체적 진전 이룰 것
■ 노무현 대통령 대국민 연설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부터 사흘간 평양을 방문합니다. 취임 전후의 긴박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제 한반도 정세나 남북관계가 정상회담을 열 수 있을 만큼 변화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스럽고 기쁩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이번 정상회담은 좀 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새 길을 열었다면, 이번 회담은 그 길에 가로 놓여 있는 장애물을 치우고 지체되고 있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회담이 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의제들이 논의되겠지만, 무엇보다 평화 정착과 경제 발전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비핵화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는 궁극적으로 남북의 합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속도를 내는 데 있어서는 남과 북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회담이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하는 회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경제 협력은 많은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많은 장애가 있습니다. 국제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남북간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 장애도 적지 않습니다. 이 장애를 극복하지 않고는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이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입니다. 군사적 신뢰구축과 인도적 문제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회담에 거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요구를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제안한 의제들, 정상회담 추진위원회에서 검토된 의제들,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의제들이 있습니다. 국민의 기대를 최대한 의제에 반영하고 결과를 얻고 싶은 심정이나, 한 번의 만남으로 이 많은 과제를 소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이번 회담에서 논의하고 성사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몸을 사리거나 금기를 두지도 않을 것입니다. 역사가 저의 책임으로 맡긴 몫이 있을 것입니다. 이 시기 우리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토대로 제게 맡겨진 책임만큼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합의를 이루기 위하여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할 것입니다. 많은 합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상호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신뢰를 더할 수 있다면 그것도 중요한 성과일 것입니다. 저는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멀리 보고 큰 틀에서 생각한다면 남과 북이 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북녘 땅을 향해 출발하겠습니다. 이틀 후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평양=공동취재단, 이희영 (woody@korea.kr) 자료/국정브리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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