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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공(盧公)이 사는 봉하마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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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공(盧公)이 사는 봉하마을은...
  • 이균성 기자
  • 승인 2008.03.29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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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前 대통령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필명을 하나 지었다고 한다.
노공이산(盧公移山).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하려다가 먼저 잡은 사람이 있어 할 수 없이 그렇게 지었단다. 우공이산이란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말. 어떤 일이든 꾸준히 노력하면 마침내는 이룬다는 것이 사전에 나온 뜻풀이다.

하긴 노 전 대통령도 한 때는 세칭 '바보 노무현'으로 통했으니 그렇게 '어리석은 영감' 우공(愚公)의 필명을 짓는다는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진짜 바보(?) 愚公이 필명마저 뒤늦게 잡으려다 놓치고 盧公으로 쓰기로 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

그 盧公移山이 27일에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라는 편지 한장을 홈페이지에 남겼다. 귀향 후 올린 다섯번째 편지. "업무환경체계 잡고, 홈피 관리하고, 일정 관리하고, 손님맞이 하고, 이런 일상적인 일들도 벅찬데, 벌써 며칠째 동네 청소하고, 장군차 나무 심고, 장군차 시범마을 다녀오고, 동네사람들과 친환경 농업에 관해 토론하고, 이런 일까지 하자니 정신들이 없나 봅니다. 한 달째 아직 하루도 쉬지 못한 모양입니다."라고 귀향 한달을 지낸 생활과 심경을 표현했다. 

친구가 사온 생선회를 먹으면서 반주로 곁들인 인근 마을에서 담근 산딸기 술이 "지금까지 먹어 본 와인 중에는 그 중 입에 짝 붙는다" 며 자랑하기도 하고 바깥 세상과의 토론을 위해 만드는 '민주주의 2.0'이라는 웹 사이트의 운용에 대해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를 보려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점심은 물론 차도 한 잔 못 드리고, 그렇다고 무슨 편의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별로 볼 것도 없으니, 손님들에게는 마냥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악수도 해보고 사진도 찍어 드리려고 하는데..." 라고 안타까움을 전한 그 하루 뒤인 29일 토요일.

 그날도 봉하마을에는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들었고 그의 사저 앞에는 100여명의 인파가 모여 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달라'는 관광객들의 성화에 '하루에도 대 여섯번은 문밖으로 나와야' 한단다. 마을 뒷산에 김해의 명물 '장군차'나무를 식재하는 계획이 잡혀있는 듯 했다. 이미 큰 무리를 이룬 '노사모' 회원 30여명은 산 중턱 곳곳에서 나무심는 작업을 시작했다.

식재행사장으로 가기에 앞서 사저 주위에 몰려든 인파들을 위해 잠시 자리를 같이 한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변변치 않은 곳을 찾아주셨는데 차라도 한잔 대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연설 도중 관광객이 데리고 온 아이를 보고 "저 아이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 보니까 아마 남자아이일 것 같다" 고 농담을 하고는 "내가 얼마 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었는데 이제는 별 볼 일 없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광주에서 온 한 관광객이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귀향을 택한 대통령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 이라고 말하자 노 전 대통령은 "두 페이지가 아니고 한 페이지요?" 라고 되물으며 크게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관광객이 "이제 봉하마을 이장(里長)이라도 한번 하시지요" 라고 농담을 던지자 "그 이장자리 잘 내어놓으려고 하겠어요?" 라고 말해 좌중은 또 한차례 웃음이 터졌다. 관람객들을 위해 카메라 서비스를 할 시간이라고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이며 손님들을 맞은 노 전 대통령은 장군차나무 식재를 위해 자리를 떴다.

주말 봉하마을에는 광주, 전남, 경북, 경남 번호판을 단 버스 10여대가 눈에 띄였고 3군데의 주차장은 전국 각지에서 온 차량들로 가득 찼다. 이날 마을 안내소 안내원은 1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25일에도 마을 뒷산에 장군차나무를 심었다. 장군차는 가락국 수로왕의 왕비였던 허황옥이 인도에서 김해로 올 때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차는 대부분 중국 소엽종(小葉種)인데 비해 장군차는 인도 대엽종(大葉種)으로 탄닌성분이 높으며 온화한 덟은 맛을 낸다고 한다.

그가 마을을 청소하고 장군차나무를 심고 마을 뒷산을 오르고 화포천을 거니는 이유...이제 김해는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진원지로 자리잡아 간다. 노공(盧公)이 산을 옮기려는(移山)것이 무엇인지 서서히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어떤 일들이 전해질까? 盧公移山의 다음 소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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