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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나는 북 경제 잠재력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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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나는 북 경제 잠재력을 보았다
  • 조유식 기자
  • 승인 2007.10.17 0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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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을 다녀와서 ④...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지난 열흘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의미를 국내외에 알리느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언론계든 재계든 경협 성과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한 것으로 보여  고단함 보다는 뿌듯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렇게 급한 불을 끄고 나서 지난 주말에 나는 2박3일 협상의 전과정을 돌이켜 보았다. 그러면서 방북 성과 리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북한이 변하고 있고 변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남북은 서로 충분히 신뢰한다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었고  이는 경협의 속도와 폭에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신뢰는 사업합의 못지않은 자산이고 이번 회담에서 확보한 매우 소중한 성과물이다.
남북경협을 통한 북한의 경제회생 의지는 먼저 회담장의 언어에서 드러났다는 것이 나의 평가다.

양 정상의 대화는 구체적이고 솔직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사벨트인 서해를 평화특구로 만들자는 남쪽 제안을 원안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군부를 설득했다”고 토로했다. 군이 당에 앞서는 ‘선군 정치 체제’의 국방위원장이 직접 설득에 나섰다고 밝힌 점, 그리고 ‘다른 무엇을 대신 달라’는 식의 조건을 달지 않았다는 점에서 협상용 수사라고 할 수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오전 보좌진들과 함께 백화원 영빈관 정상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가운데 권오규 부총리.


노무현 대통령도 굳이 우회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다. 첫날 김영남 위원장과의 회담장에서 북한은 ‘자주’를 역설했다. 수십년간 한 글자도 바꾸지 않았을 법한 구호성 논리였다. 더구나 이미 연설로 바뀌어 있었다. 배석한 수행원들은 대통령의 안색을 살피며 불안해 했다. 1시간이 넘어서고 있었다. 조마조마했다. 대통령은 인내했고, 마침내 연설이 끝났다.

그 긴 훈화식 설교를 묵묵히 다 들은 대통령은 그러나 이 ‘근본문제’에 대해 논쟁하지 않았다. 그리고 “들은 것으로 하겠다. 내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같은 논의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짧게 언급했다.

그리고 이튿날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단순명료하게 핵심을 찔러나갔다.
대통령은 “자주는 중요하지만 각국마다 다르다. 제3의 길을 제시한 앤서니 기든스는 (당당한 자주국가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영국은 미국의존적이니 자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적이 있다. 남한도 오랜기간 미국의 원조를 받고 의존했지만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자주적인 정책을 펼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자주란 국제적인 환경을 자국에 유리하게 움직이는 능력이다. 고립과는 다르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에는 BDA(방코델타아시아) 사태때 중국마저도 북한돈을 받아주려하지 않았다. 이것은 고립이며 자주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묘한 긴장이 흘렀다. 하지만 북한은 고립이라는 ‘듣기 불편한’ 말을 참아냈고, 또 대통령의 논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수긍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후 오후 회담에서 더 이상 이념적 문제는 논의하지 않고 바로 구체적인 경협의제를 하나하나 다루게 되었다.
북한의 변화의지는 경협의제를 다루는 태도에서도 드러났다.

북한은 과거와 달리 실용적이고 유연한 방법으로 협상을 풀어갔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은 남쪽이 제시할 예정이었던 많은 의제들을 이미 충분히 검토해놓은 상태였다. 그는 의제별로 “그건 좋다”, “이건 이런 문제점이 해결되면 가능하다”, “어렵다” 등등 명쾌하게 접근했다. 대통령께서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국정 구석구석을 소상하게 꿰뚫고있어 상당히 놀랐다”고 표현한 그 대목이다.

한층 유연해진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어려운 의제가 나오면 근본문제로 돌아가곤 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즉시 자기네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이견을 빠른 속도로 조정해서 하나하나씩 결론을 맺고 넘어갔다.

남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담 준비 기간에 각 부처들은 ‘장기적이고 의욕적인’ 의제를 많이 제시했다. 그러나 청와대 회의 과정에서 그런 의제는 대부분 걸러졌다. 대통령께서도 실천가능한지, 우리 재정으로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인지  기업들이 투자기회라고 느낄 수 있는 사업인지, 남북에 서로 이익이 되는지, 공동번영에 기여하는지 등을 따지라고 여러차례에 걸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었다.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회에서 정상회담의 성과를 밝히고 있다.

이런 실용적인 접근 덕분에 남북은 짧은 기간에 조선, 관광, 특구, 자원개발, 농업, 보건의료, 과학기술 등 포괄적인 분야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지역적으로도 북한의 서쪽(해주), 동쪽(안변), 북쪽(백두산) 등이 포함되었다. 개성공단이라는 (거)점을 시작으로 점이 선으로 바뀌고, 다시 선이 면이나 입체로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이런 의지가 경제회생으로 이어질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많은 변수가 있지만 이 부분에서도 내게 “가능하겠다”고 믿음을 준 것은 아리랑 공연과 서해갑문이었다.

아리랑을 보면서 느낀 것은 사람에 따라 매우 이질적일 것이다. 난 공연을 보면서 이런 ‘집단주의적 열정과 조직화 능력’이 경제개발의 잠재력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경제개발 방향과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전제에서다.

4일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갑문을 둘러보고 있다.
이번에 시찰한 서해갑문도 마찬가지다. 규모는 우리 새만금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80년대에, 자체설계와 자체기술로, 변변한 중장비도 없이, 5년이라는 단기간에 8km의 방조제를 만들었다.

방향이 정해지면 이를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기술적·조직적 잠재력이 있다는 점은 경제개발 초기에 매우 효율적인 덕목이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근면성과 빠른 기술습득 속도는 과거 우리의 개발과정과 다를 점이 없었다. 이와 같은 근면성과 능력을 체계적으로 훈련해 나간다면 분명히 가능성이 엿보인다. 또한 옥류관의 대고객 서비스 개념, 건너편 청류관과는 경쟁력이 다르다는 자부심, 북한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자발적 상거래와 인센티브제도 등도 경제재건이 성공할 것이란 징후로 읽힌다.

지금 지구촌의 많은 개도국들은 정치체제가 어떻든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고용을 늘리고, 수출을 늘리고, 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의 경제개발을 택하고 있다. 경제개발이란 사실 농업혁명을 통해 경제체제를 일정 정도 안정시키고, 수출주도형 공업성장으로 투자여력을 축적하는 과정이 아닌가?

남한은 세계가 인정하는 이런 개발경험을 갖고있다. 자본과 기술도 있다. 때문에 이미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우리의 개발경험에 기초한 경제개발 컨설팅을 지원해주고있다.

지난 10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한국언론재단 포럼에 참석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남한에게 우리는 저임금 노동력일뿐”이라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저임금은 베트남에도 중국에도 많다. 남북경협은 ‘저임금 활용’이 아니다. 남북경협은 북한에게는 고용창출, 기술인력 훈련, 수출증대, 농업안정 등을 통해 경제회생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남한에는 새로운 투자기회 창출과 국가 리스크 완화를 통해 중국과 일본에 끼인 한국경제에 또 한번의 도약 모멘텀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동북아의 정치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역내 협력이 강화됨으로써 장기적으로 동북아 평화번영에 기여할 것이다.


경협 후속조치를 논의할 남북경협공동위원회가 머지않아 개최될 예정이다. 이 위원회의 남쪽 위원장으로서 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그 솔직함과 실용성, 그리고 경협의지를 북한의 관료들이 후속회담에서 보여주길 기대한다.

서로간 토의가 가능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 핵심을 피하지 않고, 생각하는 바를 모두 끄집어내서 이야기하는 이런 회담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방북 성과다. 진솔한 대화는 신뢰로 이어지고, 신뢰의 축적은 후속회담의 보따리도 묵직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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