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나
-제국의 왕초-
이한나
애지중지 키우는 남편의 애견 여덟마리가
제국의 아침을 일으킨다
현관문 기척소리가 나기 무섭게
제각기 목청대로 오-오우, 끄르릉 끄응, 우웅우웅~
그들만의 하늘같은 [왕초]를 반겨 준다
꼬리 떨어져나가도 좋네, 몸놀림박자“충성”을 외치는
견군지망생들
밥그릇 흔들고 물통 뒤집어 환영하고 앞발로
하늘에 합장하는 맹호군사들
주둥이로 후비고 요리조리 꼬아대는 교태
꿈틀대는 생명의 경쾌한 교감
그들 제국의 왕초는 아내의 한 남편보다 단연 윗수다
반갑게 인사 받는 아침마다
먹이 넣어주고 쓰다듬고 보살피는 생명체에게
약 발라주고 새끼 돌봐주고 산후조리 챙겨주는
정을 솟드리는 이 순간들의 감성은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애착심과
똑같은 소중함을 느끼나보다, 남편은
봄 겨울 계절 없이 부움한 새벽시간
늙은 게으름에서 벗어나
무감각한 차가운 운동기구에서 땀 흘리기보다
더 운동되고 더 재미 붙이는
애견파트너와 움직이는 분주한 아침은
조찬朝餐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나요 남편은, #
* 서울출생
* KBS방송국 성우 역임. 경남문협 회원
* 김해 벨라회 부회장
* 시집 <이슬방울보다 작은 마음>
* 수필집<황혼에서 신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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