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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년 후 추석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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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년 후 추석날 아침에
  • 김병기
  • 승인 2014.09.13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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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유치관리팀장

민족대이동의 추석이 올해 처음 도입한 대체공휴일 때문인지 몰라도 다소 교통 혼잡이 없는 가운데 끝났다. 세월호 참사로 옳고 그름의 극심한 대립 속에서도 어김없이 추석은 찾아왔고 또 그렇게 이 땅의 어머니 희생이 강요되었다. 시중에는 며느리가 가짜 깁스를 시댁을 찾았더니 시어머니가 먼저 깁스를 하고 있더라는 별로 유쾌하지 못한 농담이 떠돌아 새삼 추석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기들 먹으려고 차리는 음식이지 조상님귀신이 정말로 와서 드시는 음식은 아니지 않느냐’며 지역에 따라서는 자녀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치킨을 제사상에 올린다 하지만, 대다수는 아직도 어동육서(魚東肉西)의 전통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추석 음식 장만으로 고부와 동서 갈등이 유발하는 요즘 세태를 두고 선비정신으로 무장한 백년 전 조상님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못한 후손을 두어 부끄럽다 할까. 아니면 잘난 후손을 두어 자랑스럽다 할까.

백년 후인 2114년 추석날 아침이다. 벽걸이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형형색색의 제물에다 그래도 삼실과(대추, 감, 밤)는 있어야겠기에 제법 실한 놈을 골라 배열해 놓고 절을 올린다. 이어 미국에 사는 큰아들 내외도 들어와 절을 올린 후 음복주를 마신다. 이리 간편하게 제사를 올리며 되는 데, 백년 전 조상님들은 왜 미련하게 가짜 깁스 소동에 고향을 찾느라 교통사고로 소동을 벌렸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조상님 음덕으로 오늘의 우리가 있기에 조상님을 모신 산소도 잘 살피고 제사도 잘 모셔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추석이 되면 음식장만 불만에 그동안 쌓였던 갈등이 폭발해 이혼하는 가정이 증가하고, 극심한 교통체증에 각종 사고로 정말로 우리 조상님이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정말로 조상님이 있다면 이 모든 불만을 해소하는 방책을 알려줘 후손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지혜를 주었을 것인데.

아들 오형제로 자란 탓에 남들처럼 알뜰하고 살뜰하지도 못하지만 사려 깊은 형수님과 제수씨를 만나 제물을 해마다 돌아가면서 마련하고 있다. 올해 우리 집이 과일 당번이다. 철보다 빠른 추석이라 과일 값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걱정했는데 정성어린 농부의 손길로 실하고 보기에도 먹음직한 과일을 싸게 골랐다. 형님들은 생선과 나물을 동생들은 떡과 부침개를 준비하여 모였기 떠들썩한 추석이었다.

백년 후 추석날 제사를 지내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화상만남을 갖는다. 설날에 본 손자가 제법 어리광을 부리고 유치원에 갓 입학한 손녀는 어깨춤에 노래를 부른다. 서울 며느리는 건강에 좋은 비타민을 보냈다는 인사를 한다. 고향 찾아 오가는 이 없기에 교통체증도 없고 각종 사건사고도 별로다. 오늘이 추석이 맞는데 사람 사는 재미가 영 아니다. 아옹다옹 사람냄새가 물씬 나고 빈집털이 대비와 교통사고 대처를 고민하던 그때가 그래도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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