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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고구마 파는 서울 총각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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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고구마 파는 서울 총각으로 변신
  • 경상도 촌놈 조유식
  • 승인 2014.09.29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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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력 무학으로 기자가 되기까지<22>

김해여고의 정직도 임직도 아닌 신분으로 그저 연세가 많은 학교 주사를 좀 도와주라는 차원에서 보조역할을 했던 어정쩡한 신분이었던 필자가 김해여고를 그만두기는 했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김해여고는 당시 운동장을 새로 조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동장 전체가 풀밭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여고라는 특징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누구도 학교 담을 넘지 못하게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했다.

탱자나무라는 것이 수시로 옆으로 튀어나오는 성질이 있어 튀어나온 가지를 잘라주어야 하고 운동장의 잡풀도 지속적으로 뽑아 주어야 했다. 그리고 운동장 한구석에 부어 놓은 마사 모래로 운동장이 패이거나 내려앉아 빗물이 고이는 곳에 갖다 붇고 운동장을 고르는 일도 해야 했다. 그 많은 일을 학교 주사인 최씨 어르신 혼자서 다 하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교감 선생님이 최씨 일을 거들어 주고 또한 학교시설을 하루빨리 정비하고자 하는 뜻에서 필자를 최씨의 보조심부름꾼 임시직으로 고용했던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필자를 고용했겠지만 키 170에 몸무게 61킬로의 조금은 잘생긴 얼굴의 서울 총각의 등장이 여고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모양이다. 때문에 학교에서는 필요했지만 만약의 사고를 막고 학생들의 수업집중을 위해서 서울 총각은 그렇게 짤린 것이다.

필자가 짤린 것이 억울하다기 보다 아쉬웠던 점이 더 많았다.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학교의 잡일에 힘들어하시던 최씨 어르신이 필자가 들어가 힘든 일들을 도와 드리자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필자가 그만두게 되어 또다시 최씨 어르신이 고생하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학교에서 쫓겨난 필자에게 누나의 수양아버지이신 여고 교감 선생님께서 고구마 장사를 해보라고 하셨다. 교감 선생님이 고구마 파신 곳에 배달도 해 주고 용돈도 벌어 쓰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선생님의 고향인 진주농장에서 수확해 왔다는 고구마를 화물트럭 3대분이나 싣고 와 대성동 논실 사택 앞 공터에 부어놓고 가마니로 덮어 놓았다. 그리고 중고 리어카 한 대와 저울을 사 주시며 저울 눈금마다 표시를 해두고는 여기까지는 얼마를 받고 여기까지는 얼마를 받으라고 일러 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선생님이 사주신 그 저울을 딱 한 번만 쓰고 두 번 다시 쓰지 안 했다.

왜냐하며 필자가 동상동 시장 그릇 집에 가서 플라스틱으로 된 큰 대야 3종을 사서 고구마를 담아 저울에 올려 무게를 측정하여 사용했기 때문에 저울이 필요가 없었다.

작은 대야의 고구마는 1000원 중간은 1500원 큰 대야는 2000원씩으로 대충 퍼 담아 싸게 팔았다. 리어카를 끌고 대성동 서상동 동상동 일원에서만 고구마를 팔았는데 제법 잘 팔리기도 했다.

어쩌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김해여고생들과 마주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고구마 한 개씩 나누어 주기도 했으며 여고생들이 집으로 가지 않고 필자의 고구마 리어카를 밀면서 졸졸 따라다니기도 하여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진주 고구마가 달고 맛있다는 소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학교 선생님들께서도 교감 선생님을 통해 주문하여 집집마다 배달을 많이 하기도 했다.

배달을 갈 때마다 사모님들께서 추운데 고생한다며 커피를 끓여 주기도 했는데 그때 참 고마웠고 감사하기도 했다. 난생처음 낯선 타향에 온 지 한 달여 만에 두 번째 직업이 되어버린 고구마장사도 서울 말씨 덕분에 고구마 파는 서울 총각으로 알려지면서 트럭 3대분의 고구마도 그렇게 다 팔았다.

40여 년이 지난 오늘, 그때 서울 총각 고구마를 사 주신 은혜로운 분들께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린다.

달고 맛있는 진주 물고구마를 구입하신 김해 농업고등학교 축산과 모 선생님의 사모님께서 고구마 배달 온 필자를 보고 하시는 말씀 "천날 만날 물고구마만 먹어 왔는데 또 물고구마라니 진절머리난다"는 말씀에 그 자리에 계시던 여러 사모님께서 깔깔 되고 웃으셨는데 필자는 한참 후에야 그 큰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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