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확충하고 정책 효율성을 높이면서 ‘할 일은 하는 정부’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어왔다. 최근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정부규모 논란은 개방과 경쟁이 지배하는 시장 권력 시대에 정부의 역할과 규모에 대한 건설적 논의보다는 몇몇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비판으로만 쏠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나라마다 제 몸에 맞는 정부의 크기와 기능을 갖추어야 하고,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브리핑>은 정부 규모과 관련,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비판과 왜곡의 진실을 따져보는 ‘정부규모 논란, 이제는 바로 봅시다’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정부가 어떤 시스템을 통해 인력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부 역할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우리 정부 인력운용의 현장도 다녀왔다. 올바른 정부 역할과 규모에 대한 보다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빨리빨리!” 세계 속에 한국을 대표하는 어휘 중 하나다. 한국어로 인사할 줄도 모르는 외국인이 ‘빨리빨리’라는 말만큼은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 느린가?” 이런 ‘빨리빨리’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공무원들의 일처리 속도가 마음에 들 리 만무하다. 절차와 규칙을 하나하나 따지고, 몇 단계의 결재를 통과해야 겨우 처리되는 행정절차는 기본적으로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항 등의 출입국 수속절차도 국민들 ‘속 터지게’ 만들었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였다. 수속이 가장 짧은 출국 시에도 보통 20분 가까이 걸렸고, 입국시에는 대기시간이 30분을 넘어서는 일이 다반사였다. 물론 외국인이 입국할 때는 훨씬 더 오래 걸렸다. 붐비는 시간대일 경우, 출입국 수속장소는 거의 ‘시장바닥’이요, ‘아비규환’이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성호경 씨(36세)는 이렇게 말한다. “해외출장이 잦아서 자주 외국에 다녀오는 편인데 출입국 수속 때 길면 30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어요. 한국 사람이 한국공항 이용하는데도 그렇게 기다려야 하니까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죠. 그런데 얼마 전부터 출입국 수속이 확 빨라 졌더라구요. 체감상 거의 서너 배는 빨라진 것 같아요. 이렇게 간단하게 해도 되나, 불안할 정도로…(웃음).”
인천공항에서 만난 승객들은 출입국 심사가 빨라진 것에 대해 만족스러워한다. 공항운영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이래, 이용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2006년 하루평균 8만3000명에 이른다. 성수기에는 가볍게 10만명을 넘어선다. 그런데, 출입국 수속은 예전에 비해 오히려 빨라졌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한 마디로 말해 공무원이 변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개개인이 변한 게 아니라, 시스템이 변했다.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의 용창식 반장은 “출입국 심사의 패러다임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과거에 출입국 관리라는 것은 통제 중심이었습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관리의 대상이지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서비스의 대상, 다시 말해 고객입니다. 출입국 심사 시스템의 혁신은 거기서부터 출발했습니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심사한다 시스템을 혁신한다는 것은 한두 개의 관행을 바꾼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준으로 전반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켜야 비로소 혁신이라 부를 수 있다. 내부반발 다독이며 인력배치 확 바꿔
출입국 심사과 김수남 계장을 비롯해 당시 인력배치를 전면적으로 바꾸려 했던 사람들은 당장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완장 찼냐”는 비난도 들려왔다. 그러나 1년 반에 걸친 노력은 차츰 실현되어 갔다. 40~50명 단위의 ‘과 체제’가 10명 단위의 ‘팀 체제’로 전격 전환됐고, 유동적인 승객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그때그때 순발력있게 대응하게 됐다. 물론 입국, 출국의 구분도 사라졌다. 세계 최고의 출입국 심사 시스템으로 인정받다 이런 힘든 노력은 결실을 맺는다.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칭찬릴레이’가 이어졌다. 출입국 수속은 빨라졌으되 APIS와 MRP 시스템에 의해 정확성은 더욱 높아졌다. 신속성과 정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정부가 방만하게 운영된다고? 일부 언론은 그동안 ‘정부가 방만하게 운영돼왔다’며 정부를 비난해왔다. “무능하거나 놀고먹는 공무원이 지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틈만 나면 혁신실적을 들먹이는 중앙정부에 그런 공무원이 더 많다는 걸 다 알고 있다.”(조선일보 2007년 3월16일자 사설에서) “(노 대통령은) 공무원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게 좋은 정부가 아니라는 말까지 했다. 공무원들은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그들을 복지부동(伏地不動)하게 할 수 있는 무책임한 발언이다”(국민일보 2007년 4월23일 ‘작은 정부를 공약하라’ 칼럼에서)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혁신을 했다고 해서 일반 기업처럼 특별히 두둑한 성과급을 더 주지도 않았고 업무전환으로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게 뻔한데도 출입국 심사시스템의 혁신은 실현됐다. ‘무능하거나 놀고먹는 공무원’이 그렇게나 많다면 기존 조직의 이런 ‘수술’이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복지부동’이 공무원 사회의 주류 정서라면 이미 수치로 성과가 검증된 다른 수많은 정부혁신 사례들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정부혁신은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이 한정된 인력을 가지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한 결과다. 정부가 인력규모를 키우기 위해 혈안이라고 비판하는 일부 언론들은 무조건 ‘큰 정부=나쁜 정부, 작은 정부=좋은 정부’라는 도식적인 잣대로 정부비판에 열을 올려온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정부 규모보다 효율성을 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