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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오토바이 수리 기술을 가르쳐 준 형님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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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 오토바이 수리 기술을 가르쳐 준 형님을 그리며
  • 경상도 촌놈 조유식
  • 승인 2014.11.11 12: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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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력 무학으로 기자가 되기까지<28>

누나의 반대를 무릎쓰고 차린 자전거 점은 생각만큼 수입을 올리지 못했다.

생각 끝에 약 50미터 옆에 있는 장씨 형님이 운영하는 오토바이 점에서 수리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대형 화물 자전거에 오토바이 엔진을 장착한 자전거 오토바이가 유행했기 때문에 오토바이 수리 기술을 배워 자전거에 부착하여 판매할 목적으로 장씨 형님에게 사정하여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으로 해보는 오토바이 수리는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의 자전거 점에서 자전거 수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더니 오토바이 가게에 불이 난 것이다.

만사를 제쳐 두고 오토바이 가게로 달려갔더니 장씨 형님과 형수님 그리고 이웃 주민들이 아우성이다. 이유인즉 불이 난 오토바이 가게 안쪽에 붙어 있는 부엌 옆의 작은방에 2살 된 딸이 자고 있다는 것이다.

소방차도 안 오고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을 본 필자가 이웃 옷가게에서 큰 타올에 물을 적셔 머리에 뒤집어쓰고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가 아이를 이불에 싸서 안고 불길을 헤치고 나왔다.

형수님이 가장 먼저 달려와 아이를 안고 통곡을 했으며 이웃 주민들도 박수를 치며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한참 후에 아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형님과 형수님이 오토바이 가게가 몽땅 타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필자를 보고 고맙다고 했다.

사실은 필자가 오토바이 기술을 배우면서 형수님이 차려 주시는 따뜻한 밥상을 그 작은 방에서 형님과 함께 먹곤했기 때문에 구조를 잘 알고 있었고 또 부산 동래에서 막걸리 배달을 할 때 세탁소 화재가 있었다.

드라이 세척 통에 휘발성이 강한 솔벤트를 붓다가 바로 옆에 있던 손님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켜는 순간 솔벤트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난 것이다.

이때 세탁소의 불길이 가게 중앙부터가 아니라 가게 벽면에서부터 타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오토바이 가게도 휘발유가 여기저기 담겨져 있었고 불길 또한 그때와 유사했기 때문에 불이 난 가게 중앙은 불길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가 조카를 구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오토바이 가게는 엔진 수리를 위해 작은 세숫대야에 경유를 담아 엔진을 깨끗하게 세척할 때 사용하는 데 엔진 속에 남아있는 휘발유가 경유가 담긴 세숫대야에 남아 있기도 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손님이 담배를 피우고는 꽁초를 경유 기름통에 버리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했던 것이다.

장 씨 형님의 형편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오토바이 가게를 다시 꾸민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보다 못한 가게 주인과 이웃들이 십시일반으로 협조하여 가게를 대충 꾸밀 수가 있었고 가게는 다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형님과 형수님은 아름다운 이웃과 가게 주인에게 늘 고맙고 감사하다며 더욱 열심히 가게를 꾸려 나갔다. 그때 이웃들의 정들이 없었다면 아마 장씨 형님은 대성동을 떠나야 할 형편 있었지만 대성동 사람들의 넘치는 인정 덕분에 오랫동안 가게를 할 수 있었다.

형님, 형수님! 뵙지 못한지 30년이 흘러갔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늘 넉넉한 마음씨로 남을 배려하시던 착한 형님과 형수님이 보고 싶습니다. 그때 불길을 헤쳐 나온 대단했던 그 조카도 이제 40대 후반이 되었으니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로 변해 있을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형님의 가르침대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편에 서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늘 부족하여 죄송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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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陽人 2014-11-15 17:35:05
그 시절이 그립네요. 1980년부터 2000년도까지 딱 20년이 가장 좋았던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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