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재연 장군기 136년만에 고국의 품으로...

1871년 신미양요 당시 미군에 전리품으로 빼앗겨

2007-10-29     조유식 기자
 
1871년 신미양요 당시 미군에 전리품으로 빼앗긴 어재연 장군의 깃발이 136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9일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어재연 장군기를 최장 10년간 장기 임대해 19일 항공편으로 들여온다고 밝혔다.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군에게 빼앗긴 어재연 장군의 깃발.  (사진=문화재청)

일명 ‘수자기(帥字旗, 진중이나 영문의 뜰에 세워진 대장의 군기)’로 알려진 어재연 장군기는 1871년 신미양요 때 강화도의 광성진 주둔 조선군 지휘관 어재연 장군이 사용했던 깃발로, 미군이 전투 과정에서 강탈해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 소재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보관해 왔다.

문화재청은 “애초 장군기의 영구 반환을 추진했으나 미국 해군사관학교 쪽에서 전리품의 반환은 법개정 및 의회와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해 장기임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군기는 2007년 10월15일, 16일 상태점검을 받은 뒤 19일 오후 5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어재연 장군기 공개설명회를 시작으로 내년 3월부터 국립고궁박물관, 인천광역시립박물관, 강화박물관에서 순차적으로 전시할 계획이다.

가로, 세로 각각 4.5m 정도에 재질은 삼베나 광목으로 추정되는 어재연 장군기는 구한말의 대표적인 수자기로 국내에서도 매우 희귀한 군사자료다.

이번 어재연 장군기 장기 대여는 해외 유출 문화재 반환의 새로운 형태와 방식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으며 비슷한 시기 프랑스로 유출된 외규장각도서의 반환문제를 풀어 나가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문화재청은 기대하고 있다.

광성진 전투는 1871년 어재연(1823~1871) 장군이 6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강화도 광성진에서 미국 해군과 맞서 싸웠던 전투로 미군의 전쟁사에는 ‘48시간 전쟁’으로 기록돼 있다. 미국 쪽 기록을 보면 이 전투에서 조선군은 430여명이 죽고, 20명이 포로로 잡혔다. 전사자에는 어재연 장군도 포함됐다. 미군 피해는 전사 3명, 부상 10명이었다.

조유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