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강금원 '공개변론'

2009-04-07     영남방송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7일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강 회장에 대해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고 공개적으로 변호하고 나섰다.

안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강금원 회장을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참여정부의 임기가 다 끝나가던 어느 날 "두고 봐라. 퇴임 후 대통령 옆에 아마 나 말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던 강 회장의 독백을 회고하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지난달 "강금원 저 친구가 대통령 도운 것 말고 잘못한 게 뭐가 있나. 솔직히 안 소장이나 노 전 대통령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제 그만했으면(그만 도와주라는 뜻) 됐다 싶다", "회사가 강 회장 1인 오너 회사인데 무슨 횡령이고, 무슨 배임이란 말인가. 결국 강 회장이 퇴임한 노 전 대통령 도와주다가 난 사단들"이라며 강 회장의 친구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일을 소개했다.

그는 이에 대해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며 "부산사람이 호남 민주당에 남아서 김대중 깃발 들고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다 떨어지고 떨어지던 노무현 의원에게 마음의 빚을 지었다고 말하던 강 회장이었다. 하지만 그 의리 지킴이 그에게 끊임없는 시련과 고통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그저 괴로울 따름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안 최고위원은 또 2003년 12월 강 회장이 대선자금 수사로 난방 시설이 없었던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됐던 데 대해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난방시설이 잘 되어 있던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있던 것과는 대조적인 조처였다"며 포승에 묶인 채 재판정 대기실에 나타난 강 회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저 바라보며 눈물지어야만 했다. 미안해서 울었고, 고마워서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대체 왜 우리를 도와주나. 무슨 덕을 바란 것이라면 이제 임기도 끝나고 덕 볼 것도 없는데 무슨 마음으로 의리를 지키냐"는 자신의 물음에 "내가 대통령 옆에 있음으로서 호남사람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고쳐주고 싶다"며 부산에서 사업하는 호남인으로서 호남에 대한 끝없는 편견과 선입견에 시달렸던 경험을 소개한 강 회장의 답변을 전했다.

그는 "대통령 만든 사람이라고 무슨 특혜를 받은 것도 없다. 사업이 늘었거나 돈을 더 벌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그나마 있던 회사도 줄이고 줄였고 해마다 정기 세무조사는 빼놓지 않고 다 받았다. 이미 세상에 대통령과의 관계가 알려진 만큼 더욱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었다"고 강 회장을 옹호했다.

그는 "아무런 특혜도 받지 못한 그였지만 힘없는 전임 대통령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갔다"며 "미국처럼 대통령이 퇴임하면 대통령 기념관이나 도서관을 짓자고 말하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고, 현직 대통령의 서슬 퍼런 위세에 기가 질려 발길을 끊고 있을 때, 그 분만이 봉하마을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민주주의도 결국에는 사람의 의리와 바른 도리가 그 사회의 상식이 되고 국가의 법과 제도가 되는 세상일 것"이라며 "책에 쓰여 있는 의리와 도리 따로 있고,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가 따로 있고, 지키는 놈만 손해 보는 법과 제도가 따로 있다면 그 세상은 민주주의 세상이 아닐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과거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렀다. 아무런 이득도 없이 지역주의 극복, 원칙과 상식의 세상을 향한 그의 신념이 현실에서는 늘 낙선과 시련이라는 대가로 돌아 왔기 때문"이라며 "같은 논리로 강금원 회장을 '바보 강금원'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린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