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봉] 손자병법 뒤에 숨은 시정, '회피'는 '책임'의 언어가 아니다
최근 김해 지역 정가가 국책사업의 공적(功績)을 둘러싼 논쟁으로 뜨겁다.
홍태용 김해시장이 시정 설명회에서 밝힌 성과들에 대해 지역 국회의원인 민홍철 의원이 “업적 왜곡”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홍 시장은 SNS를 통해 ‘손자병법’을 인용하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는 글을 올렸다.
갈등보다 민생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이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행정 책임자로서 마땅히 임해야 할 ‘사실관계의 증명’을 교묘히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 '민생'이라는 방패와 '회피'라는 전술
홍 시장은 정치적 소음을 경계하며 낮은 자세로 시민에게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얼핏 보면 포용력 있는 지도자의 모습처럼 비치지만, 이는 사실상 국회의원이 제기한 구체적인 비판에 대해 어떠한 실질적 답변도 내놓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민홍철 의원은
1. 동북아 물류플랫폼 특별법 상임위 통과
2. 동남권 순환광역철도 국가계획 반영
3. 김해~밀양 고속도로 예타 통과 및 예산 확보
4. 비음산터널 건설(김해-창원 고속도로)
이상 자신이 주도했다는 4대 국책사업의 경과와 실적을 명확한 근거와 함께 제시했다.
행정가라면 마땅히 이 사실관계에 대해 무엇이 맞고 틀린지, 시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를 당당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홍 시장은 이를 ‘정치적 언어’나 ‘갈등’으로 치부하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 손자병법의 오독(誤讀), 싸우지 않는 것과 피하는 것은 다르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압도적인 실력과 치밀한 전략으로 상대가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정당한 비판 앞에서 침묵하며 논점을 흐리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인의 주장이 떳떳하고 시의 성과가 확실하다면, 어물쩍하게 뒤로 물러설 것이 아니라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고 시정의 정당성을 증명했어야 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당사자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국회의원의 주장에 반박할 명분이 부족함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다.
■ 책임 있는 정치는 '사실' 위에 세워진다
지역 정치가 정쟁보다 생활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말은 백번 옳다.
하지만 그 ‘생활’을 바꾸는 국책사업들이 누구의 노력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시민의 삶에 닿게 되었는지를 정확히 알리는 것 또한 행정의 중요한 책임이다.
민심은 감성적인 수사(修辭)가 아니라 정직한 결과에 따라 움직인다.
홍 시장이 진정으로 ‘단단한 행정’을 원한다면, 고전의 문구 뒤에 숨어 논란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분명히 따지는 정면돌파를 선택해야 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내민 ‘손자병법’ 카드가 오히려 국회의원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홍 시장은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을 피하는 ‘세련된 회피’가 아니라, 진실과 책임 위에 세워진 ‘당당한 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