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라한 21% 동률의 역설, ‘인물론’인가? ‘정신승리’인가?
현직 시장의 성적표가 신진 후보와 ‘동률’, 그런데도 이를 ‘우세’로 홍보하는 우스광스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얼핏 보면 숫자에 기반한 합리적 분석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현실을 외면한 희망 사항에 가까운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논리는 단순하다.
지난 4월 중순의 KBS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정영두 후보는 민주당 정당 지지율 43%에 비해 본인 지지율은 21%에 머물렀고, 반대로 홍태용 후보는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 19%보다 높은 21%를 기록했으니, 결국 “정당보다 더 많은 표를 끌어오는 인물 경쟁력은 홍 후보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해석은 가장 중요한 전제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린다.
홍태용 후보는 정치 신인이 아니다.
도의원 출마 한번 국회의원 출마 두 번을 하는 동안 시민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물론, 지난 4년간 김해 시정을 직접 운영해 온 현직 시장이다.
현직 단체장은 기본적으로 막강한 프리미엄을 가진다.
행정 권한, 인지도, 조직력, 언론 노출, 정책 홍보, 각종 행사 효과까지 모든 것이 현직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특히 경선 없이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홍 후보와 같은 경우라면, 통상적으로는 소속 정당 지지층 대부분을 안정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적어도 40% 초반대의 지지율은 받아야 일을 고만고만하게는 했구나 하는 정도의 평가가 내려지는 게 보편적이다.
4월의 KBS 여론조사 당시 정영두 후보는 당내 치열한 경선을 막 끝내고 진용을 재정비 중인 상황이었다.
경선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지층 분산과 내부 경쟁 후유증이 채 정리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지지층 전체가 후보 개인 지지율로 곧바로 결집 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
그런데도 현직 시장과 경선 직후의 신진 후보가 똑같이 21%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론조사 지지율이 현저하게 낮았던 현상을 상식적 시각으로 분석해보면, 이는 ‘홍 후보의 우월함’이라기보다, 오히려 현직 프리미엄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수치스러운 경고에 가깝다.
일반적 경우라면 4년 시정을 운영한 현직 시장의 결과표가, 이제 막 치열한 당내경선을 치르고 본선을 준비하는 상대 후보와 동일하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수치가 아니며, 경고로 받아들이는 게 합당하다.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단체장에게 유권자들은 단순 이미지가 아니라, 행정 성과와 시정 만족도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결국 21%라는 숫자는 단순 지지율이 아니라, 지난 4년 행정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시정 능력 평가 성격을 함께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이를 두고 “정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었으니 인물 경쟁력 승리”라고 해석하는 것은 자신들이 이기고 있다고 무작정 믿고 보는 정신 승리에는 유리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홍보물을 본 시민들 입장에서는 “현직 시장이 가진 모든 프리미엄이 반영되었음에도 겨우 20%대에 머물러 있는 결과인데, 마치 크게 이긴 것처럼 왜 저러지? ”하는 의문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해당 조사는 이미 한달이나 지난 4월 16~17일 조사다.
그로 부터 한달 뒤 5월 20일 발표 KBS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 간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한참 벌어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간 특정 시점의 수치를 떼어내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은 냉정한 분석이라기보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기만족을 위한 정신 승리식 해석’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수치를 근거로 ‘인물론’을 왜 만들고 싶었는지 그 의도는 유권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논리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최소한 왜 현직 시장의 지지율이 초라하게 겨우 21%밖에 안 나왔는지에 대한 반성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그 질문은 외면한 채, 동률이라는 결과를 억지로 ‘우세’로 포장하는 순간 논리는 오히려 스스로 무너진다.
유권자는 숫자 하나만 보지 않는다.
그 숫자가 나온 배경과 맥락,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민심의 흐름까지 함께 읽는다.
지금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정당 지지보다 높은 지지율이 나왔으니 우월하다”는 현학적 계산이 아니다.
왜?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지지율이 그렇게 처절하게 떨어졌는지에 대한 깊은 반성이 앞서야 한다.
왜? 자신과 자신이 행했던 행정 결과를 시민들에게 알릴 기회가 많았던, 상대 후보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프리미엄을 가진 현직 시장이, 지난 4년간 행한 시정성과를 내세움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바로 그 본질적인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얼마나 내세울 게 없으면 시민들이 대 실망한 저조한 동률조차 승리처럼 포장하고 그것을 믿고 싶어 하는 희한한 상황에 시민들의 냉소는 더 커질 뿐이다.
5월20일자 KBS여론조사 결과표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