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병원 의료장비 10대 중 4대 노후화…정선병원 66.7%로 가장 높아

전국 산재병원 고가 의료장비 400점 중 172점(43.0%) 내용연수 초과 정선병원 66.7%, 안산·대구병원 52.2%, 인천병원 49.2%…지역별 노후화 심각 MRI 62.5% 노후…장비 고장으로 검사 지연·수술 일정 변경까지 발생 2027년 교체 예산 요구액 145억 원 중 정부안 반영은 43억 원(29.9%)에 불과 김정호 위원장 “매년 국회 증액에 의존하는 땜질식 예산 편성에서 벗어나야”

2026-10-23     최성애 기자

산업재해 노동자의 치료와 재활을 책임지는 산재병원의 의료장비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산재병원의 고가 의료장비 10대 중 4대 이상이 내용연수를 초과했고, 일부 장비는 고장으로 검사와 수술 일정에 차질까지 빚었다. 내용연수는 의료장비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정한 기준 기간으로, 장비별로 8~10년이 적용된다.

그러나 산재병원 운영을 책임지는 근로복지공단이 노후 의료장비 교체를 위해 매년 예산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예산 반영은 턱없이 부족해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정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경남 김해을)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말 기준 전국 산재병원 등이 보유한 3,000만 원 이상 고가 의료장비 400점 가운데 172점(43.0%)이 내용연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별로는 정선병원의 노후화율이 66.7%(9점 중 6점)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안산병원 52.2%(67점 중 35점), 대구병원 52.2%(23점 중 12점), 경기요양병원 50.0%(2점 중 1점), 인천병원 49.2%(63점 중 31점) 순이었다. 창원·태백·동해병원은 각각 40.0%, 대전병원은 39.6%, 순천병원은 26.4%로 나타났다.

특히 안산병원은 노후 장비가 35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인천병원 31점, 창원병원 24점 순으로 집계됐다. 노후화율 역시 2021년 43.3%에서 2022년 48.2%, 2023년 43.7%, 2024년 45.3%, 2025년 46.6%, 올해 7월 43.0%로 최근 6년간 4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핵심 의료장비에서도 노후화가 두드러졌다.

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는 전체 8점 중 5점(62.5%)이 내용연수를 초과했고, 초음파 장비는 37점 중 19점(51.4%), 디지털엑스레이(DR)는 20점 중 10점(50.0%),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는 9점 중 3점(33.3%)이 노후 장비로 분류됐다.

장비 노후화에 따른 진료 차질도 실제 발생했다. 2022년에는 MRI 주요 부품 고장으로 촬영이 중단되고 검사가 지연됐으며, 2024년에는 MRI 냉각시스템 이상으로 환자 검사가 연기돼 민원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수술용 영상장비(C-ARM) 고장으로 대체 장비가 투입되고 수술 일정이 변경됐다. 근로복지공단은 검사 지연 등 환자 불편은 일부 발생했지만, 직접적인 환자 피해나 진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노후 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예산이 수년째 필요액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복지공단은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의료장비 교체 예산을 요구했지만,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실제 지원액은 연평균 약 35억 원에 그쳤다. 2025년에도 131억 1,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실제 편성액은 38억 1,200만 원(29.1%)에 불과했다.

2027년 예산안에서도 공단 요구액 145억 800만 원 가운데 정부안에 반영된 금액은 43억 4,500만 원(29.9%)에 그쳤다. 요구액과 정부안의 차이는 101억 6,300만 원에 달한다.

올해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71억 9,800만 원이 증액돼 최종 110억 1,000만 원의 예산이 확보됐다. 그러나 2021년 이후 국회 심의를 통해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것은 올해가 유일하다.

공단은 향후 5년간 노후 의료장비 교체 등에 필요한 예산을 약 483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어, 매년 국회 증액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정호 위원장은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만큼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산재병원의 고가 의료장비 10대 중 4대 이상이 내용연수를 넘겼고, 실제 진료 차질까지 발생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재병원은 산재 노동자의 치료와 재활을 책임지는 핵심 공공의료 인프라”라며 “노후 의료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매년 부족한 예산을 국회에 증액해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처음부터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고, 장기적인 장비 교체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예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