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큰 '스타'였다

'나'보다는 '이웃', 사회 위한 봉사

2008-04-27     이균성 기자

   
   
덥수룩한 수염, 뒤로 묶은 긴 꽁지 머리, 푹 눌러 쓴 모자, 어깨에 멘 가방 하나.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직접 손으로 축제 행사장 곳곳에 떨어진 담배꽁초, 휴지, 먹다버린 음식물 조각들을 주워 담을 뿐 그는 언제나 말이 없었다. 누구의 시선도, 지나가며 던지는 어떤 비웃음도 그는 관심이 없는 듯 청소하는 일만 계속 했다.

가야문화축제 행사 8일 동안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정성껏 주워 담았다. 그에게 기자가 다가간 것은 그의 다소 남루한 행색도, 이국적인 그의 외모도 아니었다. 축제기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그의 의도(?)가 궁금해서였다.

김해시 외동에 사는 김용수씨. 나이를 물으니 '이번 축제가 몇번째냐" 고 되물었다. 32회째라고 했더니 그게 본인의 나이라고 한다. "왜 그렇게 열심히 쓰레기를 줍냐" 는 질문에  "남들이 하지 않는 일, 나부터라도 열심히 해야 주변이 깨끗해질 것 아니냐" 라며 쳐다본다. 그는 사회적으로 기본적인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것이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용수씨가 김해로 온 건 15년 전. 교통사고를 두번이나 당하고 몇차례의 수술 끝에 지금은 신체 좌측이 전혀 자유스럽지 못하다. 기초생활 수급자로 등록되어 정부에서 주는 적은 돈으로 노모(老母)를 모시고 산다고 했다. 그가 하는 일은 매일 수릉원 부근을 청소하는 일. 불편한 몸으로 하루 3시간씩 쓰레기를 줍는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 나간 사람' 으로, '기행(奇行)을 저지르는 웃기는 사람' 으로 조소를 던지지만 본인은 그냥 빙긋이 웃어 넘긴다고...바라는 것이 있으면 한 가지만 얘기를 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한동안 말을 잇지 않던 김씨가 입을 열었다.

"김해시가 깨끗한 도시, 범죄 없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겠어요?"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마땅치가 않아 지금 자기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안 되는 것이 마냥 안타깝다고 했다. '남' 은 내팽개친 채 '자기' 중심의 이기(利己)만 횡행하는 사회에서 김씨가 내놓은 대답은 한 마디로 큰 충격이었고 가슴 찡한 감동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함께즐긴 이번 축제에서 환한 빛을 발한 사람. '나' 보다는 '이웃' 을 먼저 생각하는 김용수씨. 성치않은 몸으로 밤 늦게까지 묵묵히 '남' 이 버린 쓰레기를 줍던 이 사람이야말로 이번 행사를 빛낸 사람 중에 가장 크게 빛낸  '스타'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균성 기자   kslee473@y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