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촛불을 끄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자

2008-06-21     편집부
   
 
  김순규 교수.  
 
ㅡ촛불을 끄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자

김순규
경남대 석좌교수. 前 국회의원


‘여우를 피하려다 범을 만났다’는 속담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회자되고 있다. 주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자조적인 목소리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자 기대를 하고 뽑은 대통령이 취임 4개월도 안되어서 무너지는 것을 보고, 국민 대다수는 억장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정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의 ‘촛불시위’가 이제는 ‘이명박 아웃(out)’으로까지 변화하면서 잃어버린 10년 그리고 4개월, 즉 잃어버린 10년 4개월이 되었다. 그래서 한번 치켜든 촛불은 아직도 끄질 줄 모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두 번에 걸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리고 지난 20일엔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물갈이 하고, 조만간 내각도 대폭 교체 준비를 한다고들 하니,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인사’로 긍정 평가 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숙주나물 덜어내고 콩나물 집어 넣는 식’의 인물 교체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시큰둥한 반응들이다.

지금은 천하의 누구를 내세워도 평가의 결과는 뻔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정부가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에서 이르기를 ‘정치는 바르게 해야 한다(政者正也)’고 했다. 그리고 이 바른정치의 세 가지 기능으로, 첫째가 백성을 경제적으로 잘 살게끔 하는 것(足食)이고, 둘째는 백성들이 전쟁의 참화를 당하지 않게끔 군비를 튼튼히 하는 것(足兵)이며, 셋째는 백성들이 지도자를 믿고 따르도록 하는 것(民信)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세가지 기능 중 우선 순위의 으뜸은 단연 믿음과 신뢰, 즉 ‘민신(民信)’이고, 다음이 경제와 국방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경제 살리기’만 잘하면 만사가 다 잘될 것으로 착각했었다.

‘강부자’ . ‘고소영’ 식의 인선에다 개혁이란 이름의 각종 덜 익은 정책들을 남발하는 성급함을 다반사로 했다. 국민의 소리는 뒷전으로 한 채 ‘내 생각만이 옳다’는 자만과 교만으로 국정을 이끌었다. 그것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란 ‘촛불시위’를 가져왔고, 이를 계기로 여러 가지 불만의 소리를 한꺼번에 분출케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쇠고기 수입문제는 미국과의 추가협상으로 국민적 요구의 일단은 해결된 듯 하다. 더 이상 재협상 주장은 국제사회 관례상 억지이다. 이쯤해서 ‘촛불시위’는 이제 막을 내려야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365일 촛불만 밝히고 절대다수 국민의 민생을 뒷전으로 한 채 나라를 끝까지 위기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이명박 아웃’도 결국은 이 나라의 헌정질서 파괴를 의미한다.

지난 대선에서 공사간 흠이 많음을 알고도 우리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가 제대로 본격 일을 하기도 전에 터진, 쇠고기 수입 사태이기에 아직도 그에겐 좀 더 시간을 주어야 한다. 분명히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경륜과 행정 실적으로 보아 유능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 밖에 없다.

‘읍참마속(泣斬馬謖)’ 하는 심정으로 국민신뢰를 호소하는 그를 외면하기엔 너무 이르다. 이번사태를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도 진짜 민심이 천심(天心)임을 알게 된 이상 두번 다시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시간이 없다.

이번사태를 계기로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당면한 민생안정은 물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는 그 어떤 정책도 국민적 동의와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없이 추진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촛불집회’가 점차 순수성을 잃어 간다고 해서 일부 보수단체가 ‘맞불시위’를 벌이면서 충돌하는 것도 바람직 하지 않다. 모두가 사회질서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제18대 국회는 조건없이 당장 열려야 한다.

국회의원이 떼지어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플래카드 들고 구호를 외치거나 시위대의 앞장에 서서 데모하는 나라가 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던가? 대의정치를 포기한 부끄러운 작태이다. 더 이상 ‘길거리 정치’를 그만두고 국회에서 국정을 논해야 한다.

이제 모든 국민이 평상심을 찾고 좀더 이성적으로 냉정해야 한다. 수준높은 국민일수록 저항과 비판은 날카롭게 하더라도 내 주장만이 절대로 옳고 정당하다고만 고집부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민주시민의 자세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