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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未生)’식 상명하복 보다는 ‘스컹크 공장’식 혁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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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未生)’식 상명하복 보다는 ‘스컹크 공장’식 혁신으로
  • 편집부
  • 승인 2014.12.01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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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글로벌 기업들에게 낯설지 않은 ‘스컹크 공장’(Skunk Works)이란 단어가 있다. 2차 세계대전중인 1943년 미국 국방부는 록히드마틴에 6개월내로 신형 제트기 설계를 급히 의뢰한다. 당시 록히드는 수석엔지니어를 통해 핵심개발팀 운영을 지시했다. 작업공간마저 없던 개발팀은 유독물질공장 옆에 서커스텐트를 치고 악취에 시달리며 연구했다는 데서 유래해 ‘스컹크 공장’이라 불리었다. 개발팀 50여명 인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1달이나 빨리 신형제트기 P-80을 완성했다. 록히드는 이 기종을 9천대이상 팔았고 이후 70년이상 전투기 시장을 지배했다.

훗날 기업들은 관료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성, 창의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비밀프로젝트팀을 일컬어 ‘스컹크 공장’이라고 부르며 혁신의 대명사로 여겼다. 경쟁사 맥도넬 더글라스조차 ‘팬텀 웍스’를 설립했고, 1980년대 중반 IBM은 사업개발팀 EBO(Emerging Business Organization)를 만들어 혁신의 물꼬를 텄다. 2000년대 들면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스컹크 공장식 운영을 시작했다. 특히 구글의 스컹크 공장인 X팀은 ‘하늘을 나는 제트배낭’, ‘우주 엘리베이터’, ‘무선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풍선, 프로젝트 룬’ 등의 실험적 아이디어를 내놓고,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 인간이 처음 달나라에 갈 때처럼 성공확률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라며 최근 기업의 혁신교과서로 활용되고 있다.

흔히 지금을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벗어난 ‘속도의 경제(Economy of Speed)’라 한다. 아이디어가 곧 사업의 원천이고 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하고 빠르게 예측하는 능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나아가 창조적 혁신이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혁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대응에 뒤처지고 있다. 우리 제조업체중 혁신업체 비중은 일본의 76%, 독일의 46%에 불과하다. 혁신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고 있거나 혁신역량도 부족한 기업들이 상당수다. 경제여건도 녹록치 않다. 실질 GDP 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업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산업과 간판급 대기업들은 최근 줄줄이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한국기업들이 미래를 바라보는 촉(觸)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최고의 핵심역량을 보유하고도 미래의 물결을 읽지못한 노키아나 소니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실패를 자산으로 여기는 기업문화도 중요하다. 사업성공률이 낮더라도 혁신적인 수많은 작은 배팅들을 많이 해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다. 노키아도 시대를 앞서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터치스크린 등을 개발했지만 ‘소비에트 스타일’이라 불리는 관료주의 벽에 부딪혀 출시하지 못하고 결국 주도권을 삼성과 애플에 넘겨야 했다. 한국직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未生처럼 “일단 전진하면 실패해선 안돼”, “까라면 까라”식의 상명하복에도 혀 깨물고 참아야 하는 군대식문화로는 혁신을 일구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나마 한국경제에도 희망의 빛이 스며나오는 곳이 있다. 바로 산업밑바닥이다.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창조경제 정책기조’ 덕분인지 그 어느 때보다 혁신벤처의 창업움직임이 힘차게 꿈틀대고 있다. 10월말 현재 국내 벤처기업 수는 3만여개로 창업열풍이 한창이던 1999년(5000여개)의 6배라 하니 그야말로 ‘제2의 벤처열풍’이라 할 만하다. 기술, 사업성을 인정받은 혁신적 IT기업이 테헤란로에만 200여개, 구로디지털로에는 7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경제를 일으킬 새로운 혁신벤처가 더 많이 육성되고 대기업은 성장멘토·혁신멘티 그리고 투자자가 되어 더 큰 혁신과 투자로 연결되는 국가혁신의 선순환구조가 안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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