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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십아홉 살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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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십아홉 살의 생각
  • 김병기
  • 승인 2016.03.28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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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며칠 전 고향 밀양 식당에서 친구들과 부부모임을 했다. 친구들은 결혼 전부터 객지를 떠돌며 모임을 가졌고 참여하지 못한 이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합류해 늦게 참석을 했다. 일정한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직장 탓도 있지만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등진 고향이 왠지 낯선 느낌이 들어 애써 외면한 탓이었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가입에 박수를 치면서 환영해 준 친구들께 이제야 감사함을 표한다.

두달에 한번씩 사는 집 가까운 곳에 장소를 정해 친구들을 초청하는 방법으로 모임을 갖는데 부산과 울산에서 고향 밀양에서다. 때로는 혼자 참석하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 부부가 참석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묻는다. 아이들 취업 걱정에다 건강에 이르면 다들 그래서 웃자며 건배를 한다. 고향보다 객지를 떠도는 친구가 많지만 묵묵히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는 한 살 터울 친구는 항상 배울 점이 있어 부끄럽다.

그날은 겨울인데도 여름 못지않게 퍼붓는 빗속을 헤치고 당도하니 벌써 친구들이 와 분위기가 흥겹다. 농사 짓은 땡초라며 봉지마다 넣어 건네는 친구 얼굴이 환하다. 매번 받아만 먹는 친구들은 고마워하면서도 미안해 어쩔 줄 모르며 다음 만날 날을 기대한다. 상황버섯에 수박과 고추 덕분에 친구들의 건강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고향 등진 지 어언 사십삼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매미소리 우렁차고 미꾸라지 잡던 개울에 멱을 감다 수박서리로 배를 채우다 혼난 기억엔 미소 머문다.

우리 어릴 적 오십아홉 살쯤 되는 어른들이 낮은 담벼락에 기대앉아 줄담배를 피우다 사랑방에 모여 새끼를 꼬며 동치미에 밀주를 한사발 들이키는 것을 보며 괜히 좋았었는데 이젠 비닐하우스 속으로 다들 사라졌다. 예전 오십아홉은 어른이었지만 요즘은 경로당에서도 초년생이다. 손녀 자랑이야 덤이고. 친구가 묻는다. 아직도 교통사고 조사를 하느냐 물음에 자다 일어나도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 눈에 선하지만 후배에게 물려주고, 조금 수월한 일을 찾아한다 대답한다.

객지에서 만나 연을 맺고 지금껏 살아준 아내도 고향 친구들은 낯설지 않다. 나이 육십이면 배우나 못 배우나 똑같다 하지 않는가. 남들 쉬는 공휴일이면 유독 가정폭력신고 난무하고, 날씨가 포근하다 싶으면 거리에 취객 넘친다. 음주운전하면 패가망신이라 하는데 신고는 연이어 들어오고, 대리기사와 시비 또한 잦은 밤이다. 그래도 오늘이 있기에 만남이 있는 내일을 기약하며 밤을 낮 삼아 허위신고 없는 새벽이기를 빈다. 부끄럽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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