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신사임당 컴플렉스
이성세
유아CQA 원장
또 다시 수능의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대학입시를 앞두고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자녀가 시험이라도 치르는 집안은 초비상 대기상태가 된다. 학생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아이의 엄마는 남 모르는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대학 입시철만 되면 전국에 있는 유명한 사찰이나 교회 등은 자녀의 대학합격을 기원하는 엄마들로 초만원이고, 아이가 입시에 실패라도 하게 되면 “도대체 당신은 집에서 뭐 했어?” 하는 남편의 한마디가 두려워서 엄마는 전전긍긍하게 되는데 그럴때면 교육열이라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이 나라 대한민국의 엄마들 아니 여자들은 억울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강박관념 즉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여자들은 현모양처를 의미하는 '신사임당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특히 자녀교육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신사임당은 자녀교육이나 가정관리 및 개인의 성취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한 표상으로 생각되지만 문제는 모든 여자들이 신사임당이 될 수는 없다는 것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경제적인 사정 등으로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출산의 부담은 여자들에게 두려움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이러한 관계로 결혼을 주저하게 하고 결혼 이후에도 자녀 육아와 교육 부담 때문에 여자들이 출산을 기피하게 되어 결국은 현재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인구증가율 둔화의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여자들이 '출산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00여년전 조선시대에는 반상차별이 분명해서 양반이 아니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실력이 있어도 신분상승은 생각할 수도 없었지만, 갑오경장 이후 특히 6.25 전쟁시기 사회적 혼란과 더불어 기존의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기회가 주어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녀 교육에 몰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요즘에는 여자들의 사회적 성공등 개인적 성취욕구까지 맞물려 신사임당 컴플렉스가 이제 우리나라 여자들의 DNA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아이의 대학합격을 엄마의 대학합격으로 생각하고 이러한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아이가 성장해서 결혼을 할 때는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하는 보상심리에서 혼수가 적다는 이유로 자녀의 결혼을 무산시키기도 한다.
인간사회에서 신분차별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유를 찾아 이민자들이 만든 미국까지도 유색인종 차별 등 이른바 '신분 카스트'는 존재한다. 영국이나 일본은 정치적으로 통치하고 있지는 않지만 왕족제도가 존재하고 있고 북유럽은 핀란드만 빼고는 모두 왕국이므로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신분에 따른 구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이 기회의 나라라고 하지만 인종차별 사실상 사회적인 차별이 존재하고 있고 보면,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가 가능한 우리나라처럼 기회가 많고 평등한 사회도 없다고 볼 수 있는데 다른 측면에서는 이러한 기회가 여자들에게는 자녀 교육 문제가 컴플렉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지금 농어촌 지역에서는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해서 지방 행정기관에서도 출산수당 지급등으로 인구증가를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인구증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은 교육여건이 불리한 현실이 지방 인구유출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자녀교육과 관련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한 여자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고 농어촌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인구감소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므로 이제는 여자들의 신사임당 콤플렉스가 국가와 사회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귀하는 신사임당 콤플렉스가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