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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한국에는 왜 작가가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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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한국에는 왜 작가가 많은가
  • 편집부
  • 승인 2008.12.02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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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열 수필가.  
 

ㅡ한국에는 왜 작가가 많은가

윤재열
    수필가

연말이 되자 책이 많이 온다. 개인 창작집부터 문학동인지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가까운 문우의 책도 있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출판한 책을 보내온다. 문학동인지도 마찬가지다. 나하고는 상관도 없는 동인 단체에서 홍보용으로 보내오는 책도 제법 된다.

필자는 책을 좋아하니 누가 보내주든 상관없다. 당장이 아니라도 책꽂이 꽂아 놓았다가 틈이 나면 읽는다. 따뜻한 헌사(獻辭)까지 써준 책은 더욱 정이 가서 버리지 않고 서재에 장식을 한다.

그런데 요즘 책을 받으면서 께름칙한 구석이 있다. 우선 작가가 많은 것에 대해 의문과 함께 놀라움을 가진다. 지역 문예지 뒤에 첨부된 회원 주소록에 보면 활동하는 문인이 제법 많다.

어떤 단체는 문학과 관련이 없는 전문직 모임이다. 그래서 당연히 취미로 글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책 끝에 회원들의 경력을 나열했는데 모두가 등단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문인 만명 시대를 넘었다. 문인 만명 시대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구 오천만명과 비교해 볼때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그리고 문인이 많아지면 우리의 문학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오히려 자랑거리로 삼아야 하고 문화 강대국으로 가기 위해 계속 장려할 일이다.

문제는 문인 수가 아니라 작품의 질에 있다. 문인이 많아지는 만큼 그와 비례해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보기에도 가장 기본적인 문장 쓰기조차도 서툰 사람들이 글을 쓴다고 문단에 앉아 있다.

창작집과 동인지를 훑어보니 기본적인 문장 쓰기는 물론 단락을 만드는 능력도 없고 한편의 글을 완성하기에는 여러 가지에서 부족하다.

90년대 이후 문예지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문인들이 양산되었다. 문예지가 손해를 등단 작가에게 떠넘기면서 작가가 과다하게 배출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함량 미달의 작가가 마구 배출되고 결국은 글 한 편도 제대로 못 쓰는 작가가 우글우글하다.

문인이 많아지면서 협회도 많아졌다. 문인협회에서 다시 작가 협회로 혹은 시인끼리 혹은 수필가끼리 단체를 계속 만들었다.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리한 회원 영입도 한다. 또 그것도 권력이라고 회장의 자리를 놓고 싸움을 한다.

이러한 태생적 모순을 안고 있는 문학단체는 1년동안 문학행사 한번 못한다. 겨우 모여서 친목 행사가 고작이다. 문학단체의 흉내를 내느냐고 문학상 제도도 두고 있지만 작품집 한 권도 못 낸 문인끼리 나눠먹는다.

문인은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 필자를 포함해서 모든 문인들이 자신을 돌아볼 때다.  비문(非文) 투성이의 문장으로  주제도 없는 어설픈 글을 쓰면서 문인 행세를 하면 본인은 물론 모든 문인들이 공멸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요즘 문인이 감당해할 몫이 여럿이 있지만 우선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는 좋은 글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언어에 대한 사유가 부족하면 언어가 가볍게 나온다. 언어를 통해서 삶의 모습을 은유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을 써야 한다.

문인은 단순히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인은 시대의 문화에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다. 문인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지식을 주는 스승이다. 문학은 우리에게 산소와 같은 존재라는 말처럼 그들이 남기는 글은 고달픈 인생을 어루만질 수 있고 더 나은 삶의 길을 안내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문인은 창작의 고통을 천형으로 여기고 글을 써야 한다. 문인이라는 명함보다 글로 말하는 문인이 필요하다. 달빛이 온 세상을 은은히 비추 듯 고귀한 언어로 어두운 세상에 빛이 되어야 한다.

고독과 고난의 겨울 들판을 이겨낸 꽃이 아름답다. 문인들이 쓰는 글도 저 들판의 들꽃 같은 것은 아닐까? 불면의 긴 겨울 들판에서 좌절과 절망을 딛고 일어서서 피는 꽃처럼 밤을 하얗게 밝히면 쓴 글이 오늘을 살아가는 그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뜨겁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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