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매일 PDF 지면보기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최근 김해종합뉴스
행복1%나눔재단 희망캠페인
함께해요 나눔운동
時도 아닌 것이
행복밥집
TV 방송 영상
커뮤니티
다시보는 부끄러운 김해 현장
영남칼럼...좋은 수필은 어떠한 것인가
상태바
영남칼럼...좋은 수필은 어떠한 것인가
  • 편집부
  • 승인 2009.01.16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경용.  
 

ㅡ좋은 수필은 어떠한 것인가

박경용
     수필가 

다향(茶香)속에서 어느 커피숍에 들려 녹자를 시켰더니 차와 힘께 모래시계를 갖다 놓는 것이었다. 이게 뭐냐고 했더니 모래가 아래로 다 내려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시라고 한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라 생각하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넓은 공간은 아니나 세련된 창틀과 함께 의자 탁자 비품들이 우아했다.
음악은 바로크 시대의 선율이 흐르고 찻집 이름도 카톨릭 성인의 이름인 클라라 였다. 그야말로 유럽 스타일의 우아하고 섬세한 분위기였다.
경영하는 분의 차원있는 미적 감각과 세련됨을 짐작할 수 있었고 만나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차 맛도 괜찮았는데 그보다 그 분위기에 빠져 들게 하였다.
요즘은 누굴 만나 얘기를 나누기 위해 택하는 장소를 가까운 전통찻집을 택하곤 한다. 전통 찻집은 우리 문화만이 갖는 멋과 여유가 있어 보기에 좋았다.
그러다 보니 전통 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차의 성인이라 할 육우(陸羽)는 그의 저서 다경(茶經)을 통해 차를 즐기는 데에는 모든 허식이나 사사로운 유혹이 눈에서나 마음에서나 말끔히 사라진 분위기라야만 적당한 것이라 했다.
이런 이치들은 얼핏 수필쓰기와 비슷한 데가 있다 차잎이 데운 물속에 들어가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해야 맛이 우러나 듯 글도 인생의 체험과 사색의 과정이 있어야 제대로 된 글이 나온다.
윤오영 선생은 수필을 설명할 때 말린 곶감에서 당분이 배어나와 하얗게 가루가 된 것을 시설(枾雪)이라 한다며 여기에 비유하였다. 매우 적절한 비유라 하겠다.
수필은 수필 같은 삶을 살아야 좋은 수필이 나오기 마련이다. 수필 같은 삶이란 어떤 삶인가.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지만 현실적인 삶에서 저만치 물러서서 관조하고 정리하여 온몸에 다향이 배인 듯한 삶이라 할 것이다.
각박한 현실에서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다 보니 걸출한 수필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의 진수는 감동에 있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예술가의 작품은 알갱이 없는 빈껍데기 곡식 같아서 이미 예술로서는 초라한 존재이다. 수필의 감동은 진한 감동이라기 보다는 다향 같은 은은한 감동일 경우가 많다.
시가 무대위의 고난도 발레라면 소설은 교향악단이 딸린 오페라이고 수필은 산들바람 이는 들길의 산책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가슴을 진하게 적시는 잘 된 소설이나 시와는 다르다.
수필을 쓰기 전 나에게 어떤 다향(茶香)이 있을까를 돌아 볼 일이다. 수필의 바탕이 이러다 보니 수필 쓰는 사람들이란 현실적으로 악착스러움이 아무래도 부족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
우리의 현실은 세계화다, 시장 경제다 하며 무한 경쟁시대로 줄달음 치고 있다. 그래서 수필인과 현대생활의 간격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자칫 수필이 약자의 노래나 자위의 장이 될까 염려된다.
현실에의 적응, 나아가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와 수필의 조화를 이루는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서로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융합하고 생명력을 길러낸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면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할 것이다.
그래서 인생사란 어려운가 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