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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까마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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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까마귀의 추억
  • 영남방송
  • 승인 2009.01.16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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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추억

김경희

겨울비가 내리면 나만의 추억에 젖어든다. 해질 무렵 목적 없이 외각으로 드라이브를 떠나본다. 산모서리 돌아가는 어귀에 대나무가 빼곡히 둘러싸인 마을이 보인다.

하늘에는 까마귀 떼가 무리지어 온 하늘을 덮으며 날아온다. 아! 분둑골의 전경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내가 자란 분둑골에는 해질 무렵이면 까마귀 떼가 하늘을 덮어 장관을 이루고...

물을 긷는 물동이에 까마귀 분비물이 떨어져 애를 먹었던 기억들이 난다. 까마귀는 대나무 사이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하늘을 핑핑 돌며 어둠을 기다린듯하다. 그 시간쯤 분둑골 우물가는 부지런을 떠는 아낙들의 몸짓과 목소리로 부산하다

농촌에는 어둡기 전에 저녁식사를 끝내야 안주인이 흠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찍 저녁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끝낸 후, 제 각기 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할머니는 사랑채 화롯불에 고구마를 묻어놓고 저녁마다 단골 이웃집 할머니를 기다리고,

어머니는 뒷집에 형제처럼 오가는 지현이 엄마한테 밤 마실 가는 발걸음소리가 언제나 특이하다. 늙은 기침을 하며 “희야 공부해라.” 상투적인 말을 남기고 나가신다.

그러나 나는 이미 오늘 밤 미숙이 집에서 모여 밤중에 까마귀 잡으러 가기로 약속이 다 되어 있기 때문에 엄마의 이야기는 귓전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초저녁에는 공부하는 시늉을 하려고 TV를 켜고 밀린 방학숙제를 준비해본다.

그러나 오늘 밤 모여 놀 궁리를 하다 보니 숙제는 뒷전이 되고 만다. 8시경 대문 밖에서 벌써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신호를 보낸다. 적막한 분둑골의 겨울바람이 심하게 불어 뺨을 사정없이 때리는데도 아이들은 바람을 타고 모여든다.

내 주머니에는 언제나 화투짝이 들어 있기 때문에 내가 빨리 가야 화투 놀이가 시작된다. 오늘밤 화투놀이 목적은 까마귀 잡아먹기이다. 화투놀이에 진 친구들은 까마귀를 잡으려 가야 되기 때문에 심혈을 기우려 화투를 친다.

그 순간의 분위기는 긴장감이 돌지만 나는 이미 까마귀를 잡으러 가는 무리에 속해져 버렸다. 촌에서 불어오는 한겨울바람은 눈물과 콧물이 나와 정신이 없다.

대숲으로 소리죽여 까치발을 하고 가지만 바스락거리는 발밑의 댓잎 소리는 더욱 크게 들린다. 대나무와 부딪히는 순간에는 온 대숲이 흔들려 까마귀들이 퍼드덕 날아 가버린다. 그래서 동작이 민첩한 짝지를 만나야 까마귀 잡는데 별 어려움 없이 잡을 수 있다.

전등을 대나무 끝 쪽으로 불빛을 비추었을 때 까마귀가 움츠린 기미가 보이면 사정없이 대나무를 흔든다. 그러면 정신없이졸고 있던 까마귀는 떨어진다.
그러면 남자 아이가 잽싸게 허리춤에 차고 만족한 목소리로 “가자“ 하며 휘파람을 불며 돌아오는 길목에 논두렁에 쌓여 있는 짚단을 한단 빼어 미숙이 집으로 돌아온다.

이미 미숙이 집에서는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터라 대문입구에서 연기가 굴뚝을 나오고 있다. 남자 친구들은 칼을 들고나가 장독 옆에서 까마귀를 죽이고 뜨거운 물에서 까마귀 털을 사정없이 깨끗하게 벗긴 후 토막을 내어 무를 썰어 넣고 끊인 까마귀탕을 방안으로 대령한다.

아이들은 며칠 굶은 것처럼 하나같이 바쁘게 숟가락질을 하며 아! 국물 맛이 참 맛있어“ 하면서 먹는다. 그날 밤새도록 모여 웃고 떠들고 새벽녘에 각자의 집으로 들어간다.

대문이 잠긴 명자는 나지막한 담을 뛰어넘고 나는 지현이가 받쳐준 엉덩이 딛고 애를 쓰며 감나무를 타고 담을 뛰어넘는다. 아침이면 마을 앞에는 어젯밤에 잡아먹었던 까마귀 털이 바람을 타고 이곳저곳에서 나뒹굴고 있다.

간밤에 우리만 까마귀를 잡아먹지는 않았다는 걸 까마귀 털이 증명을 해준다.
그러나 닭 서리하면 그 집 주인이 거품을 물고 욕설을 퍼붓는다.

결국은 그 집주인에게 무렵을 꿇어 용서를 빌어야 하지만 까마귀는 그렇지 않아 좋다. 까마귀는 겨울밤 분둑골의 유일한 먹을거리의 추억이다. 오늘도 저 하늘에 무리지어 다니는 까마귀를 보면 지난 추억이 떠오른다.

*수필가 *김해생명의전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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