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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태백산 눈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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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태백산 눈꽃길
  • 영남방송
  • 승인 2009.02.01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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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에 함박눈이 내렸다고 한다.  괜스레 가슴 설레고 마음이 조급해진다. 사실 겨울철에 눈이 왔다는 소식은 특별할 게 없다. 그런데도 태백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들으면, 당장 서울 청량리역에서 밤 기차에 몸을 싣고 태백으로 달려가고픈 충동을 느끼곤 한다. 겨울철에는 눈이야 어디서든 내리지만, 태백산(太白山·1567m)처럼 황홀한 눈꽃과 장엄한 설경을 보여주는 곳은 흔치 않다. 그래서 태백산 눈꽃세상의 황홀경을 한 번이라도 구경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곳의 눈 소식이 들릴 때마다 상사병 같은 그리움에 몸서리치게 마련이다.

아무리 폭설이 쏟아져도 태백까지 가는 길은 비교적 안전하고 편리하다. 태백역까지 기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백역에서 태백산 초입까지는 콜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간밤에 내린 눈이 미처 녹지 않은 새벽길을 조심스레 달리면, 약 30분 만에 유일사 매표소(033-550-2746) 앞에 도착한다.

해돋이와 눈꽃을 감상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태백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십중칠팔은 유일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 코스는 등산로의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데다 소나무와 낙엽송, 주목 등의 침엽수가 어우러져 풍광이 아름답다. 더욱이 등산로가 잘 닦여 있어서 아이젠, 스틱, 헤드랜턴, 방한장비 등만 잘 갖추면 등산 경험이 적은 사람들도 의외로 수월하게 겨울산행을 즐길 수 있다.

태백산에 폭설이 내려도 주말이나 휴일 새벽의 유일사 등산로에서는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질 일은 별로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인해 눈길이 금세 다져지기 때문이다. 유일사 매표소 앞을 출발한 지 1시간 30분쯤 지나면 등산로의 경사가 한결 완만해진다. 등산로 주변에는 신목(神木)처럼 우람하고 기품 있는 주목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은 태백산 일대에 모두 3000여 그루가 자생한다. 그중 장군봉 정상 근처의 주목 두 그루는 태백산 설경의 상징이자 사진작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피사체다. 

주목과 철쭉이 뒤섞인 숲 사이로 빠끔히 드러난 동쪽 하늘에는 어느새 붉은 기운이 실처럼 드리워졌다. 해발고도가 높아지고 사물의 윤곽이 또렷해질수록 동녘의 붉은 띠는 차츰 크고 선명해진다. 여명의 태백산 능선을 타넘는 삭풍의 기세가 칼날처럼 섬뜩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동쪽으로 시야가 훤히 트인 능선에 서서 해가 떠오르기를 묵묵히 기다린다.

이윽고 신음소리 같은 탄성과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첩첩한 산줄기를 짓누른 먹장구름 사이로 붉은 해가 뜨거운 빛줄기를 발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산자락도, 산정에 올라선 사람들도,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핀 눈꽃들도 죄다 붉은 노을빛에 물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추위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조차 망각한 채 해돋이의 장엄함에 몰입된 듯했다. 주체할 수 없는 감동과 경이가 파도처럼 밀려들고, 형언키 어려운 뭔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용암처럼 뜨겁게 솟구쳐 오르기도 한다.



가장 상서로운 해맞이 명소 태백산
태백산은 이 땅에서 가장 상서로운 해맞이 명소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의 중심에 솟아 동서남북 방향으로 각각 금강산, 구월산, 지리산, 묘향산 등의 명산을 휘하에 거느린 영산(靈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백산은 예부터 ‘크게 밝은 산’이라는 뜻의 ‘한밝뫼’라 불렸다. 또한 우리나라 모든 신령들의 우두머리가 머무는 곳으로 여겼던 옛사람들은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이곳 태백산을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성지로 숭배했다. 고려시대에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에도 ‘신라 일성왕 5년(138년) 10월에 임금이 직접 북쪽으로 나가 태백산에 제사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태백산에는 지금도 천제단이 남아 있다. 1991년에 중요민속자료 제228호로 지정된 태백산 천제단은 모두 3기다. 태백산 정상에 자리잡은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 300m 거리에 장군단이 있고, 남쪽의 숲에는 소박하고 이름 없는 제단이 있다. 그 가운데서 천왕단은 하늘, 장군단은 사람(장군), 그리고 이름 없는 제단은 땅에게 제사를 올리는 곳이라 한다. 오늘날에도 천제단에서는 매년 개천절(10월 3일)마다 큰 규모의 천제가 올려진다. 그리고 평소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상관없이 천제단에 앉아 기도하는 도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겨울의 태백산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잎을 모두 떨군 나뭇가지마다 새하얀 눈꽃이 만발한다. 앙상하게 남은 가지마다 하얗게 눈꽃이 핀 철쭉밭은 바닷속 산호초 군락을 연상케 한다. 게다가 울창한 숲은 눈꽃터널로 탈바꿈하고, 완만한 능선에는 순백의 정갈한 눈길이 끝간데 없이 이어진다. 눈꽃의 화사함은 어느 봄꽃에도 뒤지지 않을 성싶다. 일찍이 조선 제일의 시인이었던 송강 정철도 이런 시를 남겼다.

송림에 눈이 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 가지 꺾어 내어 님 계신 데 보내고저
님께서 보신 후에 녹아진들 어떠리

태백산 눈꽃 산행을 유일사 매표소에서 시작했다면, 산행의 종점은 매년 태백산눈축제의 주 행사장이 들어서는 당골광장으로 잡는 것이 좋다. 태백산 정상인 장군봉에서 망경사를 거쳐 당골광장으로 하산하는 데는 대략 1시간 30분~2시간쯤 걸린다. 줄곧 내리막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미끄럼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예전에는 ‘오궁썰매’를 타면서 하산하기도 했지만, 아이젠을 착용한 상태에서 즐기는 오궁썰매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대단히 높으므로 절대 금물이다.  


태백산에서는 해마다 눈꽃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2009년 태백산눈축제는 1월 30일부터 2월 8일까지 열흘 동안 열릴 예정이다. 축제기간 중에는 온 가족 컬링 대회, 눈 조각 경연대회, 가족 썰매왕 경주대회, 눈 미끄럼틀과 비료포대 타기 등의 이벤트가 이어진다. 얼음터널, 이글루카페 등의 동화 같은 시설물도 들어서 있어 혹한에 저절로 움츠러드는 심신을 활짝 펴게 해준다.

태백은 원래 삼척에 딸린 두메산골이었다. 그러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함께 석탄 수요가 크게 늘면서 우후죽순으로 탄광이 문을 열었다. 일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마침내 1981년에는 황지, 장성, 철암, 통리 등을 통합한 태백시가 탄생했다. 하지만 1980년 후반부터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이 실시된 뒤로 태백의 탄광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전성기 때 12만 명을 헤아리던 인구는 이제 반으로 줄었다. 당골광장에 자리한 태백석탄박물관(033-552-7730)은 광산도시인 태백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각종 자연사 유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아이들의 현장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태백산의 눈꽃과 해돋이를 감상하고, 당골광장에서 눈 미끄럼틀을 타거나 석탄박물관을 둘러본 뒤에도 기차시간은 적잖이 남게 마련이다. 그런 자투리시간을 활용해 둘러볼 만한 곳으로는 태백시내의 황지연못과 화전동의 용연동굴(033-553-8584)을 꼽을 수 있다. 

태백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황지연못은 상지, 중지, 하지의 세 연못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 하루 5000톤가량 끊임없이 솟는 샘물은 1300여 리에 걸쳐 굽이굽이 흘러가는 낙동강의 첫 물길을 이룬다.

금대봉(1418m)의 동쪽 기슭에 형성된 용연동굴은 1997년부터 개방됐다. 해발 920m 지점에 위치한 이 동굴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석회동굴이다. 길이 843m의 동굴 내부에는 석순, 종유석, 석주, 동굴진주, 동굴산호, 석화(아르고나이트), 종유커튼 등 2차 생성물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곳의 2차 생성물 중에는 본래 모습을 간직한 것이 많지 않다. 동굴 개방 이전에 일부 주민과 수석판매상들에 의해 종유석, 석순 등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연동굴 관람을 마치고 나온 뒤에는 마치 한 생명체의 주검을 목격한 듯한 섬뜩함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글·사진 / 양영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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