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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칼럼...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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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칼럼...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를 보고
  • 영남방송
  • 승인 2009.03.05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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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영 김해연극협회장.  
 
ㅡ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를 보고...

이춘영
김해연극협회장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네 노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도 흔히 말하는 '늙은이용 신파극'으로 '적당히 예전 이야기를 각색하여 추억의 조각조각을 끄집어 내고 거기다가 적당히 관객의 향수를 버무리는 유행가 몇 개를 섞은' 틀에서 탈피한 가족용 작품으로 만들어진 듯 하다.

그러나 2008년 상반기 이미 대학로에서 객석 점유율 평균 98%를 기염을 토했다.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도 이틀 연속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 갈 때에는 이미 '강풀'의 만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 그렇고 그런 소시민의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에 '가족'의 의미를 되씹어 볼 기회라는, 다소 무덤덤한 심정으로 큰 아들 녀석을 데리고 갔는데 로비를 꽉 채운 관객들을 보고 일단 놀랐고, 이틀 연속 매진이라는 말에 또 한번 놀랐다.

김만석(최주봉 역)은 무뚝뚝한 욕쟁이에다 고집불통인 영감으로 우유배달을 하고 있었다. '니미럴'을 입에 달고 살다보니 마음을 터 놓는 친구 하나 없지만 사실 마음이 따뜻하고 순진한 영감이다.

고물 오토바이로 우유배달을 하는 길목에서 매일 만나게 되는 송이뿐 할머니(우상민 역)는 파지를 주워 월 20여만원도 옳게 안되는 수입으로 어렵게 생활하는 독거노인이다.

그날 나를 펑펑 울게 만든 장군봉(신철진 역) 할아버지는 주차 관리인이다. 치매에 걸린 아내와 단둘이서 살면서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어 오로지 아내만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시키는데 본인은 '희생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치매에 걸린 아내 조순이(박승태 역)는 매일 방에서 그림을 그린다. 물론 남편이 벽에다 도화지를 붙여 아무 것이나 그리게 한다.

퇴근한 남편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라고 조르고, 늙은 남편을 타고 말타기를 하거나 잠들 때까지 노래를 불러 주기를 강요하지만 정신이 돌아올 때면 남편의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는 불쌍하지만 사랑받는 여인이다.

오토바이로 우유 배달을 하는 김만석은 빙판길을 올라가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송씨 할머니와 부딪히게 되고 부축하여 따라간 송씨의 집에서 그녀의 힘든 삶을 알게된다.

늘상 입가에 욕을 달고 살고있는 만석씨는 위암으로 죽은 아내에게 평생 잘 해주지 못한 회한을 가슴 속에 묻고 있었다.

그런 만석씨가 건네는 우유 한봉지는 단순한 우유 이상의 의미가 있는 건 당연한 것이다.

송씨 할머니께 우유 한봉지를 건네면서 괜히 멋쩍어서 "뼈가 우유에 좋다"는 말도 안되는 중얼거림에는 모두가 폭소를 터뜨리면서도 짠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밤새 끙끙거리며 편지를 써서 송씨 할머니한테 데이트 신청을 하곤 한껏 멋을 부려 여름 양복을 입고 벌벌 떨면서 송씨 할머니를 기다리는 장면은 순박함이 '폴폴' 풍겼다.

그러나 끝내 할머니는 나타나지 않았고 주차관리실에 잠깐 손 쬐러 들어가 있는 걸 보고 장군봉에 대한 질투심을 폭발시킬 때에는 순진함과 단순함에 모두가 배를 잡게 하지만 기실은 할머니가 글자를 몰라 편지를 읽을 수 없었다는 걸 알고는 그림으로 편지를 쓰려고 하는 부분에선 넓은 배려심 마저 지녔다는 걸 보여준다.

아내가 치매에 걸려 아무 것도 할수 없고 매일 요강을 비우고 씻겨 주고 주물러 주고 때론 말이 되고, 또 때론 모든 투정을 받아주고 벽에 그린 그림을 매일 칭찬해줘야 하지만 장군봉에겐 그 아내가 신혼 때의 사랑스러웠던 아내 그 자체이다.

오히려 아내가 언제나 내 곁을 지켜준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라 매일 노래를 불러주고 손을 꼬옥 잡고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그 아내가 어느날 집에 없을 때 절망감에 온통 울부짖으며 아내를 찾으러 온 동네를 헤메는 모습에서 진정한 부부의 사랑을 보여준다.

 마침내 아내와 같이 죽을 각오를 하곤 '고물車'를 만석이에게 선물한 후 아내와 같이 죽음을 맞으면서도 둘이 잡은 손을 풀지 말아 달라는 유서를 남기는 장면은 지금도 눈시울이 뜨겁다.
아내 조순이 할머니는 치매에 걸렸으면서도 사실 벽에 그린 모든 그림이 아름다웠던 옛 기억들을 되살리려 애썼던 흔적들 이었음을 장군봉 할아버지에게 알게 한다.

띄엄띄엄 던지는 "미안하다" , "고맙다'라는 말 속에서 우린 할머니의 진심과 행복감을 엿볼 수 있었다.

신혼여행 때의 한복을 차려입고 남편과 같이 신혼 여행지인 바닷가를 마지막으로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남편이 알고 같이 여행을 떠날 때는 관객들의 가슴 속까지 비장함으로 가득했다.
결국 늙으막에 찾은 행복이 깨지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송이쁜 할머니를 만석이가 붙잡는 해피엔딩으로 극은 끝나지만 가슴 가운데 큰 불덩어리를 안고 나왔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족에게 얼마나 진심을 다하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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