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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우리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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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우리는 친구
  • 영남방송
  • 승인 2009.03.24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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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아지랑이를 타고 왔어요. 사과 꽃망울은 분홍빛 얼굴을 살며시 내밀며, “얘, 배꽃망울아, 우리 활짝 펴서 얼굴 내밀어 봄 향기 마시며 나들이 가자. 입술을 꼭 다물고 있으니 갑갑” 배꽃망울은 “넌 벌써 잊었니? 작년 봄 꽃샘추위를”, “아이 무서워 그 말 하지 마” 사과 꽃망울은 얼굴을 손으로 가립니다.

지난해 실바람을 타고 온 아지랑이가 사과 꽃망울을 보며 “얘, 넌 아직 늦잠을 자고 있니? 봄이 왔는지도 모르고” , “벌써 4월이 왔다고” , “그래 빨리 일어나 밖을 봐”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나갔던 사과 꽃과 배꽃은 얼굴이 찢기고 얼어붙는 추위에 혼이 났어요.

배꽃망울은 “조금 더 기다려야 될 꺼야 그때까지 참자” 사과 꽃망울은 바깥구경하고 싶지만 참았어요. 며칠 후 “이젠 꽃잎을 펼치고 밖에 나가자” , “그래 알았어” 사과 꽃망울과 배꽃망울은 사이좋게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꽃향기에 벌과 나비가 날아와 친구해주었고 밤에는 별님과 달님도 내려와 놀다 갔어요.

새하얀 배꽃! 꽃망울은 분홍이었지만 하얀 사과 꽃! 너무나 아름답고 탐스러워 새벽이슬도 눈물 한 방울 남깁니다. 벌과 나비가 친구해 준 자리에 파란열매가 맺혔어요. 사과는 배나무를 쳐다봅니다.

“어, 배꽃이 떨어진 자리에 나처럼 작은 열매가 달렸네” , “그래 나도 열매가 많이 달렸지. 우리 사이좋은 이웃되어 열매를 예쁘게 키우자” 어디서 왔는지 딱새부부가 배나무에 집을 짓습니다.

사과나무는 딱새를 보며 “집짓기는 배나무 보다 가지가 잘 벌어진 내가 더 좋지 않니?” 딱새는 “물론 집짓기는 좋지만 아이들 키우기는 좋지 않아” , “어째서?” , “응 그건 배나무 잎은 크고 넓어서 한낮 햇살 가리기 좋고 비가 오면 우산이 되어주는데 사과 잎은 좁아서 어렵지, 날씨가 항상 좋지만은 않으니까”, “아! 이제 이해가 되는구나” 사과나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이웃이 생겼습니다.

배나무에 둥지를 만든 딱새부부는 집세 내지 않고 살고 있으니 기쁩니다. 건너편 뽕밭에 누가 살고 있으며 뽕 오디 맛은 어떤 맛인지 저녁이면 보고 들은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며 행복하게 아이들 키웠습니다.

배 열매와 사과 열매도 딱새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살을 키웁니다. 딱새가 이사 오면서부터 매일 새로운 소식을 들려주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딱새도 아이들 잘 키워 이젠 떠날 때가 되었다고 작별 인사를 합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내년에 다시 만나요. 안녕” 우리도 그동안 주먹 만한크기가 되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이니까요.

이따금 고추잠자리가 가녀린 가지 끝에 잠깐 머물며 놀다갔어요. 그때 배가 건너편 사과를 보며 “얘! 빨리 숨어! 큰 벌레가 너에게 다가오고 있어” 난 재빨리 잎사귀에 몸을 숨기며 “잘 숨겼니?” , “응 가만히 숨죽이고 있어”

벌레에게 물리면 몸에 상처가 생겨 쭈그러진 못난이 사과가 되어 익기도 전에 썩어서 땅에 떨어지거나 익어도 볼품없는 사과가 되면 내 꿈은 사라져요.

난 화려한 조명이 있는 도시의 백화점을 생각합니다. "이제 벌레가 갔다. 나와도 되” , “휴!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잖아, 배야. 고마워.” , “아니야.”

우린 그렇게 서로를 도와주며 가을맞이를 합니다. 맑은 햇살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붉은 사과와 노란 배, 배는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지?”

“그래 맞아 산새와 까치가 걱정이야” 산새와 까치는 맛있고 잘 익은 과일을 골라서 쪼아 먹어요. 하지만 우리는 꿈을 꿉니다. 도시의 찬란한 불빛 받으며 나의주인 기다리는 꿈을요.

   
 
   
 

손 영순

*김해재향군인여성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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