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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감독’ 김인식, 매직 용병술로 세계를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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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감독’ 김인식, 매직 용병술로 세계를 홀렸다
  • 영남방송
  • 승인 2009.03.26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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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WBC 신화 이룬 ‘믿음의 야구’

한국 야구 대표팀이 22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강호 베네수엘라를 꺾고 결승에 선착,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큰 힘을 주고 있는 가운데 다시한번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이 4강 진출을 확정한 직후(일본과 조 1, 2위 결정전 및 베네수엘라와 준결승 전) 작성된 기사임을 감안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편집자>

‘덕장’ 김인식 감독은 1986년 한국 프로야구와 인연을 맺은 뒤부터 20여년간 ‘믿음의 야구’를 추구해 왔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두 번째 경기에서 숙적 일본을 기분 좋게 꺾고 4강 신화를 재현한 WBC 한국대표팀의 김인식 감독. 이번 대회에서 보인 한국 야구의 위풍당당한 행진에는 김 감독의 리더십이 구심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가 놀란 한국대표팀의 WBC 선전으로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WBC 대회에서 세 번째 만난 일본과의 3월 18일 경기에서 4 대 1로 승리한 김 감독이 가진 기자회견. 그는 잘 알려진 특유의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일본에 대해 “분명 우리보다 강팀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기술이 더 좋아도 때론 일본이 진다”며 그라운드의 승부사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타고난 승부사인 김 감독은 한국 야구계에서 손꼽히는 ‘덕장(德將)’이기도 하다. 2006년 제1회 WBC 대회에서 김 감독이 4강 신화를 이룬 뒤 스포츠전문기자 고진현 씨가 펴낸 <김인식 리더십>이란 책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말로 김 감독의 사람됨을 전하고 있다.

“자신을 낮추기가 싫어 위로 올라가려고 다투는 물을 본 적이 있는가. 물이 흐르다가 돌을 맞닥뜨리면 또 어떤가. 돌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용을 쓰지 않고 그냥 슬쩍 비켜 갈 뿐이다. 물은 그렇게 평화적이다. 그렇지만 결국 물은 모든 것을 이긴다.”

고진현 기자는 넉넉한 바다와 같이 모든 것을 품어주는 김 감독 리더십의 핵심 요체로 6가지 원칙을 꼽는다. 믿음, 경험, 조화, 인재, 대화, 희망의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는 ‘믿음의 야구’다. 현역 시절 한일은행에서 투수로 활동했던 김 감독은 1986년 해태 타이거즈 수석코치로 프로야구와 인연을 맺은 뒤 2004년 한화 이글스로 옮겨서도 믿음의 야구를 추구해왔다. 그는 여간해선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치는 일이 없다. 선수에게 먼저 신뢰를 줌으로써 선수의 잠재능력을 끌어내고 자신을 따르게 만든다.

이번 WBC 중국전과 첫 번째 일본전에서 쏟아져 나온 주루플레이 미숙을 저지른 선수들도 결국 김 감독의 ‘믿음’이란 처방전에 의해 승리의 주역들이 됐다.

WBC 사령탑을 다시 맡은 김 감독의 지도방식은 전 대회와 다른 부분도 있다는 평을 받았다. 첫 대회 때 ‘자율야구’를 추구했다면 이번에는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마다 타순과 수비 위치를 조정하고 다양한 작전으로 경기 효율성을 높였다. 애초 김 감독은 ‘추신수-김태균-이대호’ 조합으로 클린업트리오를 구상했으나 추신수와 이대호가 약점을 드러내자 곧바로 라인업을 수정했다. 한국팀의 4강 진출이 결정된 일본전에서는 이종욱 대신 이용규를 전격 투입, 첫 공격에서부터 3점을 선취했다. ‘의사’ 봉중근의 일본전 선발 투입도 성공작이었다.

이번 WBC 대회에서 세 번째로 한국과 일본이 맞붙기 전날인 3월 17일, 두 팀은 서로 다른 일정을 보냈다. 한국대표팀은 쉬었고, 일본대표팀은 훈련을 했다. 결과는 하루 쉰 한국대표팀의 승리였다. 이번 한국대표팀은 그동안 국제대회 때마다 팀을 이끌어온 박찬호, 이승엽 등 고참선수들이 대거 빠지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면서 나이 든 코치들이 ‘젊은 선수들이 지나치게 해이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휴식과 경기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힘을 축적했다. 이번 WBC에는 병역특례 혜택도 없지만 김 감독은 개성 강한 스타들과 걱정 많은 코칭 스태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전력을 극대화해 ‘승리를 즐기자’는 분위기로 뭉쳤다.

일본과의 WBC 본선 경기가 있기전 김인식 감독(왼쪽)이 이순철 코치와 훈련중인 한국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김 감독이 ‘덕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못하는 선수를 대놓고 다그치는 행동을 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재활공장장’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부상이나 부진으로 궁지에 몰린 선수를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는 지도자다. 남들이 선수 생명이 끝났다고 이야기하던 조성민을 한화로 부른 것도 김 감독이었다.

이번 WBC에서 ‘꽃보다 범호’로 불리며 활약한 이범호 선수와 김 감독 간의 일화는 야구계에서도 유명하다. 한화구단은 홈경기 때마다 수훈선수 두 명을 선발해 포상금을 지급하는데 어느 날 기록원 실수로 결승 2타점 홈런을 기록한 이범호가 누락되어 포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김 감독이 내심 섭섭해했을 이범호에게 자신의 돈으로 포상금을 건네줬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중시하는 김 감독이기에 각 팀에서 모인 선수들을 마치 원래 한팀인듯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게 해 WBC 연속 4강 신화를 쓴 것이다.

김 감독은 한때 두주불사의 애주가였으나 2004년 뇌중풍으로 쓰러져 건강을 해친 후로는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그는 술은 안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특별한 일이 없을 때에는 코치, 선수들과 어울려 구장 근처 식당에 들르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그만큼 선수단과의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평소 무덤덤한 표정이지만 촌철살인의 유머를 발휘할 줄도 안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시아라운드 1, 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1 대 0 완승을 거둔 다음 기쁨의 눈물을 흘리다가 “코치들은 왜 안 울어?” 하는 바람에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김 감독이기에 한번 인연을 맺은 선수들은 오래도록 ‘사제의 정’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케이블 ESPN은 3월 18일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끝난 다음 한국의 승리는 아시아 최강의 교체를 알리는 징후라고 전했다. ‘약체’로 취급돼온 한국대표팀에 대한 놀라운 평가 변화다.

아무도 맡지 않겠다던 WBC 사령탑을 맡은 김 감독은 감독직 수락 순간부터 고참들의 불참 속에 선수단을 구성하는 숙제를 풀어야 했고, 일본에게 당한 콜드게임 패 이후에는 바닥으로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려야 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전에서 비축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일본에 연승을 거두며 한국대표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이번 WBC에서 주루플레이 미스와 같은 거친 경기 장면도 있었다. 부진에 빠진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든든한 마음으로 한국대표팀을 다시 본다. 실전에 들어가면 실력 이상을 발휘하는 선수들, 누구보다 이들을 잘 알고 인도하는 김 감독이 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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