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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날씨는 아날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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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날씨는 아날로그다
  • 김영도
  • 승인 2009.03.31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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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머니께서 “내일은 비가 올 듯하네. 내일 비 오니?” 물으셨다. 날씨 예보에 관한 일을 하고 있지만, 다른 일로 미처 예보를 파악하고 있지 못했던 나는 “글쎄요, 미처 확인을 못했네요” 라고 얼버무리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뒤뜰에 나가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정확한 ‘느낌 예보’에 놀란 나는 어떻게 비가 올 줄 아셨는지 여쭈었다. “평소와 달리 조금 덥고 습해서, 비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어머니의 느낌 예보 이유였다.

날씨에 대한 어른들의 이런 놀라운 예측력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드문 일도 아니다. 예전부터 어른들은 무릎이나 허리가 쑤시면 “비가 오려나?” 하시지 않았는가.

어른들의 이러한 예측은 과학적으로 근거도 있다. 비가 오기 전에는 저기압이 다가오는데, 저기압이 다가올 경우 대기압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주변 기압이 낮아지면 관절의 압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어 통증을 더 잘 느끼게 된다. 컴퓨터를 통한 수치예보모델에서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것을 사람의 세심한 감각은 때로 예측한다.

기상청이 요즘 동네예보를 제공한다. 이 동네예보는 시험운영기간 중에는 이름이 디지털예보였다. 동네예보에서는 한반도 주변 수 만 지점에 대한 예보를 하는데, 이렇게 많은 지점에 대한 예보를 기존처럼 예보관들이 일일이 생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수치예보모델로 생산된 디지털예보를 예보관이 편집하여 동네예보를 내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네예보의 이름을 시험기간 중에 디지털예보라고 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예보가 디지털화 되는 데에는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수요자들의 요구도 한 몫 했다. 대중들은 과거, ‘서울 경기 오전 한때 약한 비’라는 예보에서 느껴지는 막연함과 모호함을 답답하다고 싫어했다. ‘서울 경기 오전 한때 약한 비’보다는 ‘종로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5mm의 비’라는 예보를 사람들은 선호했다. 예보가 훨씬 더 명확하고 구체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예보에는 사실 문제가 있다. 특히 정확도에서 그렇다. 디지털예보는 명확해 보이고 구체적으로 보이지만 더 정확한 것은 아니다. 명확해 보이고 구체적으로 보이지만 덜 정확한 예보를 생산하면, 조금 막연하고 모호하지만 대신 조금 더 정확한 예보를 생산하는 것보다 좋은 일이 아니다. ‘서울 경기 오전 한때 약한 비’라는 예보를 들으면 사람들은 오전에는 어느 때라도 비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오전 내내를 대비한다. 그런데 ‘종로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5mm의 비’라는 디지털예보를 들으면 종로에 있는 사람들은 오전 9시 이후에는 대비를 하지 않게 된다. 큰 공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덜 정확한 디지털예보가 위험을 부를 수도 있을 것임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디지털예보가 많은 지점에 대한 예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공감된다. 그러나 디지털예보가 미래의 날씨를 더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다고 나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한다고 하여도 사람의 뇌를 따라올 수 없는 것처럼, 예보는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 즉 예보관이 생산하는 것이 옳다. 컴퓨터와 디지털화된 자료는 예보관의 판단에 보조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예보관의 직관과 경험과 종합적인 판단이 수치예보모델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결국에는 옳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면 생각하게 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물론 필요하지만 절대 잊지 않아야 하고 놓치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사실 말이다. 예보는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야 예보 정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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