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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폐허된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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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폐허된 다리
  • 영남방송
  • 승인 2009.04.1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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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봄꽃이 핀 거리를 걸으며 문득 몇 해 전 꽃구경 함께 간 은사님과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은사님께서 친구들에게 유사한 들꽃의 이름을 지어주셨다. 덕분에 우리에게 아름다운 들꽃이름이 생겨 얼마나 행복했는지 다들 서로 이름을 불러주며 찔레야! 구절초야! 마타리야! 복수초야! 감국아! 칡꽃아!...

각자 이름이 좋다고 우쭐대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였다. 은사님께서 자주 쓰는 우리만의 용어 “이런 행복 아랫것들은 모른다”는 말씀에 과분한 호사를 누리며 중년에 찾아온 소중하고 값진 행복 때문에 우리들의 삶은 윤택하다.

잦은 만남 속에 영글 어가는 우정 은사님께서 “오늘밤 들녘에 산책하러 갈까?" 하시면 만사를 젖히고 밤마실을 나오신다.

언제나 내 손에는 밥과 반찬이 담긴 소쿠리를 들고 집 앞을 지나려면 바람세려 나온 이웃 할머니가 “오늘도 누가 병원에 입원했나?” 하신다. 자주 밥 소쿠리를 들고나가다 이웃사람 들에게 몇 번 들켜 집안어른이 입원해서 밥을 해간다는 핑계가 이젠 당연하게 받아들여 “아이코 댁은 복 받을거야“하시는 말씀에 찔끔해진다.

나를 기다리는 차 안에는 낯익은 얼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는 바로크음악을 제압하고 은사님은 귀공녀들을 태운 채 휘파람을 불며 우리들의 아지트인 폐허 된 들녘의 다리로 향한다.

준비한 저녁 만찬을 나누며 철없는 아이들처럼 마냥 즐겁기만 하다. 사방에는 물새들의 사랑소리 와 풀벌레들의 화음 그리고 밤하늘의 성근 별들 속의 야경은 우리와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폐허 된 무대에서 학창시절에 못다 한 학회발표가 시작되고 각자가 준비한 다양한 장기자랑에 배꼽을 쥐고 눈물을 흘리며 웃는다. 키가 큰 복수초는 은사님과 왈츠를 칡꽃의 민간요법 강의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명강의였다. 마타리의 도라지 전설이야기는 여운을 남기고 구절초의 쉰 듯한 목소리로 '님 그림자' ,  나의 지정곡은 '꽃밭에서'이다.

한참을 놀다가 낮 동안 데워진 돌다리는 아직 온기가 남아 차례대로 누워 밤하늘 별을 보며 “저 별은 나의별 저별은 너의 별” 하며~ 은사님과 제자 구분이 없다.

늦은 밤 별똥이 떨어지고 밤이슬이 내려앉아 눅눅해진 몸을 챙기며 집으로 돌아 오고했다. 그 다음 날은 간밤에 못 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수화기를 잡고 온종일 깔깔거림은 영락없는 소녀들이다.

그 당시 칡꽃이 나를 이슬 먹고사는 친구라고 지인들에게 소개를 하면 나는 “이슬 빼고 다 먹는데” 하며 장난스럽게 받아넘기며 부끄러워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래도 그때가 우리들의 영혼이 가장 맑고 아름다웠던 모습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마타리는 캐나다에서 이민을 떠나고 복수초는 서울에서 생활하며 유선으로 그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더불어 애절하게 그리워한다.

   
 
   
 
김경희

* 수필가
* 김해생명의전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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