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매일 PDF 지면보기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과월호 호수이미지
최근 김해종합뉴스
행복1%나눔재단 희망캠페인
함께해요 나눔운동
時도 아닌 것이
행복밥집
TV 방송 영상
커뮤니티
다시보는 부끄러운 김해 현장
타고봉ㅡ책이 사라지면……
상태바
타고봉ㅡ책이 사라지면……
  • 영남방송
  • 승인 2009.04.13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이 사라진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할까? 한가로워 보이는 이 생각이 문득 모든 지식인들에게 절박한 물음으로 다가왔다.

지난 달 미국 온라인 판매기업 ‘아마존(Amazon)’이 새로운 전자책 독서기(e-book reader) ‘킨들 (Kindle) 2’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2007년에 킨들을 처음 내놓았는데 성능이 향상된 기종인 킨들 2를 같은 값에 내놓은 것이다. 359 달러가 드는 이 독서기는 1500 권의 책들을 저장할 수 있고 한번 전지를 충전하면 2주 동안 쓸 수 있다. 화면이 뒤에서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 잉크로 쓰인 것처럼 보이므로, 눈이 덜 피로하다.

이렇게 편리하고 효율적이므로 전자책의 몫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종이 책의 몫은 줄어들 것이다. 물론 당장 종이 책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킨들과 같은 전자책 독서기를 마련한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어서 그들은 종이 책도 여전히 많이 산다.

문제는 앞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킨들이 아니라 휴대전화로 책을 읽으리라는 사실이다. 이미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은 그렇게 쓰일 수 있다. 모든 책들을 휴대전화로 읽을 수 있는 때는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이 일에선 ‘구글(Google)’이 앞장서고 있으며 이미 많은 책들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책을 휴대전화로 읽을 터이고 따로 종이 책들을 사서 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태가 예상보다 빨리 오리라는 것을 가리키는 징후들 가운데 하나는 서점이 빠르게 사라지는 현상이다. 서점이 사라지는 현상은 보편적이니 미국의 경우 독립된 서점들의 수는 지난 15년 동안 4700 곳에서 1600 곳으로 줄어들었다. 서점은 사람과 책이 만나는 공간이다. 그 공간이 우리 둘레에서 사라지면, 종이 책을 구하기는 무척 번거로워진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게 되면  며칠 걸리는 종이 책보다는 이내 받을 수 있는 전자책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휴대전화와 같은 매체를 통해서 읽는 전자책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종이 책은 실질적으로 사라지고  기념품이나 선물로서 가치를 지닌 책들만이 종이 책으로 나올 것이다. 가장 중요하고 믿을 만한 지식들이 대부분 종이 책들에 담긴 지금 세상에서 종이 책들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논리는 그런 세상이 오리라는 것을 뚜렷이 가리킨다.

신문도 같은 길을 보다 빨리 걸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여러 징후들은 종이 신문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사라지리라는 것을 가리킨다. 아마도 한 세대 뒤엔 사람들이 모두 원하는 뉴스들을 휴대전화를 통해서 읽을 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신문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줄일 것이다. 신문은 통신사들(newswires)이 제공하는 기사들을 자신들에게 맞는 형식으로 가공해서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대신 통신사들의 중요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근년에 신문 시장은 줄어들었지만  ‘AP’나 ‘Reuters’와 같은 주요 통신사들은 인원을 늘렸다.)

종이 책이 사라진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할까? 종이 책들이 읽혀지지 않고 그저 골동품으로 여겨지는 세상은 우리에겐 너무 낯설다. 책은 우리 삶의 본질적 요소다. 인류 문명은 정보를 몸밖에 저장할 수 있는 능력에서 결정적 도움을 입었고 종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정보의 체외저장 수단이다. 종이와 인쇄술의 행복한 결합에서 나온 값싸고 읽기 좋은 책이 없었다면 현대 문명은 훨씬 더디게 발전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깊이 경외한다. 그런 사랑과 경외는 종이 책이 발명되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 '춘추좌전'에 기록된 일화에서 우리는 그 점을 확인한다.

밑줄 긋고 여백에 소감을 적어가면서 읽고 나중엔 서가에 꽂아놓고서 손으로 쓰다듬고 눈길로 어루만지는 대신, 휴대전화로 내려받아 읽고 서버에 저장하는 일은 우리에겐 너무 이질적이다. 그런 세상이 빠르면 한 세기 안에 오리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내 마음에 서글픈 그늘을 드리운다.

당사자들의 생각은 물론 다르리라. 골동품이 된 종이 책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그렇게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도구를 통해서 지식을 얻은 사람들의 모습을 가벼운 경멸과 동정으로 떠올리리라. 발달된 기계로 편하고 효율적으로 농사 짓는 우리가 소가 끄는 쟁기로 농사를 짓던 선조들을 가벼운 경멸과 동정으로 떠올리듯.

복거일(사회평론가, 소설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