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방과후학교에 갔던 중2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교실에 가보니 문은 잠겨 있었다. ‘땡땡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평소처럼 오후 8시에 집에 들어온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아들의 옷에서는 희미하게 담배 냄새도 났다. 직감적으로 PC방이구나 알아차린 전 씨가 어디에 있었냐고 캐물었지만 친구랑 농구를 했다고 말할 뿐이었다. 아들을 앞세워 찾아간 PC방 앞에서 그는 역시나 부모의 손에 끌려온 아들 친구와 맞닥뜨렸다.
온라인게임을 두고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승강이를 벌여야 했다. 게임에 빠져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아들은 게임을 할 때마다 거짓말을 했다.
“중2 때의 ‘PC방 사건’이 제일 컸지요. 너무 화가 나서 야구방망이를 꺼내놓고 ‘맞자!’ 했어요. 10대를 때리고 아들 머리를 박박 밀어버렸죠. 다른 때 같으면 금세 기분을 풀던 아이도 단단히 골이 났는지 한 달 동안 말도 안 하려 들더군요.”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일 때 이혼한 이후 직업보다도 아이와의 시간을 늘 우선했던 그였다. 아이가 온라인게임에 큰돈을 썼던 그때 “내 탓이오”라며 에버랜드 연간이용권을 끊어 주말마다 나들이를 가는 것으로 벌을 대신했던 그였다. 그랬건만 아이는 온라인게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 씨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아들에게 노트북을 사주고 케이블TV를 볼 수 있는 연결잭도 함께 사줬다.
“이건 신뢰의 문제다. 언제까지 아빠가 널 못 믿고 일일이 확인해야 하겠느냐. 아빠는 그러고 싶지 않다.”
전 씨의 이 말 이후 아들은 인터넷을 하는 횟수가 줄었다. 딱 한 번, 모니터에서 온라인게임 바로가기 아이콘을 발견했지만 전 씨는 “내가 한 게 아니다”라는 아들의 항변을 믿어줬다. 아이는 아빠와 약속한 대로 ‘TV 시청은 일주일에 두 시간만 온라인 게임은 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잘 지켰다. 이제 열일곱 살이 된 아들은 온라인게임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버지도 인생도 바뀌었다. 아버지는 놀이미디어교육센터에서 강사로 일하며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인터넷 중독의 문제점을 역설하고 있다.
“가장 필요한 건 부모의 관심이에요. 아무리 바빠도 부모가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 습관을 모니터링한다면 아이는 접속하는 사이트나 사용시간에 더 주의하게 되죠. 무엇보다 컴퓨터 세대인 요즘 아빠들이 문제예요. 야동 사이트는 큰일 날 것처럼 차단하면서 폭력적인 온라인 게임에는 관대하거든요.”
자료/위클리 공감
저작권자 © 영남매일-당당한 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