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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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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 영남방송
  • 승인 2008.02.25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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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에 대한 생각은 특별히 해 본적이 없다.

아직 젊은 나이로 살고 있다고 아니 나이를 괘념하지 않고 그냥 앞만 보고 살아가고 있는데….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느냐하는 청탁을 받고 내 나이를 점고해 보니 벌써 육십은 넘기고 있다.

참으로 잘 살아왔다. 살아오는 도중에 인고한 일들이 있었지만 크게 다치지 아니하고 또한
자리보전하는 병세가 있기도 하였으나 쾌차하여 아직 공부를 하는 저력이 있으니 요행중의
횡재가 아닌가.

나는 자녀교육에도 뾰족한 방도가 없다. 그저 범범하게 살기를 바란다.

범범이란 말은 굳이 한문으로 표기하면 凡範이 될 것이다.

첫째로 범(凡)이란 보통이란 말이 될 것이고, 평범이란 뜻이 더 강할 것이다. 모나기 쉬운 삶은
남에게 미움을 받는다. 음료수 가운데 맹물이 제일 좋은 것인가. 단맛, 쓴맛, 상큼한 맛, 온갖
향신료가 가미된 물은 그 자체의 독특한 맛은 있어도 常水가 아닌 것이다. 맹물은 常水이기에
다른 향신제가 가미되어도 적당히 용해되어 그 향신 음료가 들어내려는 맛을 옮겨 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제품된 향신 음료에 맹물을 섞으면 무슨 맛일까. 常水味도 아니고, 향신미도 아닌
시금텁텁한 不飮水로 둔갑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보통으로, 평범으로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
유별나게 튀게 산다는 것은 돋보일 수 있으나, 그 돋보임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지속시킬 것인가.
모두가 유행이고 수유지간에 끝나는 일이다. 물 같아야한다는 말은 물흐름처럼 유장하고 도도하게
그 흘러감이 시간적으로 장구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물 같아야한다는 것은 常水恒味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 강하게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아이들이 범(凡)하게
자랐으면 하고 너무 앞서는 것은 바라지 아니 하였다. 어쩌면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는 생각을
내세워 使役하지 아니하였다. 그냥 평범에 보통에 있어 주기를 바랬다. 그 평범과 보통을스스로
자각하기를 바랬을 뿐이다. 그리하여 별다른 과외 같은 것도 받은 적이 없다.

학교의 교육이 지상의 가르침이라 생각하고 집안에서도 별다른 일을 시키지 아니하였다. 사람이면
보통 평범하게 이런 일은 해야하는구나 하는생각이 절로 일어나게 하였다. 그것이 두 번째의 범(範)이다.
부모가 먼저 하는 것이다. 부모가 하는 일을 눈여겨보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보게 한다는
것은 어떤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본보기의 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저렇게
하는 것이 나쁘다하는 훈육적인 일러줌이 아니라 아이들이 가깝게 보거나 어깨넘어로 짐작하거나
언제나 부모의 행실이 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밥상머리에 앉으면 아침상을 마련한 분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인사와 함께 맛있게 먹겠습니다.
잘먹었습니다. 학교에 갑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또한 현관에서는 신을 가지런히 놓고 입구에
흩어진 쓰레기는 줍는다던가 쓴다던가. 참새와 까치, 비둘기 밥을 거르지 않고 매일 마당에
뿌려준다던가 하는 일상사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집안에 들면 항상 책이 손에 떨어지지 않도록 독서, 연구를 게을리 하지않는 範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자랑으로 範을 만들어 내어 열심히 하는 듯, 뽐내는 듯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의 긴
습관인것이다. 이러한 凡範이 훈(薰)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훈이란 말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실비에 옷이 젖어들 듯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 것을 훈습(薰習)이라고 한다.

부모가 너무 앞선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만들어 보려고 자식들을 과부하교육을 시키면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德育이 없는 아이에게 術技를 많이 심어 준다면 꾀는 그런대로 쓸만할지 모르나
마음씨가 없는 아이로 변화되지 않을가 한다. 그런데 마음씨보다 꾀가 앞서는 세상이고 보면 온통
꾀돌이 꾀보만 설치는 세상이 되어, 꾀없는 사람은 옴짝달싹 못할 일이 아닌가. 그러므로 이 세상을
각박하고 야박하다고 투정을 부리지 않는가 그래도 마음씨 고운 사람은 그저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지만, 꾀보·꾀돌이는 남을 속이는 잔꾀를 자아내어 편하게 살려고 할것이다. 이러한 삶의
작태가 나쁜 것이다. 우리는 마음씨 따뜻하게 맑히고 사는 법을 훈습하게 해야한다. 그것은 앞서에서
말했듯이 범범하게 사는 것이다. 하늘이 내려앉는다는 기우도 갖지 말고 땅이 꺼진다는 소문에도
흔들리지 말고 天長地久的인 생각을 무한히 넓혀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平心으로 사는 凡이고,
凡人이 잘맞추워 가는 範이다. 유별나게뛰쳐나올 필요가 없다. 줄이 있으면 줄 따라 아래가
깊으면 아래로 흘러만 가 끝내는 큰 바다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 大海는 一味일 것이다. 나의
물이 어디서 시작하여 흘러왔는지 그 까닭을 되묻는 것도 좋다. 그러나 大海一味의 이치도 깨쳐보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아버지의 凡과 어머니의 範을 어떻게 薰하였는지도
묻고 싶지 않다. 다만, 나의 凡範이 옳은 것인가에대하여 반문하며 善薰을 찾을 뿐이다.
목정배 동국대학교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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