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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리산 금대암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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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리산 금대암 가는 길
  • 호산 박영배
  • 승인 2007.09.05 14: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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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대암가는 길이 마치 여자 허리처럼 보인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가끔 자신의 삶을

한번쯤 돌아볼 필요를 절실히 느낄 때가 있다.

일상 속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도대체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혹은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미처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여행 만큼

속시원한 대답을 주는 수단이 또 있을까 싶다.

 기실 여행이라면 어느 한 곳을 정해 머물지를 않고

곳곳을 보고 가고 하면서 흐름을 타야 하는데

 

3박4일  일정을 정해서 금대암 으로 가는 건 여행이라긴 좀 그렇지만

걸가방 메고  집을 나서 금대암까지 가는데 차를 다섯번이나 바꿔 타야하니

나름대로 중생이 밟아보는 만행이라 해 두자.

 

보기에 차림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든지 차길에서 마주친 아는 이가

"그러고서 어딜 가느냐"고 묻길래

"지리산으로 간다"고 했더니

 "여름 다 보내고 무슨 피서냐 " 다.

그렇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건 몰라도 한참 모르는소리

요즘 피서야 젊은이들의 축제마당이지 어디 우리같이 나이 든 이들에겐 가당치나 한 일인가.

 

8월 23일 .김해 터미날. 9시30분 마산행 버스를 탔다.

함양 12시30분 도착.

인터넷에서 상림공원에 연리목(連理木)이 있다기에 택시를 탔다.

가서 보니 느티나무와 개어서나무의 몸통 전체가 합쳐져 하나가 되어 있다

1.6키로미터의 숲길이 볕을 가려 주긴해도 가방을 멘 걸음이 덥다.

상.하림 1만9,000여평방미터(3만6,000평)을 둘러 3년전 조성했다는 상림연밭

6만6,000평방미터(2만여평)엔 백련.홍련.황련 등.....

다양한 연꽃들이 그 모양새를 완전히 갖춰 장관을 이룬다.

상림연밭에서 수확한 연(蓮)으로 만든 수제비 세트가(7,000원) 주메뉴인 간판을 보고 늦은 점심을 시켰다.

연근은 들깨, 북어포 등과 함께 국물맛을 내고

연잎은 갈아서 반죽에 섞기 때문에 연두빛을 낸다고 한다.

연근조림.연근양갱. 연근차가 한 세트로 나온다.

보기드문 별미다. 실내가 카페풍이라 눈맛도 괜찮다.

함양 터미날 간다니까 아직 시내버스가 안 다닌다 면서 주인이 택시를 불러준다

 

 

   
 
  금대암가는 길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금대암 (雲水壇)에 가방을 풀었다.

수행(修行)스님이 수시로 와서 지내다 가는 방인데 마침 비어있어 기거하기로 했다.

지붕은 너와로 덮었고 3면이 유리창에다 전면에는 통유리를 넣어

지리산 천왕봉이 마주해 전망이 아주 그만인 자리다.

 

8월24일

 

   
 
   금대암이 바위 위에 있는 듯 하다.  
 

잠결에 목탁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4시반. 스님의 독경 소리가 낭랑하게 새벽 경내를 돌아 퍼진다.

5시반. 찬물 세모금 마시고  서쪽 300미터쯤 나가면 뱀사골 방향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우~와~아~~~

우~와~아~~~

우~와~아~~~ 

새벽 공기를 가른다. 언제나 목청을 다듬는 내 방법이다.

가볍게 운동 좀 하고  주위에 흩어져있는 산돌을 줏어 모아놓고 지난해 처럼 돌탑을 쌓는다.

7시 아침 공양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멀게 들려 온다.

 

다상(茶床)에 다구(茶具)가 가지런하게 놓여있고   화장실도 별도로 있어

운수단(雲水壇)에서 지내기는 아무 불편이 없을 것 같다.

법정스님의 "말과 침묵"과  "산에가면 산이되고 싶다"  책 2권을 챙겨 갔는데

계시던 스님이 보던 책인지 "이번 생은 망했다"(고승 18인의 출가기)가 있어 먼저 읽기로 했다.

조선공산당 총수였던 박헌영의 아들이 6.25동란 때 어린 나이로 지리산 빨치산들을 따라 다니다 지금은  '원경스님' 으로 평택 '만기사' 주지로 있다.

스님마다 기구한 사연들이 다 있는 것을 보면서 속세를 등지고 중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타고 난 운명인 것 같다.

섞여오는 온갖 소리 중에서 유난히도 매미소리가 요란 하다.

매미소리는.  노래소린가?  울음소린가?

있는 동안에 화두로 삼고 생각 해 보자.

 

법당에서  운수단으로  가는 사이 마당에 잔디처럼 깔린 민들래를

캐다가 씻어서 신문지에  말린다.

수안스님의 말씀에  "쑥을 다려 차로 내도 차는 다 좋다" 는데  찬바람 불면 차로 낼까 하고 ~~~

 

산사의 오후는 한가롭다.

고추 만큼이나 붉은 고추잠자리가

고추 밭을 돌다가

고추 나무에 앉아

좌선 삼매경에 들었다.

 

 8월25일 이른아침.

 

   
 
  금대암 전나무 (경상남도 기념물 제212호)  
 

하늘 떠도는 구름이 지리산 허리에 감겼고 창암산에는 운무가 자욱 했는데

볕이 두꺼워지면서 시야가 맑게 다가온다. 오늘도 어제 만큼 더우려나 보다.

금대산(847미터)을 올랐다. 사람들 왕래가 적어선지 등산길이 험하다.

 

어언 나이테 굵은 70년.고목의 세월을 살았는데도 지나온 많은 세월들이

초저녁 풋잠에 꾼 꿈처럼 짧게만 여겨진다.

고된 줄도 모르고 시부저기 흘러간 날들을 돌아보면 한세상 이라는게

그저 구름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청청한 소나무들이 산기슭을 애워싸고 있는 해발 700미터.

산속 고요한 정적에 감싸여 있는 금대암.

멀리 창암산 산아래 잔구름 사이로 보이는 마을이 한가롭다.

나한전에 삼배하고 금대(金臺)바위에 앉아 천왕봉을 바라본다.

뜬구름이 말없이 서쪽으로 흘러 가고있다.

나를 위해 살면 중생.

남을 위해 살면 보살.

평상심(平相心)이 도(道 )라고 했던가 ?

상심(上心)을 물리치고 하심(下心)을 찾으려지만 그럴수록 아상(我相)만 더 한다.



저녁엔 광양에서 온 부부 신도와 함께 어울려 산내면으로 내려가

그 유명한 함양 흑돼지 삼겹살(똥돼지라고도 하고)을 구어서 소주를 한잔했다.

별이 총총하다. 산에서 보는 열사흘 달은 보름달 만큼 훤~ 하다.

8월 26일

내일이 백중이라고 몇 올라온 신도들로 왁자지껄 하다.
 

 

     
 
     
 

점심 공양을 하고 하산할 채비를 한다

일요일이라 등산 차림으로 올라온 중년 부부에게 마천면 까지 부탁을 했더니 쾌히 응해 준다.

매미소리가 합주로 산이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노래 소리인지...... 울음 소리인지~~~??

그저 세상 만사가 다 그렇듯이 다가 오는대로 받아 들이기로 하고 차에 올랐다.

쌓아올린 돌탑이 손사례를 한다. 그리 크지는 않아도 폼은 제법 그럴듯 하다

비 바람 이겨내고 내년에 올 때까지 그모습 그대로 지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기들은 덕유산으로 간다면서 함양터미날까지 태워다 준다.  참 고맙다.

아직도 남아 있는 세상인심도 받으면서. 혼자하는 여행은 이래서 재밌다.

차(茶)라도 한잔 하자니 한사코 사양한다.

얼른 슈퍼에 들러 붕어얼음 빵을 사서 줬더니 환한 표정으로 받는다.

붕어 얼음빵 한개를 들고 마산행 버스를 탔다.

라디오도.  TV도.신문도.없이 지낸 3박4일이였다.



 

 

 

   
 
   656년에 행호조사에 의해 창건된 금대암이 당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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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yi 2008-08-19 13:19:41
미리 찾았습니다. 윗 글을 읽으면 아득한 먼 옛날 아름다웠던 시절이 눈앞에 어른 거리며 함께 정 나누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이제 돌아 오셔서 글을 쓰시겠지요 그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벌써 극장 같은 빈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koreanyi 2008-08-08 01:10:44
아주 옛날 고등학교 시절 방학때가 되면 무전 여행을 나섰습니다. 얻어 먹는 밥중에서도 절 밥은 정말 맛이 좋았어요 호산님의 글을 읽으니 옛 생각이 문득 떠 오릅니다. 지금은 72의 세월을 지난 노인(?)의 몸으로 미국에 살고 있으나 아직도 가끔 산에 갑니다. 좋은 글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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