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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이 깊어 질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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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이 깊어 질때면...
  • 이선자
  • 승인 2014.11.1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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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언덕 위의 하얀 집에서 이선자 배상

가을은 한해의 땀과 보람을 거두는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치렁치렁 고개 숙인 벼 이삭이며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와 단감 등 오곡백과(五穀百果)가 가을과 함께 영글어 간다.

이맘때쯤이면 봄 씨앗 뿌릴 때부터 한해의 풍년을 빌던 고추 말리는 아낙네의 손길이 더욱 바빠지고,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만큼 바쁜 농촌이지만, 농부의 구릿빛 얼굴에는 웃음기가 감돈다.

일 년 열두 번, 매달 같은 날이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하는 자연의 순리에 감탄과 경외감(敬畏感)마저 느낀다.

가을이 되면서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고, 잊혀진 친구가 보고 싶어지고,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가을의 정취와 풍요로움에 취한 탓일까? 아니면 60대에 들어선 지 어제 같은데 어느덧 중반을 지나가고 있다는 초조감 때문일까?

여름날의 긴 무더위가 물러가고 하늘바람이 내려오는 서늘한 가을로 접어들면서 결혼식이 부쩍 많아졌다. 10월 들어 매주말마다 1~2건의 결혼식에 참석한 것 같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가을철과 봄철에 결혼식을 많이 올린다. 추위나 더위를 피하려는 실용적인 면을 고려했겠지만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는 때이고 가을은 풍요한 결실을 맺는 계절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즉 결혼한 자녀들이 아들딸 많이 낳고 풍요롭게 잘살아 달라는 의미의 부귀다산(富貴多産)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을 것 같다.

요즈음 현대식 결혼이라도 조금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르는 것이 제격인데, 너무 소란스러워 시끌벅적한 난장(亂場) 같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물론 사방 각지에 흩어진 친인척과 지인들이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안부도 묻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느라 그렇겠지만 결혼식이 진행되는 20~30분 동안만이라도 자제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주례선생님이 신랑 신부에게 당부 말씀을 하시는 중에도 여기저기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고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식장 내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 등등 각양각색이다.

제가 아는 전직 고위관료 출신 한 분은 주례를 맡으면 '짧고 재미있는 주례사'를 하기 위해 몇 날을 두고 고심한다고 한다. 신랑 신부에게 앞으로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되새겨야 할 내용을 담기 위해 온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다.

그분이 들려주는 “짧고 재미있는 주례사 3원칙”은 1) 시간은 7분 이내 2) 주인공인 신랑 신부의 장점 강조 3) 당부할 말은 2~3개로 압축할 것 등을 제시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결혼식의 분위기를 혼잡스럽게 만드는 요인 중에는 긴 시간 장황하게 늘어놓는 주례사가 한몫한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어쨌든 자연이 주는 가장 풍요로운 열매를 맺는 계절인 이 깊어가는 가을에 인생에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해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리는 선남선녀(善男善女)들에게 이 세상 모든 곳으로 부터 많은 축복이 내리기를 빌어본다.

한편 두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금년 봄부터 내가 뿌린 씨앗들이 어떤 열매로 매달려 있는지를 가늠해 보다가, 문득 내 인생은 지금쯤 어떤 열매가 열렸는지 궁금해진다.

행복, 사랑, 희망의 열매일까? 혹시 슬픔, 절망, 미움의 열매는 아닐까?

우리 모두 훗날에 다가올 자신의 가을(수확, 결실)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면서 이 가을을 멋지게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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