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는 가야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금관가야의 찬란한 철기문화는 김해가 자랑하는 역사적 자산이며, 이를 계승하고 알리는 일은 김해시가 해야 할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현장이 있다.
가야 철기시대를 상징한다며 설치한 칼 분수 조형물이 오랜 세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흉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현장 안내판에는 '가야 철기시대를 나타내는 칼 분수 조형물'이라고 적혀 있고 설치 연도는 2003년이다. 가야의 역사와 철기문화를 시민과 관광객에게 알리겠다는 취지로 세운 시설물이 이제는 오히려 관리 부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세운 조형물인가.
처음 설치할 때는 그럴듯한 사업 명분과 예산이 있었을 것이다. 역사문화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설명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조형물을 세우는 데 들어간 예산과 노력만큼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였는가. 분수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외관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시민들이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시설인지 누가 점검했는가.
공공시설은 설치하는 순간 사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관리의 시작이다.
수억 원을 들여 시설을 조성하고도 몇 년 지나면 관리가 되지 않아 철거하거나 방치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예산 낭비이자 행정의 무책임이다.
더구나 이 시설은 아무런 의미 없는 장식물이 아니다. 가야 철기문화를 상징하는 역사문화 조형물이다. 김해의 정체성을 담아낸 시설물이기 때문에 더욱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
김해시는 지금이라도 현장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분수시설의 작동 상태와 구조물의 노후 정도를 점검하고, 주변 환경과 조형물의 외관을 종합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정비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보수할 것인지, 새로운 역사문화 콘텐츠로 재구성할 것인지 시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3년째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담당 부서는 무엇을 했는지, 관리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가야의 칼은 철로 만들었지만 도시의 품격은 행정의 책임감으로 만들어진다.
역사문화도시라는 이름은 홍보 문구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매일 마주하는 거리와 시설물 하나하나가 그 도시의 수준을 말해준다.
가야의 영광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가야를 상징하는 조형물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김해시가 이제는 보여주기식 역사문화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우는 행정보다 지키는 행정, 홍보하는 행정보다 관리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가야의 칼이 흉물이 되도록 방치하는 도시가 아니라, 가야의 역사와 자부심을 제대로 지켜내는 김해가 되기를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