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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떡살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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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떡살을 보며
  • 편집부
  • 승인 2008.12.01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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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떡살을 보며

정목일
수필가

언젠가 B화랑에서 우리나라 고미술전이 열렸다. 전시품 중에는 나무로 만든 조선시대 떡살도 여러 개 있었다. 떡살을 보면서 나는 어미니를 생각했다.

집안에 무슨 행사가 있으면 어머니는 무엇보다 떡을 하고 싶어 하셨다. 요즘 아이들은 떡보다 과자를 좋아해서 몇 해 전부턴가, 명절이 아니고서는 우리 집에서도 떡을 하지 않는다.
"떡을 하지 않으면 기분이 나지않아..., "어머니는 곧잘 이런 말씀을 하셨다.

떡살은 떡에 문양을 찍는 기구로서 원에서부터 사각형, 붕어, 꽃잎, 석류, 나뭇잎과 같은 자연무늬, 길상문(吉祥紋)과 같은 기하학적 도안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문양이 아로새겨져 있다.

떡살의 문양 속에는 생활의 미학이 새겨져 있다. 조상들은 한낱 음식으로만 떡을 만들지 않았다. 음식은 먹음으로써만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맛도 있어여 하는 것.

떡살 하나하나에 새겨진 섬세하고 아름다운 형태의 조형미와 문양은 절로 경탄을 자아낸다. 맛에 미까지 부여하려 했던 기막힌 미의식인 것이다. 떡살은 맛과 멋, 흥을 찍어내는 기구이기도 하다. 예전 우리네 가정에서 떡을 하는 경우는 명절이나 추수 때 등 즐거운 날이었다.

철거덕~ 철거덕~ 떡메질 소리에 아이들은 심바람이 났고 온 집안이 즐거움 속에 파뭍혔다. 맛을 찍어 내는 떡살, 즐거움은 찍어 내는 떡살이었다. 벽에 걸어 두고 바라만 보아도 흐뭇한 정감을 느끼게 된 것은 떡살 무늬 속에 생활의 기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나라에 떡이 있다면 서양에는 케이크가 있다. 케이크는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 꽃으로 장식하고 촛불을 켜는 등 아름답게 꾸몄다. 서양의 케이크가 입체적인 미를 살린 조각품이라면 우리의 떡은 평면적인 미를 살린 판화라고 할 만하다. 서양의 케이크가 맛에 축복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우리의 떡에는 삻의 철학과 염원이 찍혀 있다.

그러니 떡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맛을 즐기는 의미뿐만 아니라, 복(福)을 바라며 염원을 맛보는 일이다. 떡살은 보통 나무나 도자기로 만들어진다. 나무로 된 것은 하나씩 무늬를 놓거나 긴 나무토막에 여러 개의 연석무늬를 이루고 있는 게 보통이나 도자기로 된 떡살에는 각기 다른 문양이 새겨저 있다.

떡살은 문양을 새긴 판과 손잡이만으로 구성된 극히 간략한 도구에 불과하나 우리 겨레의 맛과 멋, 흥과 여유를 함축시켜 놓았기에 여인네의 체온과 함께 정감마저 느껴진다.

요즘 아이들은 갖가지 과자 맛에 길들어 떡을 신통찮게 생각한다. 가정에서도 떡은 인기를 얻지 못한다. 나 또한 출장이나 여행길에서 돌아올 때, 간혹 과자를 사 올대는 있어도 노모(老母)를 위해 떡을 사 올 때는 것의 없다.

얼마전 전나무 떡살을 하나 구해 어머니 방에 걸어 두었다. 국화 무늬와 빗살 무늬가 새겨진 떡살이다. 삶도 인생도 어쩌면 맛이 아닐까. 생활속에서 느끼는 희비애락도 맛이 아닐까. 어머니는 이 떡살 무늬를 보면서 지나온 세월 속에 무엇을 생각하실까.

떡살은 결국 삶의 의미와 맛을 새겨 둔 기구가 아닐까. 벽에 걸린 떡살은 국화 무늬처럼 내 삶에도 그런 향기와 맛을 빚을 수 있는 마음의 바탕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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