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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불 같은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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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불 같은 우리 어머니...
  • 이성세 칼럼
  • 승인 2007.12.21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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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군북에서 배추가 들어 있는 택배가 도착했다.
배추를 보낸이는 몇년전 대기업 간부를 자진 퇴직하고 함안 군북에서 이른바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데 가벼운 치매증상이 있어 팔순 넘은 어머니가 고향인 함안 읍내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여 함안에서 멀지 않으면서 마산에서 다녀가기 쉬운 함안 군북에 토지를 구입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한편에는 창원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부인과 서울에 유학중인 아들도 다녀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통문제를 고려하여 함안 군북지역을 선택했다고 한다.

물론 회사를 그만 둘때는 그동안 사회에서 형성된 인간관계와 사회활동 중단에 다른 문제 등 여러 가지로 갈등도 없지 않았지만 여생이 얼마 남지 않고 건강도 좋지 않으신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 드리기 위해 가족회의를 거쳐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 두고 함안 군북으로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반대했는데 “지금 까지는 자식들을 위해 사라왔지만 이제는 어머니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를 위해 살고 싶다” 고 설득한 결과 며느리까지 흔쾌히 동의해서 함안 군북으로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군북의 삶을 정리하고 다시 창원로 갈 생각이라고 하는데 군북에 살면서 스스로 가꾼 농산물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누어 보내 주곤 한다. 물론 돈은 전혀 받지 않는다.

뜨거운 여름날 고생하며 키운 농산물을 거저 받을 수 없어 돈을 보내려 하면 자신이 재배한 농작물을 나누어 주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즐거움이라면서 한사코 거절한다.

어머니와 둘이서 사는 모습을 보면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응석을 하듯 “엄마 밥 먹어야지”라고 말하는데 중년이 넘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아들의 응석에 어머니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이 분은 자기 어머니를 “짚불 같은 우리 어머니”라고 얘기 한다. 요즘에는 시골에서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가을에 벼를 수확하고 남은 짚단을 쌓아 두었다가 겨울에 땔감으로 사용했는데 짚불은 타고 있을 대와는 달리 재가 되면 불기운이 순식간에 사그라지는 것을 비유해서 언제 어머니의 기력이 쇠진해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것을 한 마디로 그렇게 얘기 하는 것이다.

“짚불 같은 우리 어머니”라고 표현하는 한마디에 이분이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모두 함축 되어 있는 것이다.

군북에서 살면서부터 부인이 주말이면 창원에서 다녀가는데 서울에 있는 아들도 연락을 전보다 더 자주하고 공부도 전보다 더 열심히 한다면서 자신은 회사를 그만 두고 얻은 것이 너무 많다고 얘기한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들의 인성교육(人性敎育)을 위해 고심하지만 교육은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기가 부여될 때 교육의 효과가 있다.

억지로 주입하는 교육은 효과도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가져올 뿐이다.

자녀의 공부와 정서함양을 위해 도서관과 미술관을 찾고 인성교육을 위해 양로원에 봉사활동을 보내는 것보다 아이 손을 잡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는 것이 우선이다.

인성교육이 잘 된 아이들은 감성도 풍부하고 심파(心波)도 안정되어 있어 공부도 잘 한다.

이제는 잊혀져 가고 있지만 불과 얼마전 미국으로 조기 이민을 간 조아무개가 버지니아공대에서 수십명을 사살한 사건과 같이 인성교육에 문제가 있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공부를 많이 해도 오히려 사회의 해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 핵가족화 되면서 갈수록 인간관계가 삭막해 지는데 함안 군북에서 보낸 배추를 보면서 인성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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