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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80대 할머니의 사랑과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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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식의 허튼소리-80대 할머니의 사랑과 질투
  • 경상도 촌놈 조유식
  • 승인 2011.08.30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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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해 모 복지관 1층 로비 한쪽 구석진 실내  벤치에 80세 초반의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깔끔한 옷차림에 단아하게 보이시는 할머니와 외소 하지만 순수해 보이는 할아버지의 대화가 필자의 뇌리를 스치는 순간, '아! 맞다. 육체는 늙어가지만 마음은 늘 청춘이구나!'하는 것을 새삼 깨우쳤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함께 쇠퇴해지는 세포와 육신은 그 기능을 점차 잃어가지만 그 육신은 움직이는 마음과 정신은 태어날 때 그 마음 그대로 늙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두 분의 대화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보통 우리들이 생각하기를 60이 넘어가면 사랑도 질투도 식었다는 판단으로 부부간에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서로를 무시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을 것으로 본다.

오늘 필자가 기하게 엿들은 이 두 분의 대화 속에 나타나는 늙지 않는 주인공과 시시각각 변하고 늙어가는 두 주인공에 대해 공부 한 번 해 보고자 한다.

늘 변하지 않는 강인함과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욕망에 불타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잘나고 대단한 주인공(마음)이지만 그 뜻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늘 변하는 그 못난 주인공(육신)이 절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못난 주인공은 잘난 주인공의 뜻을 모두 받들 수가 없다.

그 잘난 주인공이 내린 중요하고 필요한 결정이라도 그 못난 주인공은 노쇠하여 행동으로 실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인 8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주고 받는 대화를 살짝 살짝 엿듣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대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늘 변하지 않는 그 주인공의 사랑과 질투가 젊은 세대들 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80대 할머니 왈, “어떻게 내가 쳐다보고 있는데 그럴 수 있느냐” “내보라고 그렇게 했나” “그년이 좋으면 그년하고 놀아라” “그년이 나를 힐끔 힐끔 쳐다보면서 그 지랄을 하는데 참 미치겠데”

할아버지 왈 “나는 모르는 일이다” “나는 노래만 불렀지 그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는 모른다”

할머니 왈 “아따 그년 편들고 있네, 어째 그 할망구가 니 어깨에 손을 얹지고 춤을 추고 난리를 쳤는데도 모른다고 하노, 참말로 미치겠네”

할아버지 왈 “나는 노래 부른다고 그기에 신경 쓰느라 진짜 손이 올라 온지 몰랐다 아이가”

할머니 왈 “어찌 됐던 간에 앞으로 그년하고 어울리지 마라 알겠나"

할아버지 "....."  아무대답도 없다. 

할머니 잠시 후 황금색 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할아버지에게 주신다."이거 마셔라 몸에 좋은 기다. 우리 며느리가 내무라고 준 보약인데 내가 가져 왔다"

그리고 한참 후 두 분은 자리를 떠났지만 참 보기가 좋았다.
비록 80대 할머니의 사랑의 질투로 싸움이 날것처럼 보였지만 할아버지의 “나는 모른다”는 잡아떼기 작전에 휘말려 그렇게 보약 받아 자시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비록 세월의 무게 때문에 허리는 휘어지고 걸음걸이는 불편한 못난 주인공이 되었지만 8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그 잘난 주인공 하나가 내 속에 있기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행복하고 즐거운 사랑은 영글어 가는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행복한 연애 오래오래 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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