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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가 오고 싶어 오는 곳
  • 김병기
  • 승인 2014.01.13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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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김해중부서 유치관리팀장>

저녁 6시 유치장에 출근을 하니 낯이 익은 여자 유치인이 빤히 쳐다보았다. 동료경찰관이 “아이쿠 또 들어왔네, 인자 그만 좀 들어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데 “지금 뭐라 하느냐. 내가 여기 들어오고 싶어 왔나. 사람을 잡아온 것은 누군데?” 반문하며 울분을 삼킨다.

그래 유치장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만은 그래도 하루를 멀다하고 빠짐없이 샘물이 솟아나듯이 들어오는 유치인이 있어 외롭지는 않다.

나이 52세 혼자 몸으로 살면서 남의 물건을 훔치다 교도소 출입만 13회.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오면서 남과 적당한 타협을 모르고 혼자만의 세상을 살아온 것이다. 이번에는 문을 잠그지 않고 주차 해 놓은 차량을 뒤져 가방을 메고 달아나다 피해자에 발각되어 왔는데도 훔친 것이 아니고 차량을 쳐다보는데 가방을 걸어주고 신고해 잡혀왔다며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 형사들을 향해 심한 저주를 퍼붓는다.

영업을 하는 사람에게 가만히 있어도 찾아주는 손님이 있다면 단번에 부자가 될 것인데 유치인을 하루도 비우지 않고 채우는 유치장인지라 조금은 힘들어 하면서도 내 가족을 부양한다는 자긍심 하나로 오늘도 졸린 눈을 부비면서 텅 빈 유치장을 꿈꾸며 유치인의 동태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위험물의 유치장 반입차단 등으로 유치장 사고예방과 유치인 인권보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운용중인 도내 유치장은 우리경찰서를 비롯해 9개가 있고 주, 야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경찰청에 의하면 2007년 이후 전국 유치장에서 발생한 자해와 자살, 도주사건은 29건인데 살인 피의자 7건(24%), 강도 피의자 5건(17.2%), 마약 피의자 4건(13.8%), 절도 피의자 3건(1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기타 피의자들이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유치인들은 낮 보다는 밤에 그것도 새벽시간에 자해 등을 화장실에서 42.5%, 유치실에서 40%를 하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안경을 착용하고 들어오는 유치인에게는 안경보관을 의뢰하고 여성 유치인의 브래지어 착용에 각별한 주의를 하며 더욱 세밀히 관찰 한다.

유치인 안경착용 제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볼 권리” 박탈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침해 등의 기본권 침해 결정(2003.2.10.자02진인407)에 따른 것도 있지만 나 또한 안경을 착용하고 있어 그 고충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착용케 하면서도 안경과 사투를 벌인다. 물론 여자 유치인의 브래지어는 원칙적으로 착용가능하나 우울증 및 정신질환 등으로 자해 위험이 높은 이는 스포츠 브래지어를 제공해 사고예방에 만전도 기한다.

언제쯤 내가 오고 싶지 않은 이곳에 자기 의사와 다르게 들어오는 사람이 없을까? 얼마 전 대통령은 경제학의 “공짜 점심은 없다” 표현까지 거론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인식과 이념 논리를 바로 잡아야 이 나라의 미래가 있다 하였다.

땀 흘려 일한 자에게는 흘린 땀만큼의 미래를 보장하고, 일하지 않는 자는 일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고 그래도 놀고먹는 이가 있다면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게 해야 한다. 13회의 교도소 수감동안 땀 흘려 얻는 가치의 소중함을 좀 더 열심히 가르쳐 주었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인데 이를 안타깝게 생각 하면서 다시는 유치장에 오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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